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등 전도사'가 될 뻔 한 강수일 ⓒ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홍인택 기자] 뛰어난 활약을 펼치지만 팀의 강등을 막지는 못했던 선수들이 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은 광주와 대전, 인천에서 뛰었던 주앙 파울로다. 주앙파울로는 광주와 대전 등 최전방에서 속도를 살리며 팬들에게 주목을 받았지만 항상 팀의 부진과 함께하는 불운을 겪었다.

다소 불명예스러운 별명일 수도 있는 '강등 전도사'라는 타이틀을 안을 뻔한 이가 있다. 바로 얼마 전 귀국한 강수일(태국, 라차부리 미트르 폴)이다. 강수일은 친정팀 인천유나이티드가 K리그1 생존을 위해 싸울 동안 2018 타이 리그1에서 우여곡절 끝에 살아남으며 강등을 면했다.

강수일은 8일 인천 중구 국민체육센터에서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을 위한 '제5회 드림컵 축구 대회' 행사에 참여했다. 그는 이번 시즌 태국에서의 어려웠던 생존기를 전했다.

태국 리그는 다음 시즌을 준비하며 대대적인 개편을 가했다. 태국 1부 리그는 총 18개 팀이 참여한다. 그러나 태국 리그 측은 1부 리그 개편을 위해 기존 강등 팀 수를 2개 팀에서 5개로 늘렸다. 따라서 이번 시즌 태국 1부 리그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최소 13위로 순위를 마쳐야 했다.

문제는 강수일의 소속팀 랏차부리의 성적이었다. 강수일은 "원래 라차부리가 4위에서 7위 정도 하는 팀이다. 이번에는 성적이 좋지 않아 11위와 12위를 오갔다"라고 전했다.

동료들과 훈련하는 강수일 ⓒ 라차부리 미트르 폴 공식 페이스북

강수일은 이번 시즌 26경기에 출전해 13골과 3개의 도움을 기록하는 등 좋은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강수일의 부상이 팀 성적의 발목을 잡았다. 그가 부상으로 빠졌던 6경기에서 팀은 1승 2무 3패라는 성적을 거뒀다. 남은 리그 경기는 8경기. 강수일은 오랜만에 선발로 복귀했고 골도 기록했지만 팀은 4연패의 늪에 빠지면서 치열한 생존경쟁이 펼쳐졌다.

팀이 4연패에 빠졌던 29라운드의 태국 1부 리그는 진흙탕 싸움이 이어졌다. 중위권인 9위와 강등권인 14위의 승점 차이가 단 6점에 불과했던 것. 랏차부리는 간신히 14위 폴리스 테로 FC와 승점 2점 차이를 유지하며 13위에 걸쳐있었다.

리그가 종반으로 다다를수록 강등권 싸움은 치열해졌다. 강수일은 부상 복귀 후에도 3골을 더 넣으며 팀의 득점을 책임졌다. 라차부리는 33라운드에서 수코타이FC와 0-0 무승부를 기록하며 사실상 잔류를 확정했다. 이때 7위와 강등권 14위의 승점 차이는 단 7점에 불과했다. 그만큼 치열한 리그 경기가 펼쳐졌다. 라차부리는 마지막 부리람 유나이티드에 패배하면서 12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강등된 14위 방콕 글라스와의 승점 차이는 단 1점이었다.

라차부리의 리그 경쟁은 다행히 1부 리그 잔류로 끝났지만 생존 경쟁이 치열할 당시 라차부리 구단주는 강수일에게 심술부리듯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작년에 일본 군마에 있었을 때도 팀이 강등되지 않았느냐. 네가 오면 떨어지는 것 같다. 만약에 떨어지면 일본으로 다시 돌아가라." 강수일은 팀 내에서도 득점 1위를 기록하며 맹활약 했으나 구단주의 농담으로 졸지에 '강등 전도사' 누명을 쓸 뻔했다.

주앙 파울로가 이런 기분이었을까. 강수일은 "작년에 이어 이번 시즌에도 잔류 경쟁을 하니 아쉽고 어려움이 많았다. 어떻게든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이 많았다"라면서 "부상 복귀 후 매 경기가 살얼음판이었다. 정말 간신히 승점 1점 차이로 잔류할 수 있었다"라며 태국에서의 힘겨운 생존 경쟁을 전해줬다.

intaekd@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