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원과 홍철이 다시 만난 날


홍철
ⓒ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수원=홍인택 기자] “…웃으면서 기다린다고 했자나요.” 제대를 앞두고 있었던 홍철이 서정원 감독의 사임 소식을 듣고 올렸던 글이다.

20일 수원월드컵경기장. 홍철은 수원의 푸른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에 나섰다. 벤치에는 서정원 감독이 정장이 아닌 트레이닝 복을 입고 서 있었다.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33라운드에서 둘은 그렇게 다시 감독과 선수로 호흡을 맞췄다.

서정원 감독이 다시 팀에 복귀하고 공식적인 첫 경기를 치른 지난 17일(수) 제주유나이티드와의 FA컵에서는 뛸 수 없었다. 16일 파나마와 국가대항전으로 A대표팀에 소집된 그는 수요일 경기를 뛰기엔 무리가 있었다. 팀에서도 홍철에게 “엔트리에서 제외할 테니 대표팀 경기 출전 여부와 상관없이 편하게 하고 오라”라는 메시지가 왔다.

홍철이 서정원 감독의 복귀 소식을 들은 것도 대표팀에 차출됐을 때였다. 홍철은 “낮잠을 자다 일어나서 봤다. 처음엔 잘 못 봤나 싶었다”라며 특유의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누구한테 들은 것도 아니고 SNS를 보다가 수원 계정을 보고 알았다”라며 “기분이 좋았다”라고 전했다.

이날 홍철은 국가대표팀에서 뛴 피로도 잊은 채 왼쪽 측면을 누볐다. 사실 홍철은 이날 발표된 선발 명단에서 꽤 고참 측에 속했다. 사리치를 제외하면 모두 기회를 자주 받지는 못하던 선수들이었다. 홍철은 상주상무에서 만기전역 이후 이병근 대행과 함께 호흡을 맞추기도 했지만 이날 경기가 더욱 특별했다. 서정원 감독의 K리그 복귀전이었기 때문이다.

홍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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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철은 이날 왼쪽 측면을 지배하며 포항을 괴롭혔다. 러시아월드컵과 국가대표를 오가면서 더욱 노련해졌다. 그리고 후반에는 결국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리면서 김종민의 골을 도왔다. 그렇게 홍철은 서정원 감독의 리그 복귀전에서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다. 홍철 개인으로서도 의미 있는 기록이었다.

경기를 마친 홍철은 “내가 뛴 감독님의 복귀전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감독님이 없을 때도 뛰어보고 있을 때도 뛰어봤다. 벤치에 계신 것 자체만으로 선수들에게 힘이 되는 것 같다. 선수들도 의지를 많이 한다. 이겨서 기분이 너무 좋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홍철이 상주상무 제대 후 수원 복귀전을 치른 날 서정원 감독은 자리를 비운 상황이었다. 겨우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왔으나 그의 스승은 없었다. 홍철은 9월 19일 전북현대와의 AFC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승리를 거두고 개인 SNS 계정을 통해 승리의 기쁨을 나눴다. 그는 선수 대기실에서 찍은 사진을 올리며 “이 순간이 너무 그리웠다. 역시 수원”이라고 글을 남겼다. 마지막 말에는 “그리고 빈자리, 늘 가슴속에”라고 쓰며 서정원 감독을 그리워했다.

홍철
ⓒ 홍철 SNS 캡쳐

그리고 서 감독의 리그 복귀전을 앞두고 그는 다시 새로운 게시물을 업로드했다. ‘match day’라는 글과 함께 서정원 감독과 찍힌 투 샷을 다시 올렸다. 서 감독 복귀에 대한 반가움과 기쁨을 나누고 싶었다. 홍철은 “감독님 나가시고 메시지를 보냈는데 그땐 읽고 답이 없으시더라. 이번에는 대표팀 끝나고 장난 반 진담 반으로 ‘너 때문에 돌아왔다’라고 해주셔서 너무 고마웠다. 감독님이 처음 수원에 부임하시고 나도 수원으로 이적해서 왔다.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한 시간들이 있어서 고마움이 있다”라고 전했다.

서정원 감독은 이번 시즌을 마무리하고 팀을 떠날 예정이다. 정말 홍철 때문에 다시 돌아왔다면 홍철의 간곡한 부탁으로 팀에 남지는 않을까.

홍철은 “이미 언론에 미리 말을 다 하셨다. 그렇게까지 하셨는데 내년에도 있으면 이상하지 않겠나.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라며 넉살 좋게 얘기했다. 홍철의 입담만으로도 선수들과 서 감독의 사이를 유추할 수 있었다. 홍철은 “모든 대회와 모든 경기가 중요하다. 오늘은 비주전 선수들도 잘해줬다. 어린 선수들도 워낙 열심히 하는데 기회를 못 받았다. 오늘 경기를 통해 어필했다고 생각한다”라면서 “시즌 종료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항상 끝나고 서로 웃을 수 있게 결과를 거두고 싶다”라며 서 감독을 향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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