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C 네이션스리그, 과연 현실성 있는 대회일까?

ⓒ AFC 공식 페이스북



[스포츠니어스 | 곽힘찬 기자] 지금껏 많은 해외축구팬들에게 있어 가장 흥미로운 경기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와 ‘제 2의 월드컵’이라고 칭해지는 유럽축구선수권(EURO)대회였다. 하지만 올해 또 하나의 유럽대회가 추가되면서 해외축구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바로 UEFA 네이션스리그다.

UEFA 네이션스리그는 지난 2013년 10월 당시 노르웨이 축구협회 회장직을 역임하고 있던 윙베 할렌이 모든 UEFA 회원국의 국가대표팀들이 참가하는 대회 창설을 제안했고 이를 잔니 인판티노가 2014년 3월에 지지의사를 표시하면서 시행됐다. UEFA 유로 예선을 겸하는 이 대회는 올해 9월부터 내년 6월까지 진행될 예정이고 앞으로 2년마다 치러지게 된다.

UEFA 네이션스리그는 대회에 출전하는 유럽의 55개 국가를 랭킹에 따라 4개의 디비전을 나눠 대회를 치르게 되는데 디비전간 승강제가 존재해 이를 지켜보는 축구팬들의 흥미를 돋우게 한다. 또한 이 대회에 출전하는 유럽 국가들은 자신들의 수준과 비슷한 팀과 정기적으로 경기를 치르면서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특히 지브롤터, 산마리노, 룩셈부르크 등의 약팀들은 다른 강팀들과 쉽게 A매치 일정을 잡기 힘들기 때문에 UEFA 네이션스리그는 이들에게 자국 축구의 수준을 한층 더 끌어올릴 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UEFA 네이션스리그 ⓒ Nazionale-Calcio

유럽만의 대회, UEFA 네이션스리그
축구를 1년 내내 볼 수 있다는 것만큼 축구팬들에게 좋은 것은 없다. UEFA 네이션스리그의 창설은 유럽뿐만 아니라 아시아를 비롯한 다른 대륙의 팬들에게도 희소식으로 다가온다. 2018 러시아 월드컵이 끝난 지 불과 2개월도 되지 않아 월드컵에 필적하는 대회를 다시 볼 수 있다는 것은 마치 큰 ‘선물’과도 같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UEFA 네이션스리그를 환영하는 것은 아니다. 비유럽 국가들과 클럽 축구계는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UEFA 네이션스리그는 친선목적이 아닌 성적을 내야하는 대회라 클럽들은 선수들의 차출을 허락해야하기 때문에 리그를 치르는데 있어 큰 전력 손실이 생긴다. 또한 비유럽 국가들은 유럽 팀들과의 A매치가 잡기 힘들어져 자신들의 경쟁력을 시험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든다. 한국은 벤투 감독이 부임한 이후 9, 10월에 걸쳐 A매치 4차례를 치렀는데 모두 중-남미 국가들과 일정을 잡았다. 오는 11월에도 유럽권이 아닌 우즈베키스탄과 호주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과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대책은 AFC 네이션스리그 창설? 글쎄…
이처럼 비유럽 국가들이 유럽 팀들과 A매치 일정을 잡기가 매우 힘들어지면서 각자 다른 대안을 찾아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아시아축구연맹(AFC)은 UEFA 네이션스리그를 모방해 AFC 네이션스리그의 창설을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AFC가 대책으로 내세운 AFC 네이션스리그는 UEFA와 같이 국가대표팀 경기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에 그 목적을 두고 있다.

유럽의 선진 시스템을 따르는 것은 표면적으로 봤을 때 매우 좋은 현상일 수 있다. 하지만 그 내면에는 많은 걸림돌들이 있으며 오히려 역효과가 날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 AFC 네이션스리그를 창설하기에 앞서 아시아 축구계가 반드시 검토해야 할 부분은 어떤 것이 있을까?

