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강인덕 대표(가운데)와 이기형 전 감독(왼쪽)은 전혀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2018년 시즌을 앞두고 인천유나이티드는 전지훈련에 박차를 가했다. 태국 치앙마이와 대한민국 남해를 거쳐 중국 산둥에서 새로운 시즌을 준비했다. 이와는 별개로 지난 1월에는 무명 선수 중 원석을 발굴하기 위한 입단 테스트도 진행했다. 선수단 구성을 마무리하고 여러 곳을 돌며 조직력을 갖춘 인천 선수단은 지난 2월 24일 중국 산둥에서 돌아와 새로운 시즌을 기다리고 있었다.

2월 28일, A는 어떻게 인천 선수가 됐나?

구단 직원들도 분주하게 움직였다. 선수 등록 마감 시한을 지켜야 하고 새 시즌을 대비한 안내 책자도 만들어야 했다. 선수단 프로필 사진 촬영도 마쳤다. 이제 다가올 시즌에 참가하기만 하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 선수 등록 마지막 날인 지난 2월 28일 의외의 선수 한 명이 인천에 입단했다. 그 누구도 경력조차 모르는 무명 선수 A였다. A는 선수 등록 마감 바로 직전에 입단 발표를 하고 인천 소속 선수가 됐다.

구단에서도 당황스러웠다.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미 선수단 프로필 촬영까지 다 마친 상황에서, 스타급 선수도 아니고 무명의 선수가 뒤늦게 팀에 합류한다는 건 이상한 일이었다.” 더군다나 그는 인천이 한 달 넘게 진행한 전지훈련에도 동행하지 않아 당장 시즌을 치르기에도 체력적으로나 전술적으로나 무리가 있었다. 인천은 지난 2월 28일 A와 등록 선수 마감 직전에 계약하고 그 다음 날인 3월 1일에 보도자료를 통해 이 사실을 알렸다.

당시 인천은 “A는 지난 1월 진행한 공개테스트를 통해 눈여겨본 선수다. 공격 진영 구축에 새로운 활력을 넣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선수의 입단과 관련해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 꽤 많다. 일부에서는 인천 강인덕 대표이사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스포츠니어스>에서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이 미스터리한 영입에 관한 비화를 취재했다. 서로의 말도 다르고 의문투성이다.

강인덕 대표는 A에 대해 감독이 적극적으로 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천유나이티드

강인덕 대표, “이기형 감독이 원한 선수였다”

지난 2월 인천은 꽤 고민이 많았다. 몬테네그로 국가대표 무고사를 영입했지만 이효균이 부상을 당했기 때문이다. 무고사의 백업 요원으로 활용하려던 이효균의 부상으로 인천은 공격진 운용에 적지 않은 고민이 생겼다. 당시 인천을 맡고 있던 이기형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백업 요원으로 활용할 선수를 구하려고 했는데 마땅한 선수가 나타나지 않았다. 전지훈련 도중에도 김보섭이나 박용지가 자기 포지션이 아닌 최전방 공격진에서 뛰느라 어려움을 겪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김보섭이나 박용지를 무고사 백업으로 활용할 방안을 세웠다.”

하지만 강인덕 대표의 말은 다르다. 강인덕 대표는 지난 3월 팬들과의 대화를 통해 이기형 감독의 주장과는 대치되는 이야기를 했다. <스포츠니어스>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강인덕 대표는 “감독과 코치가 A를 원했다”고 했다. 강인덕 대표이사의 말은 이랬다. “A는 입단 테스트에서 점수가 높게 나왔다. 그때부터 눈에 확 띄었다. 활약이 인상 깊어서 감독과 코치가 ‘이 선수와 계약했으면 좋겠다’고 계속 이야기했다. 그래서 내가 ‘무고사가 있는데 필요하겠느냐’고 되물었던 선수였다.”

강인덕 대표이사는 이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설명했다. “그런데 그 상황에서 이효균이 다쳤다. 팀에서는 무고사가 체력적으로 문제가 생기거나 다쳤을 때를 대체할 만한 선수가 필요했다. 감독과 코치는 ‘A선수와 계약해 달라’고 했고 결국 마지막까지 고심하다가 내가 승낙해줬다. ‘선수가 너무 많지 않느냐. 관리하기 어렵지 않느냐’고 되물었는데 감독과 코치는 A를 원했다. R리그에서 경기력을 끌어 올려 쓰기로 했다. 처음부터 우리가 명단에 올려놓고 영입을 저울질했던 선수였다.”

강인덕 대표는 A에 대해 감독이 적극적으로 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천유나이티드

이기형 감독, “강인덕 대표가 먼저 추천했다”

강인덕 대표이사는 A의 영입을 이기형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이 강력히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강인덕 대표이사는 “이효균이 부상을 당해 보강 차원에서 했던 영입이다. 이효균이 6월까지는 못 뛸 것 같은데 그런 차원에서 보강이 필요했다”면서 “A도 당장 뛸 수 있는 기량은 아니지만 경기당 5~10분은 뛸 수 있다. 세컨드 멤버로 보면 필요한 영입이었다”고 덧붙였다. 강인덕 대표이사는 선수단 규모가 커지는 걸 걱정했지만 감독이 대체 자원으로 꼭 필요한 선수라고 재차 강조해 이를 승낙했다고 주장하면서 자신은 한발 물러섰다. 이 영입에 영향력을 쏟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기형 감독의 주장은 전혀 다르다. 그는 강인덕 대표가 이같은 주장을 하고 며칠 뒤 팬들과의 만남에서 전혀 다른 이야기를 했다. 이 역시 <스포츠니어스>가 단독으로 입수해 확인 작업을 마쳤다. 당시 이기형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강인덕 대표가 ‘입단 테스트를 봤던 A를 기억하느냐’고 했다. 이름은 아는데 오래 전 일이라 어떤 선수인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하니 ‘이 선수와 계약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코치진 입장에서는 선수가 1~2억 원씩 하면 큰 비용이 드니 걱정부터 생기지만 큰 비용이 아니라면 한 명이라도 더 있으면 좋지 않나. 그런 차원에서 ‘좋다’고 답했다.”

