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니어스|포항=곽힘찬 기자] 일반적으로 한 시즌 내내 변함없이 꾸준히 매 경기를 뛰는 포지션은 골키퍼다. 한 번 감독의 선택을 받은 주전 골키퍼는 보통 부상을 당하거나 퇴장을 당하지 않는 이상 매 경기 출전한다. 그래서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지난 2000년부터 매 시즌 전 경기를 풀타임으로 뛴 선수들에게 수여하는 상을 받는 포지션은 주로 골키퍼였다.

이에 비해 공격수들이 이 상을 받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포지션 특성상 상대 수비수들과 경합해야 하기 때문에 부상의 위험에 항상 노출되어 있고 한 시즌 전 경기를 풀타임으로 뛰기 위해서는 경고누적, 퇴장이 없어야 한다. 또한 공격수의 임무인 득점을 오랜 시간 터뜨리지 못한다면 주전 경쟁에서 밀리게 된다.

“29년 만에 대기록? 내가 기록을 세운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러한 불가능 속에서도 공격수로서 ‘한 시즌 전 경기 풀타임’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한 선수가 있다. 바로 포항의 ‘라인 브레이커’ 김승대다. 김승대는 지난 3월 3일 대구FC와의 홈 개막전부터 올 시즌 마지막 경기인 2018년 12월 2일 울산 현대와의 ‘160번째 동해안 더비’까지 모든 경기를 90분 풀타임으로 뛰었다. 종전 기록은 1989년 당시 울산에서 뛰던 공격수 강재순이 세웠다. 김승대는 “내가 그런 기록을 갖고 있는 줄 몰랐다”면서 이 사실을 최근에 와서야 알게 됐다고 전했다.

무려 29년 만에 공격수로서 전 경기 풀타임을 달성한 것은 개인적으로도 매우 의미가 있는 기록이다. 하지만 김승대는 이러한 기록에 기뻐하지 않았다. 오히려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한 시즌을 전부 뛰었는지도 느끼지 못했을 만큼 1년이 금방 지나갔다”는 김승대는 “교체를 당해야 할 만큼 동료들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 적이 많았다. 동료들 덕분에 올 시즌 이러한 대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면서 동료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김승대는 올 시즌 옐로카드를 단 한 장도 받지 않았고 부상을 당하지도 않았다. 훈련 태도도 매우 좋았다. 이렇게 김승대는 포항의 부주장으로서 자기 관리에 철저했고 책임감을 가지고 본인의 맡은 바 역할을 해냈다. 하지만 김승대는 “옐로카드가 없는 것이 좋은 부분이 아닌 경우가 있다. 그만큼 좀 희생적인 부분이 부족했을 수도 있고 어떻게 보면 몸을 많이 사린 것일 수도 있다. 또 다르게 보면 페어플레이 일수도 있기 때문에 주목할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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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포지션 소화, 크게 아쉬움은 없었다”

올 시즌 김승대는 포항에 있어서 절대 없어서는 안 될 선수였다. 주요 자원들이 이적하면서 전방에 패스를 공급할 수 있는 미드필더 자원이 부족해지자 김승대가 직접 2선보다 밑으로 내려가 패스 공급의 역할을 맡으며 ‘팀플레이’에 치중했다. 이처럼 측면 미드필더, 윙어, 최전방 공격수까지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면서 수비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시즌 중반 이석현이 합류하며 다시 제로톱 시스템의 최전방 공격수로 돌아와 포항의 상위 스플릿 진출을 이끌었다. 이처럼 김승대는 공격수에 국한되지 않은 올 라운드 플레이어로서 포항에 헌신했다. 그것도 ‘전 경기 풀타임’으로 말이다.

최순호 감독은 이날 울산전이 끝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올 시즌 김승대는 정말 없어서는 안 될 만큼 소중한 존재였다. 김승대 덕분에 전략적, 전술적으로 팀을 만들어나갈 수 있었다”고 호평했다. 김승대가 자랑하는 무기는 날카로운 침투로 오프사이드 라인을 절묘하게 무너뜨리며 득점을 터뜨리는 ‘라인 브레이킹’이다. 하지만 올 시즌 개인의 득점보다 팀을 위해 여러 포지션에서 활약하면서 그러한 장점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하지만 전혀 불만이 없다는 김승대는 “누구나 어느 팀에 가면 아쉬운 부분이 있을 것이고 각자 요구하는 것이 달라서 거기에 맞추는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올 시즌 선수들이 많이 바뀌어서 팀이 힘들었는데 이렇게 상위스플릿까지 왔고 울산의 FA컵 결승전 결과에 따라서 또 다른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됐다. 전혀 불만은 없다”고 밝혔다.

“그저 팀을 위해 헌신하고 싶다”

김승대는 내년 시즌에도 올 시즌과 마찬가지로 팀을 위해 헌신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딱히 원하는 자리는 없고 그저 내가 팀을 위해 더 좋은 부분을 보여주고 싶을 뿐이다. 좋은 선수들이 많으면 그렇게 되지 않을까. 아직 어떤 변화가 있을지는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굳이 공격수가 아니더라도 자신이 어디에서 뛰든 동료들과 함께 발을 맞추며 그 역할에 녹아들겠다는 김승대의 모습은 과거에 비해 더 많이 성장한 모습이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끌고 있는 국가대표팀에 승선한 것도 이러한 적극성과 유연함 덕분이 아니었을까. 많은 사람들이 김승대의 기록에 주목하며 박수를 보냈지만 김승대에게 29년 만의 대기록은 그저 ‘한 가지 기록’에 불과했다. 이러한 기록보다 팀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김승대는 진짜 포항이 놓쳐서는 안 될 선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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