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산 무궁화 제공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정말 우여곡절이 많았다.

지난 4일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에 K리그 홍보대사인 BJ감스트가 등장했다. 과거 아산과 감스트가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가 등장한 것이었다. 하지만 감스트가 아산에 방문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하지만 감스트는 아산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리저리 분주하게 움직였다. 감스트를 향해 '최고의 K리그 홍보대사'라고 말하지만 아직도 그에게 완전한 신뢰를 보내지 않는 사람 또한 있다. 감스트의 면모, 그리고 진심을 알 수 있는 한 가지 일화를 소개한다.

아산의 외침 "약속 지켜라 감스트"

아산과 감스트는 지난 8월 만났다. 그 자리에서 한 가지 약속한 것이 있었다. 김도혁이 골을 넣을 경우 감스트의 트레이드 마크인 '관제탑 댄스'를 추고 아산이 우승을 확정짓는 경기에 감스트가 참석해 축하해준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난 10월 27일 아산은 서울이랜드전에서 4-0 대승을 거두며 K리그2 우승을 확정지었다. 특히 이날 김도혁 또한 골을 넣으며 '관제탑 댄스'를 마음껏 췄다.

하지만 이 자리에 감스트는 없었다. 김도혁과 아산 박동혁 감독은 한 목소리로 감스트의 '약속 이행'을 촉구했다. 김도혁은 "문선민을 이용해 다음 홈 경기 때 반드시 섭외하겠다"라고 다짐했고 김도혁에게 페널티킥을 차라며 지시하며 '큰 그림'을 그렸던 박 감독 역시 기자들에게 "감스트 좀 불러달라. 오기로 해놓고 안온다"면서 감스트의 아산 방문을 간접적으로 요청했다. <스포츠니어스>는 이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달했다.

아산 김도혁의 큰 그림, 감스트 ‘관제탑 댄스’에 숨겨진 비밀

아산의 우승 시상식은 FC안양과의 홈 경기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서울이랜드전 이후 약 일주일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아산 구단은 감스트를 아산에 부르기 위해 총력전을 벌였다. SNS를 통해 '응답하라 감스트'라며 서로가 약속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내보냈고 김도혁 역시 틈 나는 대로 감스트를 섭외하기 위해 알아봤다. 하지만 기약 없는 노력일 수 있었다.

감스트는 이미 약속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감스트는 이 약속을 기억하고 있었을까? 바쁜 일정을 소화하기 때문에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약속을 까먹지 않고 있었다. 아니 까먹을 수가 없었다. 시청자와 팬들 때문이었다. 아산의 우승이 다가오자 팬들은 감스트의 개인방송에서 약속을 상기시켰다. "형, 아산 곧 우승인데 가야하는 거 아니에요?", "우승했으면 아산 가셔야죠."

감스트는 약속을 지키고 싶었다. 하지만 일정이 쉽게 비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 <스포츠니어스>의 보도가 있었고 뒤이어 아산 구단이 영상을 공개하며 '감스트가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때마침 인천유나이티드 문선민도 움직였다. 김도혁이 "문선민이 단톡방 만들어주지 않는다"라고 한 이후 문선민은 김도혁과 감스트를 연결하기 위해 단톡방을 개설했다. 김도혁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제 관제탑 보셨어요? 공약 지켰으니 아산 오실 거죠?"

ⓒ 아산 무궁화 제공

감스트의 매니저 또한 소식을 접했다. 그는 감스트의 일정을 확인했다. 우승 시상식 날 감스트는 촬영 일정이 잡혀 있었다. 하지만 감스트 측은 일정을 조정했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결국 일정을 조정하고 아산에 통보했다. "시상식 때 방문하겠습니다." 아산은 기쁜 마음으로 SNS에 올렸다. '응답했다 감스트'

아산에 감스트가 등장한다는 것은 아산 지역 학생들에게 큰 화제였다. 감스트는 인기 BJ였다. 학생들 사이에서 인지도가 높았다. 그가 직접 아산에 등장한다는 것은 관심이 집중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명주, 주세종 등 국가대표급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는 아산이 우승 시상식을 한다는 것도 흥행 요소였지만 여기에 감스트의 등장은 아산 시민들의 기대감을 더욱 끌어 올렸다.

