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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포항=곽힘찬 기자] 세상에 이런 드라마가 없다. 포항 스틸러스의 김지민은 90분도 아니고 35분이라는 그 짧은 시간에 천당과 지옥을 모두 오갔다.

포항 스틸러스의 김지민은 25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전북 현대와의 홈경기에서 천금 같은 동점골을 터뜨리며 1-1 무승부를 이끌었다. 포항은 이날 무승부를 거두며 사실상 4위를 확정, 내달 있을 FA컵 결과에 따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결정짓게 된다.

“지옥과 천당을 오갔다. 정말 다행이다”

경기를 마친 김지민은 마치 ‘다행이다’라는 표정으로 인터뷰에 임했다. 김지민은 “정말 지옥과 천당을 오갔다. PK를 주고 내가 다시 동점골을 넣었다. 정말 다행이다. 내가 모두 두 골에 관여했다”면서 안도감을 표현했다.

김지민은 후반 10분 이근호와 교체되어 그라운드를 밟았다. 그런데 들어오자마자 전북의 손준호에게 파울을 저질렀고 그 파울이 하필 PK 선언이 됐다. 김지민은 “내가 저지른 파울이 PK가 맞고 아니고를 떠나서 일단 파울을 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교체투입 되자마자 그런 상황이 오니까 되게 위축이 되더라. 나한테 그런 상황이 올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처음에 PK가 아닐 것이라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동준 주심은 단호하게 PK를 선언했다. 김지민은 “나는 분명 밖에서 넘어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PK가 선언되지 않을 줄 알았다. 어떻게 보면 손준호 선수가 정말 플레이를 영리하게 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주심의 판정에 크게 불만은 없다”고 말하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꼭 내 실수를 스스로 만회하고 싶었다”

전북의 로페즈가 PK를 성공시키는 모습을 바로 앞에서 지켜본 김지민은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만회할 수 있을까?’ 비록 자신의 실수로 실점하면서 위축됐지만 이를 만회하기 위해 미친 듯이 뛰었다. 자신을 믿고 그라운드에 투입시킨 최순호 감독에게 보답하고 싶었다. 그리고 후반 40분 김지민은 떼이세이라의 날카로운 크로스를 받아 천금과 같은 동점골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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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자신의 실수를 만회한 김지민은 눈을 질끈 감고 달리며 득점에 대한 기쁨을 표현했다. 김지민은 자신의 세레머니에 대해 “그냥 너무 다 감사했다. 진짜 팀에 피해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 그런 상황이 와서 너무 걱정스러웠지만 내가 다시 그걸 스스로 만회를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건 기적이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최순호 감독 역시 김지민의 동점골이 터질 때 주먹을 불끈 쥐며 환하게 웃었다.

“일단 동해안 더비부터 집중, 내년 목표는 10골”

35분이라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지옥과 천당을 오간 김지민은 내달 2일 ‘동해안 더비’를 앞두고 있다. 포항은 ACL 진출을 위해 FA컵 결승전에서 울산이 대구를 꺾고 우승하기를 바라야 하는 입장이지만 공교롭게도 마지막 K리그1 경기를 울산과 치르게 됐다.

최순호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사실상 4위를 확정했으니 ACL 진출을 위해 이제 울산을 응원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김지민의 생각은 달랐다. 김지민은 “일단 다음달 2일에 있을 동해안 더비부터 이기고 나서 울산을 응원할지 말지 생각을 하겠다”고 답하며 웃었다.

‘4부에서 1부’로 올라오면서 ‘인간승리’의 표본으로 불린 김지민은 다음 시즌을 앞두고 좀 더 큰 목표를 정했다. 김지민은 “일단 올해 목표가 5골이었는데 지금까지 4골을 넣었다. 마지막 동해안 더비에서 그걸 달성하기 위해 노력을 하겠다”면서 “내년 시즌 목표는 10골이다. 열심히 주전 경쟁해서 10골을 꼭 달성하면서 팀에 더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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