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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부산=곽힘찬 기자] ‘강등’의 그림자가 드리운 상황에서 FC서울을 구한 선수는 다름 아닌 19살의 조영욱이었다. 젊음의 패기를 앞세워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누빈 조영욱은 이날 동점골을 터뜨리며 서울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FC서울은 6일 부산 구덕공설운동장에서 열린 2018 KEB하나은행 K리그 승강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부산 아이파크에 3-1 역전승을 거뒀다. 원정 다 득점 원칙이 적용되는 승강플레이오프에서 먼저 3골을 터뜨린 서울은 유리한 고지에 서며 K리그1 잔류에 청신호를 켰다. 이제 서울은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리게 될 2차전을 좀 더 여유롭게 준비할 수 있게 됐다.

최용수 감독의 선택, ‘조영욱’

이날 경기를 앞두고 공개된 서울의 라인업은 이전과 비교해 변화가 있었다. 젊은 선수들을 기용한 것이다. 최용수 감독은 경기 전 가진 인터뷰를 통해 “젊은 선수들은 절실하다. 그래서 두려움이 없기 때문에 이것이 무기가 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다시 말해서 이번 1차전에서 서울의 전술은 ‘젊음과 패기’였다. “위기가 곧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최용수 감독은 젊음을 무기로 내세운 조영욱을 최전방에 내세웠다.

그리고 최용수 감독의 선택이 주효했다. 조영욱은 이날 경기 내내 부산 선수들을 괴롭히며 서울의 공격을 이끌었다. 전반 22분 부산의 호물로에게 환상적인 중거리 골을 허용하고 난 후에도 끊임없이 뛰며 투혼을 불살랐다. 그리고 전반 42분 부산의 권진영이 경고누적으로 퇴장을 당하자 조영욱은 더욱 자유로워졌다. 조영욱은 결국 후반 13분 하대성의 크로스를 침착하게 마무리하며 동점골을 터뜨리는데 성공했다. 이렇게 분위기를 가져온 서울은 1차전을 3-1 승리로 가져올 수 있었다.

“감독님의 믿음에 보답하고 싶었다”

경기를 마친 조영욱은 “서울과 부산의 분위기를 비교해 봤을 때 우리에게 어려운 경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면서 “그래도 우리 선수들이 간절함을 가지고 열심히 뛰어줬고 팬 분들이 먼 길까지 찾아와 열띤 응원을 펼쳐주신 덕분에 경기 결과를 뒤집을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이날 조영욱은 경기가 시작되기 전 그라운드를 홀로 돌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잔디 상태를 확인하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면서 어떻게 경기를 풀어갈지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 최용수 감독이 조영욱을 불렀다. 조영욱은 “혼자서 생각에 잠겨 있는데 갑자기 감독님이 나를 부르셨다. 그리고 나에게 ‘너는 오늘 한 골을 터뜨릴 것이다’라고 정말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씀을 해주셨다”고 말했다.

최용수 감독은 조영욱이 이렇게 중요한 경기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칠 것이라 굳게 믿고 있었다. 그리고 반드시 그 믿음에 보답하고 싶었던 조영욱은 득점을 터뜨리며 서울의 승리를 이끌었다. “진짜 미친 듯이 뛰었는데 득점을 하게 되어서, 그리고 감독님의 믿음에 부응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라고 말하는 조영욱의 얼굴은 무척 밝았다.

처음 선발 라인업에 자신의 이름이 보였을 때 조영욱은 약간 걱정을 했다. 잔류 또는 강등이 결정되는 중요한 경기였기 때문이다. “처음 내 이름이 들어간 것을 봤을 때 부담이 있었다. 하지만 일단 편하게 하려고 노력을 했던 것 같다”는 조영욱은 “젊은 선수라면 패기 넘치게 뛰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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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팬들의 자존심을 살려주고 싶었다”

조영욱은 서울을 응원하는 팬들의 자존심을 살려주고 싶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서울보다 부산을 응원했다. 이에 대해 조영욱은 “나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자신을 위해서 뛰는 것도 있지만 서울을 응원하는 팬들을 위해서 뛰고 싶었다. 그리고 꼭 우리 서울 팬들의 자존심을 살려주고 싶은 마음에 독하게 많이 준비를 했다”고 밝혔다.

오늘 서울에서 부산으로 내려올 때 서울 선수단의 분위기는 그다지 밝지 않았다. 조영욱 역시 “내려올 때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 선수들은 경기 내용이 어떻든 결과는 무조건 가지고 오자고 다짐을 했고 조영욱을 비롯한 모든 선수들이 하나가 되어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다.

이제 서울은 상암 월드컵 경기장으로 자리를 옮겨 2차전을 치르게 된다. 원정에서 3골을 넣었기에 유리하다. 하지만 조영욱은 “유리한 상황이 됐지만 절대 1차전 승리에 안주하지 않을 것이다”라면서 “이번 부산에서 했던 경기만큼 더 잘 해서 팬들에게 웃음을 드리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최용수 감독의 말처럼 오늘 서울에 긍정적인 힘을 전달해준 선수는 다름 아닌 젊은 선수들이었다. 그 중에서도 조영욱이 베테랑 못지않은 투지를 보여주며 팬들에게 잔류의 희망을 가져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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