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컵] 공은 둥글다? 울산현대 제압한 대구FC가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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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울산=곽힘찬 기자]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 출전했던 서독은 당대 최고의 공격수 푸스카스가 버티던 ‘매직 마자르’ 헝가리를 꺾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당시 서독을 이끌었던 제프 헤르베르거 감독은 서독의 우승을 두고 “공은 둥글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공은 둥글다’라는 말은 지금까지도 축구계에서 ‘경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할 수 없다’는 의미로 널리 쓰이고 있다.

사상 첫 울산 원정 승리, 안드레의 자신감
시민구단 대구FC가 ‘공은 둥글다’를 재현해냈다. 그것도 ‘대구 킬러’라고 불려왔던 울산 현대를 상대로 말이다. 5일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2018 KEB하나은행 FA컵 결승 1차전에서 대구는 울산을 2-1로 격파하고 ‘사상 첫 FA컵 우승’이라는 꿈에 한 발짝 더 나아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구가 승리할 것이라 예상하지 않았다. 올 시즌 대구는 K리그에서 울산을 상대로 3전 3패 무득점 6실점을 기록하고 있었고 김도훈 감독이 울산에 부임한 이후 단 한 번도 울산을 꺾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전적은 그저 ‘기록’에 지나지 않았다. 과거 “데이터가 100%는 아니다”라고 강조한 바 있는 안드레 감독은 이번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에게 “부담 갖지 말고 경기를 즐기라”고 주문했고 전적을 생각하기보다 자신들의 플레이를 하는데 집중했다. 그리고 안드레 감독의 자신감에 힘입은 대구는 가장 중요한 무대에서 울산을 격파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2002년 창단 이후 울산 원정 승률 0%를 기록하고 있던 대구는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울산 원정 징크스를 깔끔하게 털어냈다.

이날 대구는 철저한 ‘선 수비, 후 역습’ 전술을 펼치며 울산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아냈다. 3-4-3 포메이션과 5-3-2 포메이션을 넘나드는 대구의 질식수비는 안드레 감독이 결승 1차전을 앞두고 얼마나 많은 준비를 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울산의 공격을 차단한 대구는 세징야, 에드가, 정승원 등이 중심이 되어 조직력이 무너진 울산의 수비 뒷공간을 효과적으로 공략했다. 후반 5분 울산의 황일수에게 선제골을 허용하긴 했지만 대구는 곧바로 세징야의 동점골, 후반 43분에 터진 에드가의 역전골에 힘입어 감격적인 승리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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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Team’ 대구, 하나가 되다
모두가 알다시피 시즌 초반 강등권에서 헤매던 대구는 K리그1에서 3위를 차지한 울산에 비해 전력이 약하다. 하지만 이들은 하나의 팀으로 뭉쳐 이를 보완해냈다. 모두가 한 걸음씩 더 뛰며 팀을 위해 헌신했고 최전방 공격수들까지 수비에 가담하며 대구의 승리에 공헌했다.

경기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선수들이 하나 둘 씩 다리를 부여잡고 주저앉았지만 이들은 이내 다시 일어나 미친 듯이 그라운드 위를 질주했다. 이날 선발 출전했던 대구의 수비수 박병현은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경기에 임했다. 나 하나 빠지면 다른 선수들이 두 배로 뛰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끝까지 참고 뛰었다”면서 승리는 모든 선수들이 함께 이룬 것이라고 강조했다.

표면적으로 봤을 때 대구의 FA컵 결승 1차전 승리의 주역은 ‘브라질 듀오’ 세징야와 에드가다. 이들은 대구의 역습을 전방에서 진두지휘했고 한 골씩 터뜨리면서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하지만 세징야와 에드가는 모두 “득점은 모든 선수들의 공로가 있었기 때문이다. 선수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런 값진 승리를 얻기 힘들었다”고 밝히며 오히려 자신들의 공을 동료 선수들에게 돌렸다.

특히 2선에서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하며 맹활약한 세징야는 “중요할 때 골을 넣을 수 있어서 기쁘긴 하지만 내가 동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더 기쁘다”라고 말하며 “개인이 빛났기보다 조직적인 면에서 한 팀으로 단단함을 유지했기 때문에 승리 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세징야와 에드가가 개인의 활약보다 전체적인 팀의 조직력을 강조하는 모습에서 대구는 외인 선수들에게 의존하는 팀이 아닌 하나의 팀으로 움직인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을 수 있었다. 대구는 분명히 하나의 팀으로써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결승 1차전에서 보여줬다. 다시 말해 대구 선수들의 하나 된 간절함이 대구를 사상 첫 결승전 진출과 더불어 사상 첫 FA컵 우승 및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바라볼 수 있게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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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변도 준비된 자가 일으킨다
대구는 오는 8일 오후 1시 30분 홈구장인 대구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결승 2차전을 치른다. 만약 여기서 울산에 최소 0-1 패배 또는 무승부를 거두게 된다면 구단 역사상 첫 FA컵 우승을 달성하게 된다. FA컵 우승팀에게는 3억 원에 달하는 상금과 함께 다음 시즌 ACL 출전권이 주어지는데 대구는 같은 시·도민 구단인 경남FC와 함께 ACL 무대를 누비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더욱이 내년 시즌을 앞두고 홈구장을 축구전용구장인 ‘포레스트 아레나’로 옮기기 때문에 이 또한 대구에 있어서 또 다른 동기부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경기를 마친 안드레 감독은 결승 1차전 승리를 두고 기쁨을 나타내면서도 “우리는 180분 중 90분만 이겼다. 자만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언급하며 승리에 대한 도취감을 경계했다. 하지만 이러한 조심스러움도 승리에 대한 여유가 아닐까 싶다. 이변은 준비된 자가 일으키는 법이다. 그리고 준비된 자는 승리를 쟁취할 자격을 얻는다. 대구가 ‘공은 둥글다’라는 것을 제대로 보여줬다.

emrechan1@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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