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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수원=김현회 기자] 포항스틸러스 최순호 감독은 대표팀에서 1분도 뛰지 못하고 돌아온 제자 김승대, 이진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2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수원삼성과 포항스틸러스전을 앞두고 만난 최순호 감독은 “(김)승대와 (이)진현이가 대표팀 2연전에서 1분도 못 뛰고 와 아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순호 감독은 “지금은 대표팀 상비군 개념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몇 분이라도 그라운드를 누빌 기회가 주어졌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최순호 감독은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다”라면서 “나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우루과이전은 직접 현장에서 지켜봤다. 승대는 공격진에서 역습할 때 좋은 능력을 발휘하는 선수라 우루과이전에는 기회가 있을 줄 알았다. 진현이는 파나마전 출장을 기대했다. 대표팀 감독의 입장을 당연히 존중하지만 그래도 소속팀 감독으로서는 아쉽다”고 전했다. 이 둘은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에 선임됐지만 이번 두 차례 평가전에서 1분도 출장하지 못했다.

하지만 최순호 감독은 벤투 감독의 의사를 존중했다. 특히나 대표팀 선수단 변화 폭이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을 칭찬했다. 최순호 감독은 “지금껏 우리 대표팀 감독은 늘 선수단 폭이 너무 넓었다”면서 “감독이 바뀌면 다 갈아엎는데 중점을 뒀다. 23명이 엔트리인데 거기에서 4~5명만 바꿔도 선수단의 20%가 바뀌는 거다. 이전까지 대표팀은 새 선수를 발굴하는 양성소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최순호 감독은 “벤투 감독이 이 부분은 잘 하고 있는 것 같다.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자들이 대표팀에 차출돼 1분도 뛰지 못한 건 아쉬운 부분이지만 그러면서도 대표팀 전체를 위해서는 이해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면서 “승대는 대표팀에 가 기회를 못 받은 적이 몇 번 있으니 스트레스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진현이는 이제 첫 발탁이니까 경기에 나가지 못한 여파는 별로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순호 감독은 1980년대를 대표하는 걸출한 공격수였다. 1986년 멕시코월드컵과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서도 주전으로 활약했다. 그는 늘 대표팀에 1순위로 뽑혀 주전으로 뛰던 선수였다. 하지만 그에게도 대표팀에서 시련의 시기는 있었다. 최순호 감독은 “1985년 문정식 감독이 대표팀을 지휘할 때 대표팀에 갔다가 1분도 못 뛴 적이 있다”면서 “그래서 승대나 진현이 같은 선수들의 마음을 이해한다”고 밝혔다.

그는 더 솔직하게 일화를 털어놨다. 최순호 감독은 “나는 12년 동안 대표팀에 있었다. 1980년 5월부터 1991년 8월까지 대표팀에 있었던 모든 순간을 기억한다”면서 “그런데 1988년 이회택 감독과 갈등이 있어서 대표팀에 뽑히지 못했다. 나도 솔직히 대표팀에 가기 싫었는데 그때는 차출을 거부하면 징계를 내렸다. 그러면 소속팀에서도 못 뛰니까 감독과 앙금이 있어도 대표팀에 가야했다. 그런데 절묘하게 그 시기에 황선홍이 등장했다”고 웃었다.

대표팀에서 12년 간 뛰었던 최순호 감독은 누구보다도 대표선수들의 심정을 잘 안다. 벤투호 2기에 발탁돼 한 경기도 뛰지 못하고 돌아온 김승대와 이진현이 클럽하우스로 돌아와 감독실에 돌아와 인사할 때 그가 건넨 첫 마디는 뭐였을까. “잘 쉬다 왔어?” 바로 이 한 마디였다. 최순호 감독은 “오자마자 어떤 이야기를 해줄까 고민이 많았다”며 “함께 가슴 아파해야 하나, 위로를 해줘야 하나 고민하다가 그렇게 말했다”고 전했다.

최순호 감독은 “그렇게 장난 삼아 이야기하니 얘네들이 ‘운동만 열심히 하고 왔다’고 하더라”면서 “‘몸은 더 좋아졌겠네’라고 물으니 ‘컨디션이 아주 좋아졌다’고 했다고 했다”는 말을 덧붙였다. 대표팀에서 컨디션을 끌어 올리고 열심히 운동한 김승대와 이진현은 수원삼성과의 경기에 선발 출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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