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연맹

아산무궁화축구단이 존폐 기로에 놓여 있다. 경찰청에서 내년 시즌 선수 수급을 중단하면서 팀은 해체 위기에 몰렸다. <스포츠니어스>에서는 아산무궁화를 위해 다각도로 힘을 모으기로 했다. 지금은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할 때다. 시간이 많지 않다. <스포츠니어스>는 다양한 ‘아산 사람들’을 취재했다. 부디 <스포츠니어스>가 미약하지만 '마지막 불씨'라도 되길 바란다. -편집자주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해체 위기에 놓여 있는 아산무궁화 축구단이 시민구단 전환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경찰대학이 더 이상 신입 선수를 뽑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내년 시즌 K리그 참가가 불투명해진 아산은 이대로라면 해체 수순을 밟게 된다. 다각도로 구단 살리기에 나선 아산은 최근까지 경찰청에 내년 시즌 선수 수급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그 사이 팬들은 국가대표팀 경기에 경찰청의 입장 번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바뀐 건 없다. 경찰청은 기존 방침을 그대로 고수한다는 입장이다. 이후에는 구단과 경찰청의 진실게임이 벌어지기도 했다. 구단과 경찰청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연맹에서는 “일방적으로 선수 수급 방침을 중단한 경찰청이 이 방침을 철회해야 한다”고 했지만 경찰청의 입장은 그대로다. 그런 가운데 아산 구단 측에서는 더 이상 경찰청의 입장 번복을 기다리기보다는 시민구단 창단으로 방침을 전환한다는 내부 계획을 세웠다.

<스포츠니어스>는 아산에서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박명화 운영지원부장을 단독으로 만나 이같은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21일 아산과 성남의 KEB하나은행 K리그2 2018 경기를 앞두고 이순신종합운동장에서 만난 박명화 부장은 최근 아산 구단의 상황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놨고 미래에 대한 계획도 공개했다. 물론 그의 말대로 다 이뤄질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하지만 아산은 더 이상 경찰청의 입장 번복만을 바라고 있을 수는 없다. 뭐라도 해야 하는 입장이다. 박명화 부장과의 대화를 공개한다.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우루과이의 평가전을 앞두고 아산을 살리기 위한 서명운동을 벌어졌다. ⓒ스포츠니어스

시민구단 전환으로 입장을 굳힌 건가.

공식적인 입장 표명은 아직 아니다. 다만 경찰청에서 입장을 번복하지 않고 의경을 더 이상 뽑지 않을 상황이 높아지면서 그에 대한 대비책 중의 하나로 이를 생각하고 있다.

경찰청의 마음을 돌리는 건 이제 불가능해진 건가.

문체부나 국무조정실 쪽으로 문의해 의견을 타진 중이다. 하지만 이제 시간도 촉박하고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본다. 일단 경찰청이 선수들 더 뽑지 않을 것에 대비는 해야 한다. 오세현 아산시장도 이 내용을 다 파악하고 있다. 아산시민구단이건 충남도민구단이건 창단 준비를 검토하고 있다.

이제 10월 말이다. 팀을 창단해 새로운 시즌에 임하는 건 현 시점에서 어려워 보인다.

올 시즌이 끝나면 선수들이 제대하고 딱 14명이 남는다. 이 14명에 새로운 선수들을 충원해 2019년에는 한시적으로 팀을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리고 이 14명이 완전히 제대하는 2020년에는 완전한 형태의 시민구단이 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지금까지 K리그에서 이렇게 군경팀과 일반 선수가 섞여서 팀이 구성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 일과 관련해서는 사안의 특수성을 고려해 예외를 뒀으면 하는 바람이다.

창의적인 방안이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떨지 모르겠다.

일단 연맹에서의 승인이 필요하다. 연맹 이사회에서 타 구단들도 동의를 해줘야 가능하다. 그리고 경찰청에서도 14명의 선수가 내년 시즌에는 이 팀에서 뛸 수 있도록 협조해 줘야 한다. 내년에 남게 될 14명의 선수들은 아산과 경찰청을 믿고 온 선수들이다. 이 선수들이 남은 복무 기간 8개월 동안 일반 의무경찰로 돌아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

경찰청에서는 선수들이 입대할 때 의경 폐지가 결정되면 일반병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서약서를 썼다고 주장한다.

