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흥행할수록 팬들도 조심해야 한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니어스 | 곽힘찬 기자] 축구는 가장 격렬한 응원 문화를 갖고 있는 스포츠 중 하나다. 각 리그 마다, 그리고 팀 마다 독특한 응원 문화를 가지고 있다. 많은 관중들은 팀을 상징하는 유니폼을 입고 응원가를 부르면서 환호성을 지른다. 때로는 경기 중 라이벌 팀의 선수가 공을 잡았을 때 야유를 퍼붓기도 한다. 이러한 응원 문화는 이제 오늘날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이 되었으며 축구를 즐기는데 필요한 요소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무엇이든 너무 지나치게 되면 부족한 것과 다름없다는 뜻이다.

지난 2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 수원 삼성과의 경기에서 일부 수원 팬들의 도를 넘은 팬심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불편을 겪었다. 일부 수원 팬들은 과거 전북의 심판 매수 사건을 비난하고 조롱하고자 ‘돼지’가 그려진 스티커를 전주월드컵경기장 알림판을 비롯해 원정팬이 출입하는 S석 곳곳에 부착하는 행위를 했다. 이 때문에 전북 구단 직원들과 경호를 목적으로 투입된 인력들은 정작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고 부착된 스티커를 제거하기 위해 매달렸다.

훼손된 전주월드컵경기장 기물 ⓒ 전북현대포토스 공식 페이스북

그것이 정말 올바른 ‘팬心’일까?
이날 경기는 전북의 2-0 승리로 끝이 났다. 전북은 우승을 확정했음에도 불구하고 1군 선수들을 대거 투입시키며 재밌는 경기를 팬들에게 선사했고 수원 역시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 되어 전북을 상대로 시원스러운 경기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정작 이들을 응원하고 박수를 보내줘야 할 팬들의 행동이 아쉬운 건 사실이다.

이제 축구를 대표하는 문화로 자리 잡은 응원전은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경기장 안과 밖에서 다른 팬들과 함께 상대에게 야유를 보내고 응원가를 부르면 축구를 몇 배 더 재밌게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응원은 반드시 팬들의 응원가 또는 서포터즈가 내건 걸개를 통해서 이뤄져야 한다. 경기장 내로 이물질을 투척하거나 상대 팬들의 신변을 위협하게 된다면 그것은 올바른 응원 문화가 될 수 없다.

소수가 다수의 얼굴에 먹칠하고 있다
사실 이번 전북과의 경기에서 일부 수원 팬들이 시도한 이런 행동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6년 8월 2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던 FC서울과의 ‘슈퍼 매치’에서 20대 초·중반의 수원 팬 2명이 경기장에 불을 지르는 일이 발생했다. 경기 후반 경기장 본부석을 기준으로 오른쪽 전광판 아래쪽에 부착된 서울 현수막에 불이 난 것이다. 서울 측은 CCTV화면을 분석해 용의자를 찾아냈고 마포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사건을 저지른 수원 팬 2명은 약 2주 후 마포경찰서에 자진 출두해 조사를 받았다. 이들은 일이 발생한 이후 곧바로 수원 서포터즈에서 탈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지난 4월 일부 수원 팬들이 전북과의 원정 경기가 종료된 후 복면을 쓴 채 출입구를 막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경기장에 있었던 팬들은 SNS를 통해 수원 팬들이 전북 팬들을 위협하는 영상을 올렸고 수원 팬들은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물론 전북 팬들 역시 이들과 충돌하며 논란을 빚었다. 물론 수원을 응원하는 팬들이 모두 몰상식한 일을 저지른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대다수의 ‘정상적’인 팬들은 올바른 방식으로 응원을 펼친다. 다만 소수의 팬들이 대다수의 ‘정상적인’ 팬들의 이미지까지 실추시키고 있는 것이다.

만약 해외 팬이 와서 이런 일을 했다면?
지난 2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공공기물을 훼손한 일부 수원 팬들은 스티커를 붙이며 “이것 또한 응원 문화 중 하나이며 스티커를 붙이는 것은 우리 수원을 위한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자신들의 행위에 대해 합리화하는 동시에 뿌듯함을 느꼈을 것이다. 이러한 행동이 자신들이 응원하고 있는 구단의 이미지에 더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한다. 이들 때문에 ‘정상적인’ 팬들까지 SNS를 비롯한 여러 곳에서 비난을 받았다.

‘팀을 응원하는 팬의 마음’이라는 명목으로 자신들이 정당화한 이 행동은 스스로 격을 낮추는 행위에 불과하다. 수원이 아시아를 대표하는 명문 구단이라고 생각한다면 자신들 역시 그에 걸맞게 행동해야 한다. 전주월드컵경기장의 공공기물을 훼손한 것은 분명히 법에 접촉될 수 있는 일이다. 현행법상 공공기물 등에 허가 없이 낙서 등의 훼손을 할 경우 재물손괴 등으로 처벌 받게 된다.

전주월드컵경기장은 전북 팬들 뿐만 아니라 한국에 존재하는 모든 축구팬들의 것이다. 다른 경기장 역시 그렇다. A매치 경기가 있을 때면 라이벌 관계에 있던 팬들은 하나가 되어 다 같이 한국을 응원한다. 만약 한국으로 원정 온 팀의 외국 팬들이 경기장을 훼손한다면 이번 사건의 중심이 된 일부 수원 팬들 역시 외국 팬들을 비난할 것이다. “나는 되고 너희들은 그러면 안 돼”라는 ‘내로남불’의 이기적인 생각은 한국 축구의 서포터즈 문화뿐만 아니라 K리그 전체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을 한 번쯤 생각했으면 한다.

이제 막 K리그에 발을 들인 어린 팬들도 보고 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재발 막을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
최근 월드컵, 아시안게임의 여파 등으로 국내 K리그 경기장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많은 축구 팬들이 원했던 K리그의 흥행 덕분에 한국 축구 전체가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하지만 이렇게 긍정적인 기류가 흐르고 있는 와중에 경기가 있을 때마다 일부 팬들이 문제를 일으키고 이에 관해 좋지 않은 기사가 나온다면 그 어떤 팬들도 경기장을 다시 방문하기 원치 않을 것이다. 경기장은 축구 그 자체를 즐기기 위한 곳이다. 무리지어 다니며 상대 팬들을 공격하거나 기물을 마구 파괴한다면 이는 축구가 가지고 있는 본질이 흐려지게 된다.

이날 전북과 수원의 경기를 담당한 경기감독관은 일부 수원 팬들이 저지른 행위와 관련해서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의 경기 관련 평가 회의에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프로축구연맹과 각 구단 역시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명확한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연맹이 적시한 규정에는 서포터즈의 경기장 내 훼손 행위에 대해 제재를 내리는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상벌위원회를 거쳐 구단에 대신 제재금 또는 무관중의 징계를 내릴 뿐이다. 서포터즈가 ‘훌리건화’ 된다면 축구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로 대두될 수 있다. 연맹과 구단은 함께 협력해 이러한 일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그리고 만약 재발할 경우 엄하게 처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K리그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요즘이라면 더더욱 조심해야 하지 않을까.

emrechan1@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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