① 거리문제 – 아시아는 넓다
유럽은 다른 대륙에 비해 면적이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국가들이 대륙 안에서 각자의 국경을 맞대고 있어 유럽 국가 간 이동이 크게 어렵지 않다. 기차 등을 이용해 육상으로 오고갈 수 있으며 비행기를 이용할 경우 이동시간은 더욱 단축된다. 유럽은 이러한 점을 이용해 유럽연합(EU)을 창립해 유럽 내 단일시장을 구축하고 단일통화를 실현하여 유럽의 경제와 사회의 발전을 촉진시키고 있다.

축구도 마찬가지다. 유럽의 UEFA 챔피언스리그는 유럽 전역을 통합해 대회를 진행한다. 아제르바이잔의 카라바흐FK는 스페인의 AT마드리드와 잉글랜드의 첼시, 아스날 등과 경기를 치렀다. 유럽만 놓고 봤을 때 아제르바이잔과 스페인, 잉글랜드는 끝과 끝에 해당한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면적이 작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에 비해 아시아는 어떤가. 아시아는 전 세계 면적의 32%를 차지할 만큼 엄청난 크기를 자랑한다. 유럽과 비교해 수많은 국가들이 아시아에 존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들이 곳곳에 흩어져있어 이동거리가 길어질 수밖에 없다. UEFA의 시스템을 AFC가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면 AFC랭킹에 따라 그룹을 편성하게 된다. 만약 한국이 이란, 호주 등과 한 조에 묶이게 되면 매 경기마다 긴 여행을 떠나야 하는 일이 발생한다. 참고로 한국의 서울에서 호주 시드니까지의 거리는 잉글랜드의 런던에서 아제르바이잔의 카라바흐까지 가는 것보다 멀다.

아시아는 광활한 대륙이다. ⓒ 네이버 세계지도 캡쳐

가까운 예로 AFC 챔피언스리그를 살펴보자. AFC 챔피언스리그는 국내 리그, 리그컵 등을 병행해야 하는 클럽들을 배려해 동-서로 지역을 나눠 경기를 치른다. 그래서 동아시아 클럽 팀이 최소 4강까지 서아시아 클럽 팀을 만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많은 축구팬들은 국내 클럽들이 중동의 명성 있는 팀들과 맞대결을 펼치는 모습을 자주 보고 싶겠지만 아시아의 엄청난 면적이 발목을 잡고 있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② 선수들의 체력문제 – 유럽파 선수들은 어쩌나
현재 한국, 중국, 일본을 비롯한 각국 리그의 일정을 미루어 볼 때 UEFA의 시스템을 그대로 받아들인 AFC 네이션스리그의 창설은 그야말로 선수들을 혹사시키는 대회가 될 수 있다. 특히 유럽파 선수들의 피로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유럽파 선수들은 유럽에서 자국까지 이동해 다시 자국에서 AFC 네이션스리그 원정이 열리는 곳까지 긴 이동거리를 소화해야 한다.

물론 유럽에서 원정 경기가 열리는 곳까지 바로 이동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것 역시 선수에게 부담을 주게 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선수들과 선수들의 차출을 허락해야 하는 클럽들의 반발이 매우 심해질 수밖에 없다. 만약 차출된 선수가 부상을 입은 채 소속팀으로 복귀하게 되면 그 여파는 고스란히 소속팀으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말 그대로 혹사당한다. ⓒ 토트넘 공식 페이스북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리버풀의 위르겐 클롭 감독은 UEFA 네이션스리그를 두고 “세상에서 가장 무의미한 대회다. 선수들이 부상 없이 돌아왔으면 좋겠다. 선수들은 UEFA 네이션스리그 같은 의미 없는 대회뿐만 아니라 EPL과 챔피언스리그를 위해서도 싸워야 한다. 매우 힘든 일정”이라고 말한 바 있다. 클롭 감독은 UEFA 네이션스리그가 창설되면서 소속팀 선수들이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해 정작 리버풀에 있어 가장 중요한 리그와 챔피언스리그 일정을 소화하는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유럽은 아시아에 비해 상대적으로 면적이 좁고 유럽 선수들 대부분이 유럽에서 활약하고 있어 이동거리가 적다. 하지만 이러한 유럽에서도 클롭 감독이 언급한 것과 같은 불만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하물며 자국 국가대표팀의 ‘보물’과도 같은 유럽파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의 걱정은 유럽 국가들보다 컸으면 컸지 결코 적지 않다.

