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풀 스터리지의 눈부셨던 9월 활약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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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은 스터리지에게 또 한 번 속아봐도 괜찮지 않을까? ⓒ 리버풀 페이스북



[스포츠니어스 | 임형철 기자] 시즌 개막 전까지 다니엘 스터리지는 리버풀에서의 입지가 좋지 못했다. 2013-14 시즌에 루이스 수아레스와 투톱을 이루며 리그 준우승을 이끌 때만 해도 그의 인기는 상당했다. 그러나 이후 대부분의 시간 동안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치료에 전념한 탓에 리버풀의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2017-18 시즌 후반기에는 강등권 팀 웨스트브롬위치로 임대를 떠나며 리버풀로부터 최후통첩을 받았다. 그러나 이마저도 부상 탓에 이른 시간 좌절을 맛보면서 리버풀에서의 커리어도 끝을 맺는 듯 보였다.

그러나 스터리지는 2018-19 시즌에 환골탈태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리버풀이 스터리지를 잔류시킨 계기는 울며 겨자 먹기 같은 느낌이 강했다. 주포 호베르투 피르미누의 후보 자원을 찾지 못했고 팀 내 유망주인 도미닉 솔랑케와 리안 브루스터는 1군에서 활약하기에 시간이 필요한 듯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스터리지는 직접 리버풀에 남아야 할 이유를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남다른 9월을 보낸 그는 리버풀 9월의 선수상을 받으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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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터리지는 첼시와의 카라바오컵 경기에서 멋진 바이시클 킥을 선보였다 ⓒ 리버풀 페이스북

눈부셨던 스터리지의 9월 활약상
스터리지는 8월 내내 후보 공격수로서 적은 출장 시간만 보장받더니 9월 들어 굵직한 활약을 남기기 시작했다. 9월 18일 안필드에서 열린 파리생제르망과의 UEFA 챔피언스리그 그룹C 조별리그 1차전 경기가 전환점으로 작용했다. 스터리지는 직전 토트넘전에서 얀 베르통언과의 충돌로 눈 부상을 당한 피르미누를 대신해 이날 선발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사실 경기 전까지만 해도 그의 출전에 대해선 우려스럽다는 반응이 많았다. 피르미누의 공백을 대체해준 자원이 그동안 없었기 때문에 달라진 리버풀의 최전방이 곧 약점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스터리지는 예상을 깨고 전반 31분 선제골을 터트렸다. 오른쪽 풀백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의 크로스가 길게 연결돼 반대쪽으로 흐른 사이 스터리지는 재차 왼쪽에서 크로스가 넘어올 것을 예상하고 상대 수비수 킴펨베의 옆을 가로지르는 움직임을 시도했다. 스터리지의 예상대로 왼쪽 풀백 앤디 로버트슨의 크로스가 빠르게 넘어왔다. 미리 수비를 교란하는 움직임을 가져갔던 스터리지는 즉시 헤더로 연결해 선제골을 터트렸다. 모두의 예상을 깬 스터리지의 모습에 벤치에 앉아있던 주전 경쟁자 피르미누도 활짝 웃음을 지었다. 스터리지의 골로 초반 분위기를 결과로 증명한 리버풀은 3-2로 조별리그 1차전에서 승리를 거뒀다.

이후 스터리지는 리버풀에 매우 중요했던 친정팀 첼시와의 2연전에서도 모두 득점에 성공했다. 그는 9월 26일에 열린 첼시와의 카라바오컵 3라운드 경기에서 선발로 출전했고 후반 13분 나비 케이타의 중거리 슛이 카바예로 골키퍼를 맞고 높이 뜨자 이를 바이시클 킥으로 연결하며 귀중한 선제골을 넣었다. 9월 29일 프리미어리그 7라운드 첼시전에서는 팀이 0-1로 지고 있는 상황에 교체 투입돼 맹활약했다. 후반 44분 페널티 박스 바깥에서 먼 쪽 골문을 겨냥한 왼발 중거리 슛 골로 경기를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스터리지는 9월 네 경기에 출전해 세 골을 넣었고 팀의 경기 결과를 뒤바꾼 훌륭한 활약을 남겼다. 그는 리버풀 9월의 선수상을 받을 자격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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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 리버풀 최고의 골로도 손색이 없을 리그 첼시전 골 장면 ⓒ 리버풀 페이스북

스터리지의 활약이 지니는 의미
그동안 리버풀은 주전 공격수 피르미누를 향한 의존도가 상당했다. 피르미누의 적극성과 폭넓은 움직임과 연계 능력을 대체해 줄 선수가 없었기 때문에 피르미누가 빠질 때마다 리버풀의 전방 공격수는 고립되기 일쑤였다. 이는 마네와 살라 같은 리버풀 날개 공격수들의 득점력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말았다. 2017-18 시즌까지 스터리지는 부상 여파로 경기에 나설 때마다 적극성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움직임도 부족했고 연계를 가져갈 만한 상황을 쉽게 만들지 못했다. 이 때문에 팀 차원에서는 스터리지가 피르미누를 대체하지 못한다는 결론을 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번 시즌 스터리지는 피르미누의 백업 공격수 역할을 훌륭히 소화하고 있다. 경기에 나올 때마다 멋진 골을 넣는 것을 포함해 피르미누와 흡사한 전술적 움직임을 가져가며 훌륭히 피르미누의 빈자리를 메워주고 있다. 그동안 반복되어왔던 부상도 이번 시즌은 잘 피하고 있다. 스터리지는 얼마 전 인터뷰를 통해 “평소보다 더 내려오는 플레이를 시도한다”고 밝혔다. 그의 끊임없는 노력 덕분에 드디어 클롭 감독이 원하는 최전방 공격수로의 변신을 마쳤다.

후보 공격수 다니엘 스터리지가 존재감을 발휘하면서 리버풀도 그동안 걱정했던 공격수 운용법에 대한 부담을 덜었다. 가장 고무적인 건 프리미어리그 대표 ‘유리 몸’이라 불리던 그가 이번 시즌은 부상 없이 온전한 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대로 부상 없이 자신의 역할을 지금처럼만 수행해주면 시즌이 끝날 때쯤 스터리지도 상당한 공헌도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stron1934@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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