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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명재영 기자] ‘축구수도’와 ‘Home of Football’이라는 상징적인 수식어가 무색하다.

4,777명. 2일 수원월드컵경기장(빅버드)에서 열린 수원삼성의 2018년 마지막 홈경기 관중 수다. 추운 날씨 탓을 하기엔 같은 날 전주와 포항 모두 1만 5천여 명의 팬들이 경기장을 메웠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날 관중 숫자가 최근 수원의 홈경기 중에서는 꽤 높은 편에 속한다는 것이다. 지난달에 열린 포항전과 울산전에서는 각각 3,988명과 3,771명이 빅버드를 찾았다.

수원은 올해 리그 6위, AFC 챔피언스리그 4강, FA컵 4강의 성적을 기록했다. 여기에 더해 리그 중반까지 2위를 지켰다는 점까지 꺼내어 보면 그리 나쁜 실적은 아니다. 그런데도 관중 수는 매년 최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2014년 19,608명에서 2015년 13,195명으로 평균관중이 급감한 이래 2017년에는 8,786명으로 20년 만에 평균관중이 만 명 밑으로 추락했다. 올해는 사정이 더 심각하다. 6,709명으로 구단 역사상 최저 기록이다.

이제 수원의 총체적 부진에 놀라는 이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루 이틀 된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레알 수원’의 시대가 끝난 2013년부터 빅버드는 하루가 다르게 빈 좌석이 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원인을 스타 부재로 돌려서는 곤란하다.

축구계에서 꼽는 수원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색무취다. 뚜렷한 지향점이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다. 더 깊게 들어가 보면 경기력을 포함해 팀 자체의 매력이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수원은 모기업의 정책 변화에 따라 매년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내년 예산도 삭감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고비용 저효율을 저비용 고효율로 전환하는 건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당연한 일이고 그렇게 해야만 한다. 하지만 수원의 변화는 눈앞에 보이는 비용적인 측면에만 치중됐다. 효율성에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고효율을 내기 위해서는 수준 높은 관리와 운영이 필요하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수원 구단은 모든 걸 프로축구의 흥행 부진 탓으로 돌려선 안 된다”며 “축구 내외적으로 대부분 높은 점수를 매기기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선진적인 운영으로 호평을 받던 수원은 이제 옛말이 됐다. 신선한 마케팅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고 선수단에서는 이따금 볼멘소리가 나온다. 자본력과는 별개의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지휘봉을 내려놓는 서정원 감독은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구단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수원은 모기업이 바뀐 뒤 지난 몇 년 동안 안팎으로 부정적인 소문에 시달린 바 있다. 모두 사실이라고는 할 수 없으나 전부 아니라고 단언할 수도 없다. 3일 선임된 이임생 신임 감독만큼은 서 감독이 했던 고민을 하지 않게끔 돕는 것이 부활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수원은 며칠 뒤 마지막 리그 우승으로부터 10년을 맞는다. 팬들이 즐겨 부르는 노래의 한 소절 ‘하얗게 눈이 내리던 그 날’이 역사책에 들어가야 할 정도로 시간이 흘렀다. 이들의 목소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레알 수원이 아니라 매력 있는 수원이 되어달라는 것이다. “모든 경기에서 이길 수는 없지만 최소한 빅버드에 가는 일이 후회로 남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팬들의 바람은 현실이 될 수 있을까. 공은 수원 구단으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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