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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수원=명재영 기자] 수원 서정원호의 기나긴 항해가 끝났다.

수원삼성이 2일 KEB하나은행 K리그1 38라운드 최종전에서 제주유나이티드에 0-2로 패했다. 수원은 스플릿 라운드에서 1무 4패라는 저조한 성적을 거둔 끝에 리그 6위를 기록하며 시즌을 마감했다. 이날 경기는 수원의 시즌 최종전이자 사임이 예고됐던 서정원 감독의 고별전이기도 했다.

서정원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팬들을 많이 즐겁게 해드려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미안함이 많이 있다”며 “수원에서 선수와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너무나 많은 것을 얻은 것 같다”고 감독으로서의 지난 6년을 회상했다.

기자회견에서 앞서 열렸던 고별 행사에서 눈물을 보인 서 감독은 “사람의 감정이라는 게 자연스러운 건데 억누를 수가 없었다”며 “다음 주에도 기자회견장에 나와 있어야 할 것 같은 어색함이 아직 있다. 마지막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고 일상생활에 돌아가고 나서야 현실이 느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서 감독은 2007년 중순 현역에서 은퇴한 뒤 청소년대표와 국가대표 코치를 거쳐 2012년 말 수원의 4대 감독으로 부임했다. 서 감독은 “수원은 내 집 같은 특별한 곳이다. 유럽에서 생활할 때도 잠시만 나와 있는 느낌이었고 국내에서 여러 대표팀 코치를 할 때도 수원은 항상 관심 속에 있었다”며 수원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서 감독은 “이 팀을 일으켜 세우고 싶은 마음이 컸다. 이러한 바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 힘들었다”며 “오늘 경기도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져서 아쉽지만 이기려는 마음이 많이 보였던 것 같다”며 이날 경기를 치른 선수들에 고마움을 나타냈다.

선수단에 대한 감사 표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서 감독은 “(선수단에) 정말 감사하다”며 “부족한 감독을 믿고 잘 따라와 준 것 같다. 선수들이 먼저 문을 열고 신뢰를 보여줬고 많은 희생을 보여줬다. 선수들이 흐트러지지 않고 하나가 돼서 잘 달려왔다. 6년 동안 계속 느꼈지만 40여 명의 단체 생활을 하다 보면 문제가 생기기 마련인데 우리 선수들은 잘 따라 와줬다”고 말했다.

수원의 전설로 인정받는 서 감독이지만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는 순탄치 못한 순간도 많이 있었다. 2016년 정규리그 최종전에서는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하위 스플릿이 확정되자 팬들이 선수단 버스를 가로막고 항의를 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가을에 있었던 사퇴 파동에서도 서 감독과 팬들은 서로 웃지 못했다.

서 감독은 이에 대해 “(팬들의 비판은) 지도자로서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일”이라며 “우리 선수들이 운동장에서 게으른 모습을 보이면 팬들의 질타가 이어졌고 이러한 모습들이 선수단을 정신 차리게끔 했다”고 말했다. 이어 “누군가를 싫어해서가 아니라 팀을 위해서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그렇지만 정말 우리 팀이 힘들 때 조금 더 넓게 생각해 주셔서 우리 선수들을 안아주시면 어떨까 생각이 든다. 팬들의 목소리는 구단의 구성원 모두가 항상 인지하고 있고 앞으로도 분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제 수원은 새 감독과 함께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된다. 서 감독은 “새로 부임할 감독은 선수단 파악도 해야 하고 분명히 힘든 상황일 것으로 생각한다. 구단이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 선수단이 현장에서 치열한 전쟁을 하는 과정에서 뒤에서 지원하는 이러한 모습이 삼위일체로서 나타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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