③ 대회의 흥미 – 국가 간 수준차이
축구팬들 입장에서 바라보면 분명 UEFA 네이션스리그는 밤잠을 설치게 할 정도로 흥미로운 대회다. 마치 월드컵과 같이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잉글랜드 등과 같이 세계 축구를 주름잡는 ‘전통 강호’들이 모여 각축전을 벌이는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동시에 대다수의 아시아 축구팬들은 이 대회를 본뜬 AFC 네이션스리그의 창설을 바라고 있다. 하지만 막상 AFC 네이션스리그가 시작하게 되면 아시아 국가 간 실력 차이를 실감하게 될 것이다.

AFC에는 총 47개의 회원국이 있다. 하지만 이 중 북마리아나제도는 FIFA 비회원국에 속하기 때문에 46개의 팀이 AFC 네이션스리그에 참가하게 된다. 먼저 현재 FIFA 랭킹 순으로 A-B-C 그룹을 나눠보면 A그룹의 탑 시드는 이란, 호주, 일본, 한국이 차지하게 된다. 그 다음 2시드는 사우디아라비아, 시리아, 중국, UAE가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까지는 국가 간 수준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다. 하지만 키르기스스탄이 있는 3시드와 인도, 팔레스타인 등이 포함된 4시드부터 편차가 매우 커진다.

가장 상위 그룹이라는 리그A부터 이렇게 편차가 커지게 되면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일방적으로 강자들이 우승을 독식하는 ‘그들만의 그리그’로 전락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팬들 역시 AFC 네이션스리그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비해 현재 유럽은 어느 정도 평준화가 이뤄진 상태다. C그룹의 그리스, 슬로바키아 또는 노르웨이는 A그룹의 아이슬란드와 스위스 등을 상대로 결코 밀리지 않는 경기력을 펼칠 수 있다.

물론 이들이 맞대결을 펼치려면 C그룹의 팀들이 A그룹으로 승격을 해야 하지만 그만큼 유럽은 국가 간 수준차이가 매우 크지 않기 때문에 하위 그룹 팀의 팬들은 언제든지 이변이 일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대회를 즐기게 되는 것이다. 즉, 결론적으로 대회의 흥행과 팬들의 관심에 국가 간 수준차이가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말이다.

④ 치안문제 – 선수단은 과연 안전한가?
아시아는 유럽에 비해 정치적으로 안정되지 않은 나라들이 다수 존재한다. 특히 레바논, 예멘,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등은 현재 정세가 매우 불안해 곳곳에 급진주의 무장단체들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시리아에서는 지금도 포성이 울리고 있다. ⓒ Dimitry_Golovko

과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전을 위해 한국 국가대표팀은 레바논 원정을 떠난 적이 있다. 그런데 당시 레바논에는 ‘쓰레기 대란 시위’로 시작된 반정부 운동이 레바논 전역을 뒤흔들고 있었고, 한국 정부는 선수단의 신변 보호를 위해 레바논 당국과 한국 외교부가 함께 협력해 철통 경호를 펼친 바 있다.

