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축구를 사랑하는 여대생들의 잔치인 'K리그 퀸컵(K-win Cup)'이 열린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주최하고 인스파이어드아시안매니지먼트가 주관하는 K리그 퀸컵은 오는 24일과 25일 이틀 동안 경기도 포천시에 위치한 포천축구공원에서 개최된다. 24일에는 16개 팀이 네 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르고, 각 조 상위 두 개 팀은 25일부터 진행되는 토너먼트 라운드를 통해 우승 팀을 가릴 예정이다.

이번 대회부터는 참가 자격도 까다로워졌다. 선착순으로 신청을 받던 과거와 달리 지난 1년간 여자 대학축구 동아리 대회 결과를 통해 포인트를 부여해 순위를 매겼다. 이에 따라 상위 12개 팀이 출전 자격을 얻었고 동아대와 부산대, 이화여대 FC콕, 강남대 4팀이 추가로 합류했다. 대신 참가비 없이 대회 참가를 위한 모든 경비를 지원해준다.

아마추어 대회라고 그저 축구만 한다면 오산이다. 나름 여자 대학축구 동아리에는 역사도 있고 사연도 있다. 그리고 라이벌리즘도 있다. 지금부터 알고보면 좀 더 흥미가 생길 만한 그들 만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성사되지 못한 흥행 카드? '이화여대 더비'

이번 대회에서는 참가팀 리스트 만으로도 흥미로운 장면이 기대됐다. 바로 이화여대에서 두 팀이 참가한 것이다. 이화여대의 ESSA와 FC콕이다. 하지만 같은 학교 팀이라고 비슷한 것은 아니다. 그들은 서로 다른 이야기와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 사실 '이화여대 더비' 성사에 대한 기대감이 모락모락 피어났지만 결과는 예상을 벗어났다. ESSA는 4조에, FC콕은 1조에 편성됐다.

조 추첨 이후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ESSA의 주장 김민정은 무덤덤한 표정이었고 FC콕의 구소형은 살짝 안도하는 눈치였다. 알고보니 두 팀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ESSA는 여자 대학 축구 동아리계의 강자다. 매번 대회마다 우승후보로 기대되는 팀이다. 체대생으로 구성된 ESSA는 항시 탄탄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만일 FC콕과 한 조에 편성되도 자신 있다"라는 것이 김민정의 말이다.

반면 FC콕은 '중앙 동아리'다. 소속 단과대와 상관 없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FC콕에는 '비체대생'이 제법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대회에서 "겸손하게 임하겠다"라는 FC콕의 목표는 '1승'이다. 우승을 노리는 ESSA와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성적보다는 대회를 즐기면서 팀원 모두가 하나되는 계기를 만들 예정이라고.

인터뷰를 위해 FC콕의 구소형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자 모 배우의 팬미팅 티켓팅 시간이라고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잠시 뒤 그녀는 이번 대회에 대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티켓팅 실패했어요." 기자는 격려했다. "취켓팅(취소된 티켓을 예매하는 것)을 노리세요."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알고보면 평범한 여자 대학생이기도 하다.

아직 두 팀은 교내에서도 맞붙은 적이 없다. 이화여대의 체육대회에서는 '체대생 출전 금지' 조항이 있기 때문이란다. 이화여대는 나름 체계적인 축구 조직을 갖추고 있다. 이화여대축구협회, EFA 산하에는 무려 다섯 개 팀이 소속되어 있고 FC콕은 그 중 하나다. ESSA는 체대 동아리라 제외다. 어찌보면 FC콕은 다섯 개 팀을 대표해 출전한다고 볼 수 있다. 같은 학교 내 서로 다른 두 팀이 맞붙는 상황은 벌어질 수 있을까? 그러려면 일단 두 팀 모두 조별예선을 통과해야 한다.

라이벌 또 만난 서로 반응은? "징하다"

이번 조 추첨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1번 시드의 추첨 차례였다. 고려대, 숙명여대, 이화여대(FC콕)가 편성된 1조에 연세대가 합류하는 순간이었다. 전통의 라이벌이 이번 K리그 퀸컵에서도 맞붙을 예정이다. 가위바위보도 지기 싫어할 두 팀이 꽤 큰 규모의 대회인 K리그 퀸컵에서 조별예선부터 맞붙는다. 벌써부터 신경전에 조금씩 돌입했다. "서로 알긴 아는데 친하지는 않아요."

