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전에서 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펼치는 대전 황인범의 모습. ⓒ프로축구연맹

[스포츠니어스 | 아산=김현회 기자] 대전시티즌 황인범은 아산무궁화에서 짧지만 강한 시기를 보냈다. 2018년 시즌을 앞두고 경찰에 입대한 그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 조기전역했다. 황인범의 조기전역은 큰 화제가 됐다. 그는 곧바로 전역해 대전시티즌으로 돌아갔다. 선임들보다 먼저 제대한 황인범은 지금도 아산무궁화 선수들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황인범은 아산무궁화에서 18경기에 출장해 1골 2도움을 기록한 뒤 제대했다.

그리고 지난 6일 황인범은 대전 유니폼을 입고 아산을 상대했다.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대전시티즌과 아산무궁화의 KEB하나은행 K리그2 2018 경기에서였다. 황인범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같은 팀에서 뛰던 동료들을 마주했다. 그리고 이 날 황인범은 후반 34분 0-1로 뒤진 상황에서 페널티킥 키커로 나섰다. 그는 아산 골문을 한 번 슬쩍 쳐다보더니 기가 막힌 파넨카킥으로 아산 골문을 갈랐다. 그리고는 ‘내가 이곳에 왔다’며 존재가치를 알리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날 대전은 후반 44분 가도에프가 한 골을 더 보태 2-1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대전은 11경기 연속 무패(8승 3무)를 이어 나갔고 갈 길 바쁜 아산은 뼈아픈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21일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에서 아산-성남전을 앞으고 만난 박동혁 감독은 황인범 이야기가 나오자 장난스럽게 말했다. “인범이가 페널티킥 차고 세리머니까지 했는데 너무한 거 아닌가요.” 물론 그의 표정은 진지하기보다는 농담에 훨씬 더 가까웠다. 얼마 전까지 함께 한 제자에 대한 관심의 표현이었다.

박동혁 감독이 <스포츠니어스>와 만났다. ⓒ스포츠니어스

박동혁 감독은 그 경기가 끝난 뒤 주변 반응을 전했다. “우리 선수들도 그렇고 주변에서도 그렇고 인범이가 차면 안 되는 거 아니냐고 그랬어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같은 팀이었는데…. 그리고 세리머니까지 하더라고요. 사실 좀 속에서 뭔가 확 올라오기는 했어요. 세리머니는 그래도 안 할 줄 알았거든요.” 더군다나 황인범은 이날 과감한 파넨카킥을 성공하며 아산의 기를 죽였다. 아주 대차게 불과 얼마 전까지 함께 한 선수들을 눌렀다. 황인범은 대전에 돌아가자마자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고 이제는 성인 대표팀에도 이름을 올릴 만큼 성장했다.

사실 박동혁 감독은 황인범에 대한 애정이 크다. 최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대한민국과 파나마의 경기도 현장에서 직접 지켜봤다. 무엇보다도 성인 대표팀에 발탁된 제자 황인범의 활약을 가장 주목했다. 그리고 이날 황인범은 A매치 데뷔골을 넣으며 펄펄 날았다. 황인범의 아버지는 경기장에서 박동혁 감독을 찾아가 따로 인사를 나눴다. 박동혁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인범이가 대표팀에 발탁됐을 때도 아버님이 전화를 주셨고 이번에 경기장에 가니까 또 인사를 하러 오셨더라고요. 여기 아산에 와서 잘 풀린 모습을 보니 지도자인 제 입장에서도 너무 기분 좋죠.”

박동혁 감독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짧은 시간 동안 인범이가 아산에서 이룬 게 많아요. 그런데 페널티킥을 넣고 세리머니까지 했으니 확 올라오긴 했지만 떠난 사람이니 뭐라고 할 수도 없죠.” 물론 황인범은 경기가 끝난 뒤 박동혁 감독에게 따로 전화를 했다. “감독님께 인사하러 갔는데 안 계셔서 인사를 못 드렸다고 전화가 왔어요. 뭐 이젠 상대팀이니 그러려니 하는 거죠. 그래도 그렇게 전화까지 해주니 금방 풀렸습니다.” 박동혁 감독에게 황인범은 이제 떠나간 제자지만 기억에 오래 남는 제자이기도 하다.

이제 황인범은 아산에 없다. 예정대로라면 지금 아산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벼야 하지만 조기전역을 해 떠났다. 하지만 박동혁 감독은 전혀 황인범을 그리워할 틈이 없다. 오히려 이렇게 말했다. “사실 선발 미드필드 명단 짜는 게 진짜 힘들었어요. 인범이부터 (주)세종이, (이)명주, (김)도혁이, (김)종국이 등 정말 잘하는 미드필더들이 많았거든요. 이 선수들을 다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고민이 많았습니다. 인범이나 명주를 위에도 세워보고 종국이를 오른쪽 측면에 쓰기도 했어요. 수원FC전에는 스리백을 쓴 뒤 도혁이를 왼쪽 윙백에 써본 적도 있어요. 그런데 왼쪽 윙백을 못하겠더라고 하더라고요. 자기가 경찰에 지원할 때는 수비수로 지원해 놓고….”

아산은 황인범의 제대가 분명히 아쉬운 일일 것이다. 더군다나 그런 황인범이 아산을 상대로 페널티킥을 넣은 뒤 세리머니까지 해 속이 쓰릴 것이다. 하지만 박동혁 감독은 잘 풀린 제자의 모습을 보고는 진심으로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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