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니어스 | 홍인택 기자] 인천은 이번 시즌에도 생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살아남는 방법을 알고 있다. 생존 DNA가 각인되어있는 것 같다.

조금은 진부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인천은 어떻게 항상 시즌 말미에 생존왕의 모습을 보이는가. 어째서 전반기에 그렇게나 무기력했던 팀이 후반기에 귀신같이 살아나는가. 우리는 이미 매 시즌 인천의 생존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인천에 몸을 담고 있고, 인천에서 뛴 적이 있던 이들은 팀의 '끈끈함'을 이야기한다. 혹은 매 시즌 선수 구성이 계속 바뀌다 보니 후반기에 들어서야 조직력이 갖춰진다는 얘기도 있다. 대부분 맞는 말이다.

인천의 생존 비결에 한 가지를 덧붙이려고 한다. 모두가 알고 있고 모두가 얘기했지만, 그래서 좀 더 집중해서 주목하지 못했던 것. 바로 경험이다. 서두에 굳이 'DNA'라는 단어까지 써가며 이야기를 꺼낸 이유가 있다. 그들이 '생존왕'이라는 별명이 붙은 것 자체가 생존의 비결이 됐다는 느낌이다.

끈끈함, 조직력, 그리고 경험

인천유나이티드는 2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37라운드에서 FC서울을 상대로 훌륭한 경기를 펼쳤다. 인천은 전반 8분에 터진 한석종의 골을 온 힘을 다해 지켜냈다. 인천 선수들은 몸을 날리면서 수비했고 쓰러져도 일어나 서울을 괴롭혔다.

이 경기는 '반코트' 경기였다. 서울은 득점을 위해 수비수들이 모두 하프 라인을 넘어갔고 반대로 인천은 최전방 문선민까지 하프 라인 밑으로 내려와 서울의 후방 빌드업을 방해했다. 볼 점유율도 서울이 60%를 차지하며 더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후반전 정규시간이 흐르고 무려 5분이라는 추가 시간이 주어지는 상황에서도 인천은 버티고 버텨서 결국 승점 3점을 따냈다.

인천은 어떻게 '반코트' 경기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을까. 일단 겉으로 드러난 이야기부터 꺼내 보자. 우선 안데르센 감독의 전술적 접근이 한몫을 했다. "서울은 최용수 감독 부임 후 중앙을 이용해 공격을 전개했다. 선수들에게 좌우 간격을 좁히라고 주문했고 공이 측면으로 빠지면 압박하라고 주문했다"라는 게 안데르센 감독과 한석종의 말이었다. 실제로 서울은 최 감독 부임 후 측면보다는 중앙에서의 세밀한 연계 과정을 통해 좋은 장면을 이끌어냈다. 이는 인천을 상대로도 보여준 장면이고 실제로 결정적인 기회도 잡았다. 단지 골로 연결하지 못했을 뿐.

ⓒ 한국프로축구연맹

한석종과 남준재의 말을 더해보자면 인천이라는 팀의 '끈끈함'도 한몫을 한다. 인천 선수들은 팀을 이야기할 때 단지 선수단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구단과 팬들도 그들이 생각하는 팀 구성원이다. 한석종은 인천이 생존에 강한 모습을 보이는 것에 대해 "선수들도 인지하고 있고 팬들도 인지하고 있는 것 같다. 내려가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있다"라고 전했다. 남준재는 "11명과 30명, 구단과 팬들이 뭉치는 끈끈함이 인천의 색"이라고 말했다. 시즌 후반 생존을 위해 보여주는 그들의 간절함은 분명히 이 끈끈함에서 나온다.

인천은 매 시즌 잔류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대이동이 일어나는 팀이다. 시민구단이라는 재정적 한계에 부딪혀 맹활약을 펼친 선수를 잡아두기 힘들다. 매 시즌 새로운 선수들로 팀을 꾸린 인천 감독들은 전반기 부진으로 경질, 혹은 사임 위기를 맞는다. 후반기 들어 인천의 감독이 바뀌는 것과 동시에 선수들의 조직력이 살아나는 모습이 드러난다. 좋은 선수들로 구성된 팀이지만 그 구성원들의 발이 맞기 시작하는 게 후반기 들어서부터다. 안데르센 감독은 선수들에게 좀 더 조직적인 모습을 원했다. 처음부터 잘 풀리지는 않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더 조직적인 모습을 보여주더니 이날 FC서울을 상대로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이게 다가 아니다. 인천은 살아남는 법을 알고 있다. 그게 선수단뿐만 아니라 팀에 배어 있다. 선수들은 간절하게 뛰었고 팬들도 간절하게 응원했다. 벤치, 구단 전체가 그 간절함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는 매 시즌 살아남았던 인천이 팀에 새긴 훌륭한 자산이다. 그들은 매년 끔찍한 고통을 겪으면서도 살아남았고 이 경험이 그들을 결국 생존으로 이끌고 있다.

