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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대구=곽힘찬 기자] 대구FC가 믿을 수 없는 FA컵 우승을 차지한 데에는 조광래 단장의 공헌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8일 대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KEB하나은행 FA컵 결승 2차전에서 대구FC는 울산 현대를 3-0으로 격파하는 파란을 일으키며 창단 첫 FA컵 우승을 차지했다. 많은 사람들이 울산 현대의 FA컵 2연패를 예상했지만 대구는 보기 좋게 이들의 예상을 뒤엎으며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로써 대구는 내년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직행을 확정짓게 됐다.

FA컵 시상식을 마친 조광래 단장은 팬들과 함께 어우러져 우승에 대한 기쁨을 만끽하고 있었다. 조광래 단장은 이날 대구가 우승을 차지하면서 선수(대우로얄즈)-감독(안양LG)-단장(대구FC)으로 모두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진기록을 세웠다.

전반기 강등권에서 FA컵 우승컵까지

조광래 단장은 “우리 선수들에게 힘든 상황에서도 극복을 하고 이렇게 FA컵 우승이라는 영광을 누리고 있는 것에 대해서 정말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면서 “그것으로 만족하지 말고 더 큰 무대인 ACL에서도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더 노력을 하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올 시즌 초반과 현재를 비교하면 완전히 달라진 대구다. 시즌 초반 대구는 강등권에서 헤매고 있었다. 퇴장과 부상의 악재가 대구를 강타하면서 대구는 선발 라인업을 제대로 꾸릴 수 없었을 정도다. 당시 주전 선수들이 이탈하면서 조광래 단장 역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조광래 단장은 “전반기 우리 성적은 1승 4무 9패였다. 당시 안드레 감독이 상당히 걱정과 고민을 많이 하다가 나에게 찾아왔다. 예전과 같이 현장에 나와서 도움을 달라는 것 이었다. 그래서 내가 나서게 됐다”고 털어놨다.

조광래 단장 역시 안드레 감독과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나서야 했다. 내년에 축구전용구장으로 홈구장을 옮기는데 2부로 떨어지면 정말 큰일 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 수 없이 그때 내가 나서서 팀을 도왔다”는 조광래 단장은 “한 2주 정도 남해로 내려가 전지훈련을 하면서 많은 것을 팀에 심어 놨다. 그 이후로 성적이 많이 나아졌다”면서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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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웃을 수 있지만 당시에는 정말 악몽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올 시즌이 시작하기 전 대구가 내세운 목표는 상위 스플릿 진출이었다. 하지만 막상 시즌이 시작되고 보니 상위 스플릿은커녕 K리그1 잔류조차 힘들어보였다. 하지만 조광래 단장은 팀을 믿었다. 그리고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 되어 대구를 하위 스플릿 최고 순위로 K리그1에 잔류시켰고, FA컵 우승으로 이끌었다.

대구를 이끈 젊은 선수들, 조광래의 작품이다

조광래 단장은 과거 2008년부터 2010년까지 경남FC를 맡아 돌풍을 일으켰다. 2008년 경남은 조광래 단장의 지도력에 힘입어 FA컵 준우승을 달성했다. 당시 경남의 돌풍을 이끌었던 선수들을 두고 ‘조광래 유치원’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조광래 단장은 2014년 축구 행정가로 변신해 대구에 다시 ‘조광래 유치원’을 만들었다.

조광래 단장은 “시도민 구단은 예산이 많이 없기 때문에 선수를 육성해서 구단을 끌고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때까지 나도 그렇게 해왔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면서 김대원, 정승원, 박한빈 등 이런 선수들은 내가 이 선수들이 고등학교 졸업생일 때 뽑아왔고 이렇게 키워냈다. 그리고 이 선수들은 의외로 짧은 시간에 선배들 못지않은 기량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대구판 ‘조광래 유치원’이 주축이 된 대구는 이제 내년 ACL 무대에서 중국 슈퍼리그의 광저우 헝다와 호주 A-리그의 맬버른 빅토리 등과 격돌한다. 정말 힘든 상대들이다. 하위 스플릿에 있던 대구로서는 앞서 말한 팀들이 거인과 같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조광래 감독은 “나 같은 경엔 그보다 더 큰 월드컵 경기도 해보고 직접 나가보기도 했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 그리고 안드레 감독 역시 ACL 정도는 완벽하게 준비할 수 있는 역량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며 담담하게 말했다.

대구는 4강전에서 전남 드래곤즈를, 결승전에서 ‘대구 킬러’ 울산 현대를 연이어 격파하며 자신들의 실력을 증명했다. 그리고 그 이변 뒤에는 조광래 단장의 관록이 있었다. 선수-감독시절 쌓아왔던 노하우들이 축구 행정가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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