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희 수석코치 ⓒ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인천=홍인택 기자]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고문희 수석코치는 내년을 향한 기대를 드러냈다.

현대제철 H CORE 2018 WK리그 챔피언결정전 2차전이 열린 5일 인천남동경기장. 경주한수원은 운명의 마지막 경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지난 2일 홈에서 열렸던 1차전에서 3-0 대승을 거두면서 언론의 관심도 경주한수원에 쏠려 있었다. '창단 2년 차의 팀이 5연속 왕좌를 지킨 인천현대제철을 1차전에서 꺾었다'라는 소식은 그만큼 의미가 컸다.

경주한수원은 이번 시즌의 복병이었다. 시즌 내내 3위와 4위를 오가며 챔피언결정전으로 향하는 플레이오프를 가시권에 뒀다. 9월 17일부터 팀의 지휘봉을 잡았던 고문희 대행은 10월 8일 서울시청을 꺾으면서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확정했다. 수원도시공사와 구미스포츠토토가 끝까지 따라붙었으나 스포츠토토는 결국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고 플레이오프에서 만난 수원도시공사도 결국 잡아내며 창단 2년 만에 챔피언결정전에 당당하게 올라갔다.

모두가 '그래도 우승은 현대제철'이라고 말했을 때 경주한수원은 1차전에서 사고를 쳤다. 챔피언 5연패의 기록을 갖고 있던 인천현대제철을 3-0으로 꺾으며 파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안심할 수는 없었다. 상대는 모두가 인정하는 강자 인천현대제철이었다. 1차전 세 골 차로 앞섰지만 네 골, 다섯 골 차이로 뒤집힐 수도 있는 게 여자축구다. 지난 7월 13일 신생팀 창녕WFC는 구미스포츠토토에 전반전에만 3실점 했지만 후반전 네 골을 넣으며 대역전극을 펼치기도 했다.

그리고 챔피언결정전 2차전. 경주한수원은 전반 종료 직전 장슬기에게 골을 허용하고 후반 3분 정설빈에게 페널티킥 골을 허용하면서도 끝까지 버텨내는 듯했으나 후반 종료 직전 인천현대제철 정설빈에게 또 페널티킥골을 내주며 총합 3-3으로 연장전에 돌입했다. 급기야 연장 전반 9분 따이스에게 실점하며 무너지는 듯했으나 연장전 종료 직전 아스나가 페널티킥 골을 성공하며 승부차기까지 갔다.

혈투 끝에 아쉽게 패배한 경주한수원 ⓒ 스포츠니어스

경주한수원도 우승이 간절했다. 인천현대제철이 차지한 왕좌를 끌어낼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결국 승부차기에서 김정미의 선방에 막히며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다. 팀의 주장이자 승부차기에서 골키퍼로 나섰던 윤영글은 패배 후 가장 오랜 시간 눈물을 흘렸다. 고문희 대행은 그런 윤영글을 끌어안으며 등을 톡톡 다독여주기도 했다.

고문희 대행은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서 승부차기 갔다. 선수들에게 박수쳐주고 싶다"라며 경기 소감을 전했다. 고 대행은 "승부차기로 승패를 나누는 게 선수들에겐 너무 가혹했던 것 같다. 우리 선수들은 정말 잘했고 칭찬받을 만 하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우리 선수들이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건 이번 시즌을 잘 이겨냈다는 증거다. 올해의 아쉬움이 내년에는 성장과 도약의 발판이 됐으면 한다"라면서 "포기하지 않았던 모습이 더 고무적"이라며 내년을 향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고 대행은 "우리 선수들이 고개 숙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누구보다 열심히 싸웠다. 이런 경기가 계속 펼쳐지면 팬들이나 관중도 늘어날 것"이라며 선수들을 향한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준우승을 차지한 경주한수원. 창단 2년 차에 이룬 업적이기에 내년이 더 기대되는 팀이다. 이들을 상대했던 인천현대제철 최인철 감독은 승부를 걸 요소 중 하나를 '경험'이라고 했다. 이들은 귀한 경험을 얻었다. 팀의 주장 윤영글도 자신의 SNS를 통해 '리그 5연패를 차지했던 최강팀을 상대로 충분히 멋진 경기를 했다'라고 적었다. 고문희 대행이 밝힌 기대처럼 팬들도 내년의 경주한수원을 더 기대할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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