선수 구성이 매번 바뀌어도 이 자산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신기하다. 한 가지 추측해볼 수 있는 이유는 팀의 기둥 같았던 전설들의 존재다. 서로 각자 다른 포지션에서 인천을 위해 일하고 있지만 여전히 '인천'의 구성원에 속해 있는 사람들. 임중용, 전재호와 같이 팀의 역사와 함께 살아가는 이들 말이다. 그들을 중심으로 '생존'이 대물림되지 않았을까. 그들로부터 시작된 생존의 유산이 김용환이나 최종환, 이윤표, 한석종 등을 통해 이어져 온 게 아닐까.

ⓒ 한국프로축구연맹

인천은 알고 서울은 몰랐던 것

많은 이들이 인천의 간절함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단순히 '간절함'이 이날 경기의 승부를 갈랐다고 하기엔 부족하다. 서울도 간절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은 간절함을 활용하는 방법을 몰랐다. 그들은 지금의 순위가 여전히 어색하다. 그래서 그들의 간절한 마음은 '조급함'으로 이어졌다. 분명 두 팀의 경기에서 공격의 무게는 서울 쪽에 있었다. 그러나 서울이 기록한 14개의 슈팅 중 골문으로 향했던 슈팅은 단 4개에 불과했다. 조급함의 결과다. 윤주태의 첫 번째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온 후 선제 실점하면서 서울의 조급함이 커졌고 이날 서울의 경기를 망쳤다.

서울에는 인천이 알고 있는 생존 노하우가 없었다. 이건 단순히 37라운드에서 드러난 모습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인천이 자신의 진영에서 공간을 매우 촘촘하게 유지했을 때 서울의 그림자가 더 명확해졌다. 서울은 극심한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특단의 조치를 내리기 보다는 긍정적인 면만 보기 원했다. '그래도 경기력은 좋아지고 있다.' 이는 사실 서울의 안일했던 생각을 드러내는 말이었다. 이미 경고 알람은 울리고 있었지만 끄는 방법을 몰랐다.

강등권 싸움, 그리고 생존 경쟁에 익숙하지 않았던 서울은 현실을 깨닫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이을용 '대행'의 시간이 길어졌을 때, 그리고 하위 스플릿행이 유력했을 때, 13경기 무승의 늪에 빠졌을 때 그들은 어떻게 해서든 승점을 위해 두 줄 수비라도 펼쳤어야 했다. 승점 3점만 노리는 것보다 승점 1점이라도 얻겠다는 의지가 중요했다. 상위권에 있는 팀이었다면 몰라도 강등권 탈출을 노리는 팀은 적어도 이런 마인드가 더 유리하다. 인천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서울의 부진이 길어질 동안 단 한 번도 '텐 백' 전술을 쓰지 않았던 점이 더 놀라울 뿐이다.

사실 많은 이들이 알고 있었던 내용일 것이다. 하위 스플릿이 확정된 순간, 서울은 고전을 이어갈 것이며 인천은 그래도 살아남을 것 같다는 내용 말이다. 인천은 항상 치열하게 싸워 살아남았던 팀이다. 서울은 하위권 싸움을 치러본 경험이 없다. 이날 펼쳐진 인천과 서울의 모습이 이를 그대로 증명했다. 인천은 살아남는 방법을 알고 있다. 이건 그들 자신도 자세히 표현하기 어려운 특색이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그 맛을 안다고 했던가. 지난 시즌 잔류를 '당했던' 전남드래곤즈는 결국 37라운드로 강등이 확정됐다. 지난 시즌에도 승리를 쟁취하며 살아남았던 인천은 생존에 가까워지고 있다. 인천은 이 시기쯤에만 먹을 수 있는 승점 고기 맛을 분명히 알고 있다. 늦가을과 겨울에만 나오는 이 고기는 생각보다 먹기 어려운 고기다. 역시 먹어본 사람들만 그 맛을 알기도 하고, 먹는 방법도 아는 것 같다.

intaekd@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