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FC 아시안컵 페이스북

[스포츠니어스 | 곽힘찬 기자] 힘든 경기였다. 손쉽게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달랐다. 대회 개막전 한국이 선전할 것이라는 기대는 곧 ‘우승은 어렵게 됐다’는 우려로 바뀌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7일 오후 10시 30분(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위치한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필리핀과의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1차전 경기에서 1-0으로 승리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3위의 한국은 116위 필리핀을 상대로 경기 내내 답답한 경기력을 보여주며 힘겨운 승리를 거뒀다. ‘에이스’ 손흥민이 없더라도 한국은 황의조, 기성용, 구자철, 황인범, 이재성 등을 비롯한 주전 선수들을 내보냈지만 필리핀의 밀집 수비에 고전했다.

80-20에 가까운 볼 점유율 차이를 보여주며 주도권을 잡았지만 이렇다 할 찬스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만약 이청용, 황희찬의 패스 플레이에 이은 황의조의 침착한 마무리가 없었더라면 필리핀과 0-0 무승부를 기록하게 되는 대회 최고의 이변이 일어날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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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수 아래로 평가됐던 필리핀을 상대로 ‘1-0’이라는 스코어가 나오자 급기야 ‘우승은 어렵게 됐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 속단하기엔 이르다. 한국은 역대 아시안컵에서 항상 1차전에 약했다. 1956년 1회 홍콩 아시안컵을 시작으로 2019 아랍에미리트 아시안컵까지 한국은 총 14번의 1차전을 치르는 동안 6승 7무 1패를 거뒀다. 성적은 나쁘지 않지만 대승도 없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이 약체로 평가받는 필리핀을 상대로 1-0 승리를 거둔 것을 두고 무조건 부정적인 시선에서 바라볼 필요는 없다. 한국이 아시안컵 1차전에서 2점차 이상으로 승리를 한 것은 1972년 5회 태국 대회에서 크메르 공화국(현 캄보디아)을 상대로 거둔 4-1 승리가 마지막이다. 지난 2015년 호주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을 당시에도 한국은 1차전 오만전에서 힘겨운 1-0 승리를 거뒀다.

분명 이번 필리핀전에서 부진했던 것은 사실이다. 주전 선수 대부분을 내보냈음에도 불구하고 필리핀의 밀집 수비를 뚫지 못했다. 아시아의 다수 언론들이 한국을 우승후보로 꼽으며 ‘에이스’ 손흥민이 결장하더라도 손쉽게 조별리그를 통과할 수 있는 팀이라고 평가했지만 이날 한국은 이렇다 할 기회를 다수 만들지 못했고 크로스 정확도는 22.2%에 불과했다.

이번 대회에서 유독 이변이 많이 속출하고 있다. 개최국 아랍에미리트가 바레인을 상대로 간신히 무승부를 거뒀고 ‘디펜딩 챔피언’ 호주는 요르단에 0-1로 패배하는 수모를 겪었다. 그리고 태국은 인도에 1-4로 대패하며 감독을 경질하는 초강수를 뒀다.

다행히 한국은 1-0으로 승리하며 이러한 이변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아직 조별리그 2경기가 남아있지만 시간은 많다. AFC가 이번 대회를 기존 16개국에서 24개국 체제로 늘리며 조별리그 경기 간격이 길어지게 됐다. 회복시간은 충분하고 이제 한 경기가 끝났을 뿐이다. 단기간 토너먼트 대회에서 조별리그 경기력이 좋지 않아도 토너먼트에서 우승을 거둔 팀들은 많았다. 벌써부터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기엔 이르다. 한국은 여전히 우승후보다.

emrechan1@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