늦게 도착했지만 환호 이끌어낸 감스트

경기 당일 꽤 많은 인파가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에 모여들었다. 아산의 우승을 축하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 중에서는 학생들의 모습이 꽤 많이 보였다. 평소 아산 경기를 보며 아산의 팬이 된 학생들과 더불어 감스트를 보기 위해 평소보다 많은 학생이 몰린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경기 시작 직전까지 감스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홍보 담당 최주훈 사원은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감스트 곧 있으면 올 겁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감스트는 보이지 않았다. 최주훈 사원의 표정도 조금씩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사실 감스트는 아산에서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서포터스 석에서 팬들과 스킨십을 한 다음 본격적인 우승 시상식에 참석해야 했다. 도중에 들어오는 미디어의 인터뷰 요청도 있었다. 문제는 감스트가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 시간 감스트는 고속도로 위에 있었다. 촬영을 아예 취소할 수는 없기에 감스트는 일정을 조정했다. 그리고 촬영을 마치자마자 아산으로 향하는 차에 올랐다. 하지만 생각보다 시간이 늦었다. 감스트의 차량은 부지런히 움직였다. 물론 "규정 속도 준수하고 안전벨트 꽉 매고 왔다"라고 감스트는 강조했다. "홍보대사 일도 아니고 내가 과거 아산 코미디홀에서 생활한 추억에 가고 싶어서 갔다가 약속한 것이기 때문에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무조건 가야하는 자리기에 어떻게든 가려고 노력했다."

그는 후반 30분이 되기 전 경기장에 도착했다. 관중석으로 입장하자 그를 알아본 학생들이 몰려들었다. 장내 방송으로 "서포터스 석에 사람이 많이 몰리고 있으니 조심하라"는 안내가 나올 정도였다. 다들 감스트와 사진을 찍기 위해 달려들었다. 여기저기서 "형"을 외치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경기 종료 후 선수들도 아산에 온 감스트를 환영했다. 그렇게 감스트는 힘겹게 약속을 지켰다.

ⓒ 아산 무궁화 제공

"어찌보면 슬픈 우승입니다"

경기 후 <스포츠니어스>와 만난 감스트의 표정은 마냥 좋지 않았다. "K리그2 우승을 확정한 것은 정말로 축하한다. 우승 세리머니 하는 모습 보며 기뻤다"라고 말한 그였지만 "사실 조금 슬픈 날이다. 경찰청에서 일방적으로 해체하라고 하지 않았는가. 사실 단계적인 해체 아니었는가. 아무것도 모르는 선수들은 열심히 축구만 했을 뿐인데 이런 결과를 앞두고 나와서 안타깝다"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관중석에서 더욱 마음 아픈 상황을 맞이했다. "서포터스 석 쪽에서 팬들과 만나 사인을 해주고 있는데 아산 옷을 입고 있는 한 무리의 청소년들이 '형, 형 사진 찍어주세요' 하면서 오더라. 알고보니까 아산 U-15 선수들이었다. 이 선수들은 성인 선수들보다 더욱 해체에 대해 잘 모르지 않는가. 그런데 그들의 미래가 너무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경찰 쪽에서 힘들 수도 있지만 다시 한 번 검토를 해주셨으면 좋겠다."

짧지만 알찬 시간을 마치고 감스트는 다시 서울로 돌아갔다. 이번 만남이 아산과의 마지막이 아니길 기원하면서. 그리고 감스트는 조만간 아산 선수를 한 번 더 만나야 한다. 김도혁 때문이다. 경기가 끝나고 한참 뒤 김도혁은 <스포츠니어스>에게 조심스럽게 털어놓았다. "감스트가 초청에 응해줘서 작은 선물을 준비했는데 우승 세리머니 때문에 바빠서 주지 못했다. 이거 줘야 하는데…" 선물이 무엇인지는 그 때 공개하겠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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