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산무궁화프로축구단

아산무궁화축구단이 존폐 기로에 놓여 있다. 경찰청에서 내년 시즌 선수 수급을 중단하면서 팀은 해체 위기에 몰렸다. <스포츠니어스>에서는 아산무궁화를 위해 다각도로 힘을 모으기로 했다. 지금은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할 때다. 시간이 많지 않다. <스포츠니어스>는 다양한 ‘아산 사람들’을 취재했다. 부디 <스포츠니어스>가 미약하지만 '마지막 불씨'라도 되길 바란다. -편집자주

[스포츠니어스 | 아산=홍인택 기자] 아산무궁화축구단을 응원하는 팬들이 선수단을 위해 깜짝 이벤트를 준비했다.

지난 15일 경찰 측은 경찰야구단과 아산무궁화축구단 측에 의경 선수 선발을 중단하는 공문을 보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측은 "경찰청이 공문을 보내와 '공고한 대로' 올해부터 아산 선수를 모집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라고 전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며 아산무궁화축구단은 사실상 해체 혹은 시·도민 구단으로의 전환을 모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1일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으로 향했다. 성남FC와의 KEB하나은행 K리그2 2018 33라운드를 앞둔 아산 구단의 분위기는 생각보다 침착했다. 뒤숭숭한 분위기보다는 활기찬 분위기가 느껴졌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는 분위기는 선수들뿐만 아니라 구단 전체에 퍼져있었다.

한편 이 같은 상황에서 가장 어렵고 고민이 많을 선수들을 위해 팬들도 발 벗고 나섰다. 아산 축구단을 응원하는 팬들은 선수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시즌 종료가 얼마 남지 않았고, 게다가 이날 아산이 성남을 꺾는다면 K리그2 1위 자리를 수성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선수들을 응원해야겠다는 서포터즈와 팬이 마음을 모았다. 구단 측의 협조로 경기가 열리기 전 이벤트로 장식된 선수 대기실을 들렀다. 팬들과 선수들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 아산무궁화프로축구단

구단과의 의사소통이 뜻깊은 이벤트 만들어

팬들은 선수들을 위해 이벤트를 기획하고 구단 측에 요청했다. 바로 홈 경기장 선수 대기실을 응원 메시지로 꾸밀 수 있게 해달라는 것. 구단 측도 흔쾌히 팬들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대신 선수 대기실이라는 '성역'에 무턱대고 찾아갈 수는 없었다. 구단과 팬들은 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이벤트를 기획했다. 구단 측은 팬들에게 일부 공간을 꾸밀 수 있게 열어 주면서 선수들의 동선이 어떤지, 문을 열면 어디를 가장 먼저 보는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물론 주의사항도 전달했지만, 그 외는 전적으로 팬들에게 맡겼다.

구단 허가가 팬들에게 전달되자 그들은 일과를 마치고 운동장을 찾으며 철야 작업을 했다. 그동안 아산 구단이 찍었던 사진과 팬들이 찍은 사진을 모아 게시판처럼 만들었다. 포스트잇으로 축구장을 찾은 시민들과 팬들의 메시지를 하나하나 손으로 붙였다. 이틀 동안 철야 작업을 하며 선수들에게 힘이 되는 문구와 글귀를 모아 사진과 함께 붙였다. '별이 되어 비추어 줄게'라는 문구와 함께.

이틀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이렇게 많은 응원 메시지를 받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팬들은 "사실 경찰 측이 선수를 받지 않겠다고 하기 전, 7~8월부터 서포터즈가 선수들에게 응원 글귀를 써달라고 부스를 열었다"라며 "응원 문구 하나당 우리가 100원씩 적립해서 어려운 환경의 축구 꿈나무들에게 축구용품 등을 지원하려고 캠페인을 했다. 그때 모았던 쪽지들이다"라고 설명했다.

팬들은 이어 "아직 남은 게 엄청 많은데 오늘 안으로 하기는 힘들다. 나머지는 선수들에게 책자로 전달할 생각"이라며 "두 명 모두 이 팀으로 축구를 처음 좋아하게 됐다. 그래서 어느 정도로, 얼마나, 어떻게 꾸며야 할지 기준이 없었다. 어떻게 보면 유치원 게시판처럼 꾸민 것 같다"라고 말한 뒤 자체 평가로는 혹독한 '50점'을 매겼다. 팬들은 "마음 같아서는 벽 전체를 도배하고 싶었다"라며 혹평 이유를 설명한 뒤 선수들이 들어올까봐 황급히 대기실을 떠났다.

ⓒ 아산무궁화프로축구단

선수들은 감동의 도가니

팬들은 스스로 박한 평가를 내렸지만 팬들의 정성을 두 눈으로 직접 본 선수들에겐 의미 있는 서프라이즈 이벤트였다. 경기가 열리기 전 성남 선수들과 인사를 나누며 긴장을 풀고 있는 아산 선수들을 만날 수 있었다. 팬들의 정성에 감격해서인지는 몰라도 선수들은 밝은 모습으로 운동장에서 몸을 풀 준비를 하고 있었다.

구대영은 "라커룸을 보고 왔다. 정성이 가득하더라"라며 "감동받았다. 우리 분위기도 나쁜 게 아니고 좋기 때문에 라커룸에서 팬들이 해준 이벤트를 보면서 한 번이라도 웃고 얘기할 수 있었다. 우리로서는 분위기도 올릴 수 있어서 좋다"라고 말했다.

안현범은 "보고 눈물을 흘렸다"라며 특유의 넉살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는 이어 진지하게 "팬들이 다 손수 만든 것 아닌가. 너무 감동받았다. 대박인 것 같다"라면서 "감정이 복받치더라. 팬들을 생각하면 자꾸 뭔가 모르게 감정이 복받쳐 오른다. 없어질 팀인 걸 알면서도 응원해주시는 분들이니까"라고 전했다. 안현범은 "오늘도 목숨 걸고 열심히 뛰겠지만 우리는 매 경기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뛴다. 상대가 성남이라고 해서 특별한 것 없이 똑같은 생각으로 준비하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구대영은 "'힘내세요'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힘든 시기지만 힘내라는 얘기가 많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 메시지에 보답해서 힘을 내는 것"이라며 "너무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고 있다. 선수들이 할 수 있는 건 성적으로 보답하는 게 최우선이다. 우리도 힘든 시기지만 일단 성적을 내야 할 수 있는 말이 생긴다"라며 남다른 각오를 전했다.

ⓒ 아산무궁화프로축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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