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와 우승은 처음이지?’ 아산 김도혁의 첫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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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아산=조성룡 기자] 고기도 많이 먹어본 사람이 먹을 줄 알고 우승도 많이 해본 적 있는 사람이 즐길 줄 안다?

아산무궁화가 K리그2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4일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2 2018 아산무궁화와 FC안양의 경기에서 아산은 안양 알렉스에 페널티 골을 실점하며 끌려갔지만 후반 막판 임창균의 극적인 두 골에 힘입어 2-1로 승리, 우승을 화려하게 자축했다.

아산에는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대거 포진되어 있다. 하지만 놀랍게도 아산 선수들 중에는 프로 입성 이후 단 한 번도 K리그 우승을 경험하지 못한 선수들이 여럿 있다. 경기 후 열리는 시상식은 아산을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이를 즐기기 위해서는 뭔가 경험치가 필요하다. 지금부터 이날 프로에서 처음으로 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린 한 선수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첫 우승 앞둔 김도혁에게 한 마디, “형만 믿어”
이번 FC안양전을 앞두고 프로 첫 리그 우승컵을 들어보는 선수들이 아산에 몇몇 있었다. 인천유나이티드에서 뛰다가 아산으로 온 김도혁 또한 그 중 하나였다. 시상식은 설레는 순간 중 하나다. 꽃가루가 휘날리는 가운데 우승컵을 들어올린다. 그리고 우승컵을 들고 사진도 찍는다. 마음껏 기쁨을 발산하며 1년의 고생을 털어버리는 순간이 바로 시상식이다.

하지만 김도혁은 경험이 없었다. 학생 시절 경험한 우승과 K리그에서 경험하는 우승은 또 다르다. K리그에서의 우승은 비교적 많은 팬들의 환호에도 답해야 하고 미디어의 쏟아지는 관심에도 응해야 한다. 처음 K리그 우승을 경험하는 김도혁은 우승이 낯설 수 있었다. 그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누군가 김도혁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형만 믿고 따라오면 된다.” 전북현대 출신 고무열이었다.

고무열은 그래도 여러 번 우승 경험이 있었다. “(김)도혁이가 촌놈이라 잘 몰라요. 우승을 처음 하면 기분 좋아서 막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그러는데 사실 그러면 안됩니다. 센스가 필요해요 센스가. 위치선정이 중요합니다. 우승컵을 들어 올릴 때 사진 잘 나오는 위치도 따로 있고 굳이 막 여기저기 돌아다닐 필요가 없어요.” 김도혁은 경상남도 남해 출신이고 고무열은 부산 출신이다.

경기 전까지 김도혁은 ‘싸지방’에 있었다
김도혁은 뭔가 자신 만의 우승 세리머니를 하고 싶었다. 고민하던 중 한 사람을 떠올렸다. 프랑스의 은골로 캉테였다. 평소 김도혁은 캉테를 좋아했다. 팀 동료 이명주도 김도혁을 보고 ‘캉테’라고 불렀다. 인천에서 아산까지 김도혁은 항상 ‘숨은 영웅’의 자리를 좋아했다. “내 취향이 팀을 위해 희생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다. 캉테가 그 역할을 굉장히 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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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올해 캉테의 프랑스는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캉테는 월드컵을 들고 사진을 찍었다. 당시 캉테의 수줍은 표정은 ‘귀엽다’는 반응과 함께 국내에서도 화제가 된 바 있다. 김도혁은 무릎을 쳤다. “이거다.” K리그2 우승 쟁반을 들고 캉테와 같은 포즈로 사진을 찍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는 캉테의 포즈를 연구했다. “오른다리 각도는 이렇게, 오른팔은 이렇게.” 그렇게 경기장에 오기 전까지 김도혁은 ‘싸이버지식정보방’에서 캉테의 사진만 한참을 보다가 버스에 올랐다.

안양과의 경기가 끝나고 김도혁은 우승을 마음껏 자축했다. 그의 프로 통산 첫 리그 우승이었다. 고무열의 생각대로 김도혁은 그라운드 구석구석을 뛰어다니며 기뻐했다. 고무열은 그 모습을 보며 말했다. “이해해줘야 한다. 원래 처음 우승하면 다 저러더라.” 하지만 그는 우승컵을 들고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았다. 좀처럼 우승컵이 그의 손에 오지 않았지만 김도혁은 기다렸다. 그것마저 캉테와 비슷했다. 결국 김도혁은 차례를 기다리고 나서 드디어 캉테의 포즈를 하고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김도혁의 작은 소망 “인천 팬들과 이 기분 느끼고 싶다”
시상식 후 <스포츠니어스>와 만난 김도혁은 몹시 상기된 표정이었다. “와 이게 이런 기분이구나. 우승하니까 정말 좋다.” 여기저기서 샴페인을 터트리는 통에 김도혁의 우승 기념 티셔츠는 젖어 있었고 찬 바람이 불어 쌀쌀했지만 김도혁은 그래도 싱글벙글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한 가지 소망을 밝혔다. “정말 기쁘다. 이런 기분을 처음 경험했으니 다음에는 우승을 더 잘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아산 팬들과 함께 우승을 축하하니 더욱 좋은 것 같다. 그런데 사실 인천 팬들도 아직 이 기분을 느껴보지는 못하지 않았나. 우승이 이렇게 즐겁다는 것을 다음에는 인천 팬들과 함께하고 싶다.” 이날 아산의 우승 시상식에는 인천 팬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김도혁은 그들과 사진을 찍으면서 우승을 기념했다.

사실 김도혁은 경기 종료 직전 공에 급소를 맞아서 통증이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승의 기쁨은 남자 만이 아는 고통을 뛰어넘었다. “좀 아프다”라고 말하면서도 여기저기 사진 촬영에 응하느라 김도혁은 정신 없었다. 마지막으로 “고무열이 잘 알려주던가”라고 물어보니 그는 지체 없이 답했다. “별 거 없던데요? 역시 그 형은 믿으면 안 돼.”

wisdragon@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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