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아산 구단을 위해 십시일반 도움을 모았다. ⓒ아산무궁화 제공

아산무궁화축구단이 존폐 기로에 놓여 있다. 경찰청에서 내년 시즌 선수 수급을 중단하면서 팀은 해체 위기에 몰렸다. <스포츠니어스>에서는 아산무궁화를 위해 다각도로 힘을 모으기로 했다. 지금은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할 때다. 시간이 많지 않다. <스포츠니어스>는 다양한 ‘아산 사람들’을 취재했다. 부디 <스포츠니어스>가 미약하지만 '마지막 불씨'라도 되길 바란다. -편집자주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아산무궁화가 존폐 위기에 놓였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제일 먼저 누가 떠올랐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수를 떠올린다. 그리고 코칭스태프를 떠올린다. 조금 더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구단 직원들의 실직을 걱정한다. 자녀가 있는 학부모라면 아산에서 뛰고 있는 유소년 선수들에게 시선이 간다. 팬이라면 같은 팬들이 받을 상처를 생각한다.

그런데 여기 속앓이 하고 있는 또다른 사람들이 있다. 바로 '아산'이라는 이유로 아산무궁화와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다. 바로 아산 구단 후원 업체들이다. 그들은 축구보다 아산에 먼저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찾아온 프로축구라는 존재를 따뜻하게 환영했다. 힘내라고 후원을 자처했다. 그런데 이 팀이 없어진단다. 모두가 축구인과 축구팬을 주목하지만 그들의 이야기 또한 들어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스포츠니어스>가 이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풍기반점' 사장님은 "왜 이렇게 잘하는 팀이 없어져야 하느냐"며 아쉬워했다. ⓒ스포츠니어스

"우리 팀이라서 후원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

아산 창단부터 풍기반점은 '비타민 하우스'의 일원이었다. 그리고 선수들이 즐겨 찾는 맛집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제는 세월이 흐르면서 원정팀 팬들도 찾는 집이 됐다. K리그2 팬들 사이에서는 "아산에 가거든 풍기반점에 들러 짬뽕밥을 먹으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물론 아산 현지 주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짬뽕밥도 맛있지만 칼칼함은 숙취가 있어야 더 느끼는 법이다. 여기서는 탕수육을 먹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기자는 쟁반짜장을 먹었다.

이렇게 인지도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집이지만 사실 대형 음식점은 아니다. 깔끔한 건물 1층에 조그맣게 자리 잡고 있다. 요즘 풍기반점의 사장 신윤복 씨는 걱정이 많다. "아니 왜 잘되려는 팀이 갑자기 없어진다고 그래서…" 아산 존폐 이야기다. 구단 창단 초기부터 구단을 후원하는 '비타민 하우스'에 가입했던 풍기반점과 신 대표는 약 2년 동안 함께했던 팀이 없어진다는 소식에 마음이 심란하다.

"우리 팀이잖아요. 아산을 대표하는 선수들이고 아산의 팀이니까 후원하는 겁니다. 이유가 없어요. 그런데 이 팀이 없어지다니요." 신 대표의 말에서는 안타까움이 가득 묻어나왔다. "다들 뒤숭숭한 분위기에요. 이 이야기가 처음 나온 것도 굉장히 갑작스러웠어요. 별 일 없이 축구 잘하고 1부리그 승격 하겠다고 생각했는데 해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굉장히 놀랐어요."

그동안 신 대표는 아산 선수들이 찾아오면 어머니 같은 마음으로 음식을 내놓았다. 젊은 선수들이 국방의 의무를 위해 아산까지 와서 뛰는 모습이 안쓰럽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선수들은 음식 남기는 법이 없었다. 그래서 기특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그들이 불안한 미래를 걱정하는 모습에 신 대표는 마음이 아프다. "피해를 보는 사람이 없도록 해야죠. 선수들도 마찬가지지만 아산 시민들과 저희도 피해자입니다. 경찰청이 그래서는 안됩니다."

'풍기반점' 사장님은 "왜 이렇게 잘하는 팀이 없어져야 하느냐"며 아쉬워했다. ⓒ스포츠니어스

"시민구단 생긴다면 더 열심히 해서 후원할 겁니다"

아산의 대표적인 스폰서는 푸드렐라다. 아산 선수들은 등에 '푸드렐라'를 달고 뛴다. 그래서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아산은 11명의 푸드렐라 선수가 뛴다"라는 농담도 있다. 푸드렐라 장덕철 대표는 이날도 관중석에서 경기를 관전하고 있었다. 그를 만나 축구팬들 사이에 존재하는 농담을 전하니 "그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면서 "정말 그런 이야기를 해주시는 것이 너무 감사하다"라며 고개를 꾸벅 숙인다.