“감독과 코치가 먼저 A 영입을 요청한 게 아니라 강인덕 대표가 먼저 코치진에 A를 거론하며 요청한 게 맞느냐”고 재차 묻자 이기형 감독은 “그렇다”고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이기형 감독은 “그 선수 이름을 먼저 이야기해서 ‘있으면 좋다’고 했다”고 재차 말했다. 강인덕 대표는 구단 규모를 걱정하며 A 영입에 조심스러웠지만 이기형 감독이 강력히 A 영입을 주장했다고 밝혔다. 반면 이기형 감독은 A선수 이름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강인덕 대표가 이를 추천해 “있으면 좋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둘 중 한 명은 거짓을 말하고 있다.

강인덕 대표는 A에 대해 감독이 적극적으로 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천유나이티드

4부리그에서 두 경기 뛴 선수가 프로로?

이 선수의 과거 활약을 보면 의문은 더더욱 커진다. A는 프로 경력이 전혀 없다. 대학을 졸업한 뒤 4부리그격인 K3리그 모 구단에 입단해 한 시즌을 지낸 게 전부다. 한 시즌 동안의 경력을 살펴보더라도 K리그1에서 영입할 만한 수준은 전혀 아니다. 이따금씩 K3리그 출신 선수들이 K리그 무대에서 신화를 쓰기도 하지만 A는 그 정도 경력은 없다. 지난 시즌 A는 K3리그에서 단 두 경기를 소화한 게 전부다. 그는 한 경기에서는 80분을 소화했고 또 다른 경기에서는 68분을 뛰었다. 이외의 경기에서는 벤치에 앉았던 것도 단 한 번 뿐이다. 나머지 경기는 아예 엔트리에도 들지 못했다.

현재 군 문제 해결을 위해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면서 K3리그에서 뛰는 선수들도 꽤 많다. 하지만 A는 군 문제 해결을 위해 사회복무요원 자격으로 K3리그에 진출한 게 아니라 정규 대학을 졸업한 뒤 받아주는 팀이 없어 갈 곳을 찾아 K3리그로 내려간 선수다. 아무리 주전 선수의 부상을 대비해 뽑은 대체 자원이라지만 K3리그에서 한 시즌 22경기 동안 단 두 번 출장해 148분을 뛴 게 전부인 선수를 K리그1에서 영입하는 건 상식 밖의 일이다. 더군다나 이 영입을 놓고 구단 대표이사와 당시 감독 사이에서의 말도 전혀 다르다. 서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주전이 결장할 때를 대비해 대체 자원으로 영입했다는 A 선수는 올 시즌 인천에서 무고사가 징계를 당했던 경기에 선발 출장해 딱 45분을 뛴 게 전부다. 결국 인천은 올 시즌 후반기 남준재를 재영입해 활용해야 했다. A는 아예 백업 명단에도 들지 못했다. 강인덕 대표는 “A가 입단 테스트에서 점수가 높게 나왔다. 그때부터 눈에 확 띄었다”고 했지만 그는 처음부터 그런 선수도 아니었고 결국 인천에서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A는 현재는 팀을 나갔지만 이제 업계에서 ‘프로축구단 인천유나이티드 출신 선수’라는 좋은 타이틀을 달게 됐다.

강인덕 대표는 A에 대해 감독이 적극적으로 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천유나이티드

한 시즌 45분용? 인천 선수 영입 미스터리

의심스러운 정황은 더 있다. A의 아버지는 현재 모 언론 매체 임원으로 근무 중이다. 이 매체는 A가 입단 발표를 한 날 강인덕 대표이사 인터뷰를 공개하기도 했고 A가 선발로 뛴 유일한 경기를 앞두고는 무명인 A의 선발 출장 소식을 헤드라인으로 뽑아 전하기도 했다. A는 과연 정당한 절차를 통해 프로 팀 유니폼을 입게 된 것일까. 그렇다면 왜 선수 마감 등록 시한에 부랴부랴 팀에 합류하게 된 것일까. K3리그에서 전혀 활약이 없던 이가 어떻게 테스트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K리그1 팀에 입단할 수 있었을까. 강인덕 대표와 이기형 전 감독의 말은 왜 다를까. 이기형 감독은 입단 테스트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던 그를 기억도 하지 못하고 있었을까.

이기형 감독 후임으로 인천을 맡은 안데르센 감독은 지난 1일 K리그1 생존을 확정지은 뒤 이런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7개월 가량 짧은 기간 동안 느낀 것은 인천 구성원들이 조금 더 서로를 존중하고 같은 목표를 향해 싸웠으면 한다는 것이다. 특히 스카우트 부분에 의견을 제시하고 싶다. 스카우트 파트는 자신의 위치를 받아들이고 의견을 더 공유했으면 한다. 다시는 코칭스태프와 감독이 배제된 상황에서 선수와 계약을 하거나 스카우트를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인천이 좀 더 좋은 팀이 되기 위해서는 관계자들도 프로다운 행동을 해야한다.” 인천은 감독이 바뀌는 동안에도 변한 게 별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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