이 밖에도 내전 중인 국가들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테러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자칫 원정팀 선수들이 무장단체들의 표적이 될 수 있다. 이런 경우 제 3국에서 원정경기를 치르는 방법으로 대체할 수 있지만 이는 홈, 원정 양 쪽 모두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⑤ AFC 운영방식 – 중동 편애 논란?
현재 AFC 회장은 바레인 국적의 살만 알 칼리파다. 그래서 AFC는 중동의 그늘 아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아시아 축구는 중동과 동아시아-호주가 경합하는 형태의 흐름을 보이고 있기에 ‘중동 편애’에 대한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AFC는 ‘AFC 올해의 선수상’을 시상식에 참가할 수 있는 선수에게만 상을 주겠다는 원칙을 세우면서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의 수상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도 했다. 당시 한창 이름을 날리던 박지성이 계속 최종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또한 과거 샤이크 살만 전 AFC 회장은 “호주를 아시아권에서 퇴출시켜야 한다”고 발언하며 중동 축구의 영향력을 키우고자 한 적도 있었다.

물론 맹목적으로 “AFC는 중동을 위한 단체다”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AFC가 지금까지 행해왔던 운영방식을 미루어 봤을 때 AFC 네이션스리그는 중동에 리그 일정 및 선수의 차출 방식 등과 같은 혜택이 어느 정도 주어지는 대회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AFC 네이션스리그? 지금은 시기상조다
UEFA 네이션스리그가 첫 대회를 시작하자마자 아시아에서 AFC 네이션스리그 창설에 대한 논의가 나왔고 검토 중에 있다. 물론 축구팬들에게 1년 내내 경기를 볼 수 있도록 함으로써 아시아 축구의 흥행과 A매치 경기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겠다는 것은 좋은 취지다. 하지만 아직까지 AFC 네이션스리그의 도입은 시기상조다.

넓은 대륙으로 인한 이동거리, 치안문제 등 제도적으로 해결하기 힘든 외부적인 사항들이 발목을 잡고 있으며 아시아 축구계 내 존재하고 있는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또 다른 걸림돌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국가 간의 실력 차는 꽤 오랜 시간을 두고 생각해봐야하는 문제다. AFC 챔피언스리그의 경우엔 클럽이 내로라하는 선수들을 영입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기회가 많지만 AFC 네이션스리그는 오로지 자국 선수들로 팀을 꾸려야하기 때문이다.

AFC 챔피언스리그는 AFC 네이션스리그와 본질 자체가 다른 대회다. ⓒ ypa.ir

일각에서는 실력 차로 인해 아시아 축구팬들이 흥미를 잃어버리는 것을 막기 위해 AFC와 OFC(오세아니아축구연맹)를 통합해 권역별 네이션스리그를 진행하거나, 이동거리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에서 동-서로 나눠 지역별로 대회를 치르자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의견 모두 한 가지 측면에서 바라봤을 때의 대안일 뿐 AFC 네이션스리그 전체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이 되지 못한다.

선수들을 위한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
지금 당장 UEFA의 시스템을 받아들이겠다고 AFC 네이션스리그를 창설하는 것은 위험한 선택일 수 있다. 아무리 많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아시아는 UEFA 룰을 그대로 적용하기 보다는 융통성 있는 규정을 논의하고 실행해야한다. 다토 윈저 폴 존 AFC 사무총장은 “AFC가 네이션스리그와 같은 대회를 열 가능성이 높지만 아시아 축구의 실정에 맞도록 룰을 조금 개정해야 한다”며 지적했고, AFC 네이션스리그 창설 지지의사를 표명한 말레이시아축구협회(FAM)의 부통령 다툭 유소프 마하디는 “경쟁의 질을 높이는 데는 찬성하지만 유럽과 달리 국가 간 거리가 멀기 때문에 깊이 있는 연구가 수반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AFC가 네이션스리그를 아시아에 도입하는 것은 아시아 축구 발전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아시아 실정에 맞는 좀 더 융통성 있는 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AFC 네이션스리그는 아시아 축구에 맞는 룰로 선수들이 부담 없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그에 맞는 환경이 마련된 상태에서 도입되어야 한다. 경기, 대회 모두 선수들이 직접 뛰며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emrechan1@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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