그 서약서는 2년 전 입대한 선수들도 썼다. 선수들은 입대 당시 의례적으로 쓰는 동의서 정도라고 받아들였지 그걸 무기로 선수들을 일반 의경으로 복무시키는 게 맞는 결정인지는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경찰청의 입장을 자세히 들어봤나.

경찰청에서는 최대 관심사가 남은 14명의 선수들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것뿐이다. 얼마 전 경찰청과의 회의에도 들어갔는데 그쪽에서는 내년 시즌 리그에 참가하지 않으면 활용할 수 없는 14명의 선수들에 대한 처리 방안만 요구하고 있고 나머지는 뒷전이다. 이런 부분은 경찰대학과 경찰청에 대단히 서운하다. 이 부분은 관련 당사자들이 더 많은 고민을 해야한다.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우루과이의 평가전을 앞두고 아산을 살리기 위한 서명운동을 벌어졌다. ⓒ스포츠니어스

시간이 부족하다.

일단 긍정적인 건 내부적으로는 축구단을 운영할 만한 기반 시설은 다 돼 있다는 점이다. 경기장 시설도 좋고 라커도 잘 마련돼 있다. 구단 소유 버스도 있다. 선수가 경찰청에서 수급될 뿐 나머지는 대부분이 구단 소유다. 선수들이 쓰는 집기류나 용품들도 대부분 구단이 마련했다. 선수단을 운영할 세금을 마련하는 건 다른 문제지만 일단 시민구단으로 출발할 만한 기반 시설은 돼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

시민구단 창단을 위한 시간 외에 걸림돌은 무엇인가.

역시 예산이다. 예산만 해결되면 크게 문제될 건 없다. 2년 동안 무궁화 축구단이 아산에 있으면서 시민들의 반응도 좋아졌고 공감대도 형성이 됐다. 공감대 부분에 있어서는 큰 걸림돌은 없다. 이제 아산시가 결단을 내려야 하고 연맹에서도 남게 될 14명의 선수에 대한 활용 방안에 대해서도 결정해 주면 좋겠다. 아직 군경 선수와 일반 선수가 혼합된 팀을 구성한 적은 없어서 연맹과 논의를 해볼 예정이다.

아산시민구단 외에도 충남도민구단을 창단하자는 움직임도 있다. 특히나 아산이 천안과 연합해 구단을 창단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아산과 천안이 한 팀을 만드는 건 시간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아산과 천안은 지역적으로 가깝지만 정서적으로는 라이벌 구도다. 아산천안역과 천안아산역 등 역명 문제로도 3년을 싸웠다. 택시 승강장 하나를 놓고도 싸운다. 아산과 천안이 창단을 놓고 힘을 모으기에는 무리다. 아산시민구단이나 아예 충남도민구단 창단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우루과이의 평가전을 앞두고 아산을 살리기 위한 서명운동을 벌어졌다. ⓒ스포츠니어스

아산시와는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가고 있나.

구단 입장에서는 빠른 결정을 원하지만 아직 해결된 부분은 없다. 특히나 유소년 선수 학부모들이 많이 불안해 한다. 내년에 우리 유소년 팀에 입단하기로 결정된 선수들은 이제 다른 학교로 진학도 못한다. 벌써 아산 유소년 팀으로 진학이 결정됐는데 지금 바꿀 수도 없다. 그 아이들은 이 결정 하나로 갈 곳이 없어질 수도 있다. 코치진과 프런트도 장래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불안해 한다. 빨리 결정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준비 계획이 더 명확했으면 한다.

일단 세 경기가 남았다. 무조건 우승을 하고 볼 일이다. 그 우승을 바탕으로 시민구단이건 도민구단이건 빨리 진행되어야 한다. 연맹에서는 리그 마지막 경기가 열리는 11월 11일까지 일이 결정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 구단 대표와 관계자들이 잘 준비하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해달라.

아산 축구계 어른들로부터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이렇게 끝나면 다시는 우리 생에 아산 팀을 못 본다.” 이번에 팀이 사라지면 인구 30만 아산시에서는 다시는 프로축구를 볼 수 없을 지도 모른다.

footballavenue@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