최근 아산의 존폐 논란과 관련해 그는 아쉬움이 큰 모양이었다. "이제 좀 무언가를 해보려고 하는 구단이었는데 이렇게 되니 아쉬울 수 밖에 없다." 그는 아산 구단에 큰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최근 푸드렐라의 새로운 공장이 완공됐을 때 장 대표는 공장 외벽에 푸드렐라와 아산 구단 로고를 나란히 큼지막하게 새겼다. 서울에서 아산으로 갈 때 국도변에서 이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는 당연하다는 듯이 "기업과 지역 사회는 같이 가야 한다. 축구단도 마찬가지다"라면서 "푸드렐라는 아산에서 31년 째 운영되고 있는 기업이다. 선수들이 아산을 위해 이렇게 열심히 뛰어주는데 아산 기업이 아산을 후원하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냉정하게 아산 후원으로 인해 홍보 효과가 있었을까? 장 대표는 "기업은 오래 됐지만 푸드렐라라는 브랜드는 신생 브랜드다. 런칭한지 얼마 되지 않아 확답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그래도 확실한 것은 있다. 최근 푸드렐라가 서울 강남의 입점 조건 까다로운 매장에 입점했다. 신세계와 푸드렐라 둘 뿐이었다. 그리고 FA컵에서 전북현대를 꺾었을 때 아산이 지상파 9시 뉴스에 나왔다. 그 때 푸드렐라 로고가 유니폼을 통해 몇 초 간 노출됐다. 다음날 연락이 어마어마하게 왔다. 분명 아산을 후원함으로 인해 푸드렐라에 대한 인지도는 크게 올랐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만일 아산이 시민구단이 된다면 장 대표는 계속 아산을 후원할 생각이다. "시민구단으로 전환되면 스폰서 금액도 오를텐데 회사 매출 규모나 사정을 생각하면 좀 걱정이 된다"면서도 "그래도 내가 더 열심히 많이 벌어서 후원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미소를 짓는다. 그가 바라는 것은 아산에 프로축구단이 계속해서 존재하는 것이다. 돈을 좀 더 많이 내더라도 아산이 사라지는 것은 원치 않는 일이었다.

'풍기반점' 사장님은 "왜 이렇게 잘하는 팀이 없어져야 하느냐"며 아쉬워했다. ⓒ스포츠니어스

"지금 아산이 없어지면 또다시 프로축구단이 생길까요?"

큰 기업 대표도 작은 업체 사장도 아산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는 사실에는 큰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역시 후원업소 중 하나인 윤가네 옛날통닭 윤석창 사장도 마찬가지다. 아산을 후원하기 시작하면서 부쩍 말을 거는 손님들이 늘었다. "경기장에서 광고하는 것 봤어요."

무엇보다 윤 사장은 아산에 막 자리잡기 시작한 문화가 사라지는 것을 안타까워 하고 있었다. 아산은 축구 불모지일 뿐 아니라 '문화 불모지'에 가까웠다. "내가 아산에서 오래 살았다. 어릴 때 영화관이 단 한 곳 있었다. 조그만 소극장 수준이었다. 그런데 고등학교 때 그 소극장이 사라졌다. 그리고 아산에서 한동안 영화를 볼 수 없었다. 그러다 불과 얼마 전 터미널 근처에 영화관이 생겼다. 물론 아산에 있을 것은 다 있고 필요한 것은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정말 살 만한 도시라고 하기에는 문화 시설이 부족하다. 축구가 들어온 것은 아산의 갈증을 채워줄 수 있었다."

그는 일종의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아산 '비타민 하우스'로 인연을 맺은 이후 그는 장사 틈틈이 아산을 홍보했다. 먼저 경기장을 찾은 관중은 통닭집을 알아보고 먼저 통닭집을 찾은 손님은 경기를 알게 되는 선순환 구조였다. 하지만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선수들과 직원들만 노력한 것이 아니다. 우리와 같은 소상공인도 아산의 발전을 위해 힘을 보탰다. 그런데 경찰청의 일방적인 결정에 내 노력도 수포로 돌아가게 생겼다."

특히 아산 '비타민 하우스'에 가입한 소상공인들은 조금씩 모임을 가지며 네트워크를 형성하려고 하는 시기였다. 서로 사업에 도움이 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만남을 기대했지만 순식간에 이 모임은 아산 구단을 구하기 위한 모임이 되어가고 있었다. 사업적인 측면에서 아산이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지금 살고 있고 사업 하고 있는 도시가 좀 더 발전하기 위해서, 그리고 자신들의 터전이 조금이나마 더 나은 곳이 되기 위해서 아산은 꼭 필요한 존재였다.

윤 사장은 "만일 이대로 아산이 없어진다면 다시는 아산에 프로축구단이 생기지는 않을 것 같다"라는 우려를 드러냈다. 맞는 말이다. 성장 중이라지만 아직 인구 33만명에 불과한 소도시 아산에 프로축구단이 생긴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물론 아산도 이를 알고 있었다. 그래서 무궁화 축구단을 충분히 활용해 2020년 새로운 팀을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에 의해 그들의 꿈은 모두 좌절될 위기에 처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기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근데유, 우리 팀 정말 없어져유?"

wisdragon@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