"징하다." 조 편성에 대해 묻자 연세대 송현희가 웃으며 내뱉은 한 마디였다. 그도 그럴 것이 고려대와 연세대는 상당히 자주 만났다. 여자 축구 동아리 대회에서도 만나고 10월에는 아마추어 정기전도 있다. 올해 아마추어 정기전에서는 2-0으로 고려대가 승리했다. 당시 패배의 쓴 맛을 봤던 송현희는 이렇게 말했다. "아주그냥 어떻게 한 번 이기겠다고 작정을 하고 나왔더라고요. 그래서 '그래 이번에는 너희들이 이겨라'는 생각이었어요. 져줬어요." 연세대 자존심 어디 안간다.

반면 고려대도 만만치 않다. 팀 대표로 참석한 구현정은 "예전의 고려대가 아니다. 우리가 강해진 것이다"라고 맞받아쳤다. 그녀는 "팀이 무척 강한 면모로 변신하고 있다. 연습한 것 잘 하고 있고 코칭스태프와도 끈끈하다"면서 "10월에 이어 2연승을 하겠다. 우리는 항상 준비되어 있는 팀이기 때문에 연세대를 잡을 수 있다"라고 당차게 말했다. "작년과는 달리 올해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라는 것이 그녀의 말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궁금해졌다. 구현정은 계속해서 "작년과는 다르다"라고 말했다. 작년 고려대는 어떤 성적을 거뒀는지 물어보니 "내 입으로는 말할 수 없다"라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슬쩍 연세대 송현희에게 물어보니 그녀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도대체 지난해 고려대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리고 두 팀의 또다른 '아마추어 정기전'의 결과는 어떻게 될까.

"제발 하루만 버텨줘" 가톨릭관동대의 속사정

이번 대회에서는 베일에 싸였던 몇 팀이 등장한다. 바로 동아대와 부산대, 그리고 가톨릭관동대다.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대학 중 이 세 팀은 비수도권에 위치하고 있다. 그래서 타 대학과의 교류가 잦지 않다. 정확한 전력을 모르기 때문에 죽음의 조를 꼽기도 어렵고 우승 후보를 점치기도 쉽지 않다. 이 세 팀은 대회가 열리는 당일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 팀 중 하나인 가톨릭관동대도 이번 대회에 대한 예상은 조심스러웠다. 자신들의 전력은 어느 정도 가늠하지만 상대 팀의 전력은 확실히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가지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의 1차 목표는 '조별예선 통과'였다. 대한민국의 월드컵 목표는 항상 16강인 것처럼 그들 역시 의례적으로 하는 말인 줄 알았다. 하지만 가톨릭관동대 정인하는 말했다. "저희 진짜 통과해야 해요." 알고보니 이유가 있었다.

이번 K리그 퀸컵은 11월 24일과 25일에 열린다. 24일은 조별예선이 열리고 25일은 토너먼트 라운드가 펼쳐진다. 24일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야 25일 토너먼트에 참여할 수 있다. 24일에 탈락하게 된다면 그대로 귀가하게 된다. 문제는 24일이라는 날짜다. 가톨릭관동대는 체대생과 비체대생이 함께 뛰는 동아리다. 체대생의 대부분은 체육교육과다. 그들은 팀의 에이스 역할 또한 한다. 그런데 24일은 2019 중등교원 임용고시 1차 시험이 열리는 날이다.

결국 가톨릭관동대가 이번 K리그 퀸컵에서 완전한 전력을 갖추려면 25일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심지어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정인하 또한 임용고시 응시로 24일에는 참석이 어려울 전망이다. 그들이 완전체로 뛰기 위해서는 25일에도 축구를 해야한다. 그러려면 조별 예선을 통과해야 한다. "제발 우리 후배들이 조별 예선만 통과해줬으면 좋겠어요. 그것만 해내면 일단 됩니다." 정인하의 표정에서는 간절함마저 엿볼 수 있었다.

K리그 퀸컵 조 편성 결과

1조 : 연세대, 고려대, 숙명여대, 이화여대(FC콕)

2조 : 한체대, 인하대, 가톨릭관동대, 동아대

3조 : 서울대, 한국외대, 한양대, 부산대

4조 : 성균관대, 이화여대(ESSA), 서울여대, 강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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