ⓒ محمد الدمشقي

[스포츠니어스 | 곽힘찬 기자] 시리아 축구 국가대표팀의 공격을 이끌고 있는 오마르 알 소마. 그는 내전에 찌든 시리아 국민들의 희망일지도 모르겠다. 알 소마는 아시안컵에 열광하는 시리아 국민들에게 기쁨을 선사할 수 있을까.

시리아는 10일 오후 10시 30분(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에 위치한 셰이크 칼리파 국제경기장에서 열린 요르단과의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B조 2차전 경기에서 0-2로 패배했다. 1무 1패를 기록한 시리아는 토너먼트 진출에 적신호가 켜졌다.

지난 1차전 경기에서 시리아는 팔레스타인과 예상치 못한 0-0 무승부를 거뒀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74위인 시리아는 99위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수적 우위를 살리지 못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시리아는 알 소마를 원톱으로 세워 공격 주도권을 잡았지만 팔레스타인의 밀집 수비를 뚫지 못했다.

알 소마는 시리아를 대표하는 스트라이커다. 사우디아라비아 프로페셔널 리그의 알 아흘리FC에서 뛰고 있는 알 소마는 129경기에 출전해 무려 124골을 기록하는 엄청난 득점력을 보여주고 있어 중동을 대표하는 최고의 공격수 중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사실 알 소마는 정치적 문제를 일으켜 대표팀에서 퇴출됐다가 다시 복귀한 선수다. 지난 2012년 12월 쿠웨이트에서 열린 서아시아 축구 선수권 대회에서 시리아는 이라크를 꺾고 우승을 했는데 당시 알 소마는 우승 확정 직후 시리아 관중석 쪽으로 가 반정부군을 지지하는 관중들을 향해 이들을 지지하는 제스처를 표시했다. 그리고 알 소마는 대표팀에 복귀하지 못했다.

이후 시리아 축구협회는 국제무대에서의 성적을 위해 그의 복귀를 다시 추진했지만 알 아사드 정권을 지지하지 않는 알 소마는 거절했다. 이 기간에 사우디아라비아가 대표팀 전력 강화를 위해 그의 귀화를 추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알 소마와 같은 이유로 대표팀을 떠났던 주장 피라스 알 카티브가 “국민들에게 희망을 줘야한다”고 알 소마를 지속적으로 설득했다. 결국 알 소마는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 예선 경기를 앞두고 다시 대표팀에 복귀했고, 알 소마 복귀 직후 시리아는 카타르를 3-1로 격파하고 이란 원정에서 1-1로 비기는 저력을 발휘하며 3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알 소마는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 예선 이란 원정에서 극적인 동점골을 기록했다. ⓒ JTBC3 영상 캡쳐

아쉽게 플레이오프에서 호주에 패배하며 월드컵 본선에는 진출하진 못했지만 시리아 국민들은 알 소마의 활약 덕분에 잠시나마 내전의 아픔을 딛고 희망을 얻을 수 있었다. 알 소마는 이번 2019 AFC 아시안컵에서 주장으로 시리아 대표팀을 이끌고 출전했다.

현재 시리아는 전 국토가 황폐해질 정도로 내전에 허덕이고 있다. 무차별적인 폭격으로 수도 다마스쿠스는 폐허가 됐고 국민들이 죽어나가고 있다. 내전으로 시리아 16세 이하(U-16) 대표 선수가 폭탄테러로 목숨을 잃기도 했고 한 국가대표팀 선수는 반정부 세력으로 간주돼 암살 위기를 겪기도 했다. 이처럼 내전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시리아 국민들에게 축구는 현실을 잊을 수 있는 탈출구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탈출구의 중심엔 192cm의 '시리아 폭격기' 알 소마가 있다.

시리아는 최근 아시아 무대에서 나쁘지 않은 경기력으로 이전보다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비록 이번 아시안컵에서는 아직까지 활약이 미미하지만 여전히 시리아 선수단은 알 소마를 중심으로 하나가 되어 경기에 임한다. 이번 대회에서 아직 리그에서의 활약에 준하는 득점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지만 여전히 시리아 국민들의 희망이라는 사실은 틀림없다. '시리아 대표 공격수' 알 소마는 자신을 향해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고 있는 시리아 국민들에게 다음 경기에서는 기쁨을 선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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