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회] 이한샘과 연맹의 ‘금도끼 은도끼’ 이야기

아산 이한샘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금도끼 은도끼’ 이야기가 있다. 산에서 나무를 하던 나무꾼이 그만 실수로 도끼를 연못에 빠뜨렸다. 아무리 도끼를 건지려고 해도 건지지 못했다. 그러자 산신령이 나타나서 “이 금도끼가 네 도끼냐?”고 물었고 나무꾼은 “아닙니다”라고 대답했다. 다시 산신령이 “이 은도끼가 네 도끼냐?”라고 물었지만 나무꾼은 다시 “아닙니다”라고 답하고는 “제 도끼는 쇠도끼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산신령은 “마음씨가 옳다”면서 도끼 세 개를 모두 나무꾼에게 주었다는 이야기이다. 어릴 때 듣고는 그냥 흘려버린 이야기다. 세상은 이렇게 정의로운 사람에게 행복을 가져다 주지 않는다는 걸 어른이 된 뒤에는 줄곧 느끼고 있었다.

승부조작 거절과 신고는 차원이 다른 일
하지만 이렇게 전래동화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가 실제로 벌어졌다. 아산무궁화에서 뛰는 이한샘은 지난 달 승부조작을 제안하며 5천만 원을 건네려는 이를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리고는 이를 구단과 박동혁 감독에게 즉시 알렸고 제안자가 검거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경찰은 신고를 받고 출동해 제안자를 현장에서 체포했고 제안자는 구속됐다. 승부조작을 제안한 이가 K리그에서 오랜 시간 뛰며 사랑받았던 장학영이라는 점 또한 큰 충격이었다. 2011년 K리그가 승부조작으로 얼마나 큰 상처를 겪었는지 아는 이가 이런 죄를 저질렀다는 건 분노할 만한 일이다.

그런 이한샘에게 프로축구연맹이 포상금을 지급했다. 아마 최근 들어 승부조작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아는 선수들 상당수는 이런 제안에 응하지 않을 것이다. 2011년에 수 많은 선수들이 승부조작 이후 그라운드에서 쫓겨나는 모습도 봐왔고 이후 교육도 철저하게 이뤄지고 있으니 승부조작 제안에 응할 이들은 거의 없다. 하지만 단순히 제안을 거절하는 것과 이를 구단에 알리고 대응해 처벌 받게 하는 건 완전히 다른 일이다. 철저하게 교육받은 선수와 구단, 그리고 감독이 제대로 대응해 얻어낸 결과였다. 무엇보다도 제안을 거절하는 정도에서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대처한 이한샘이 가장 잘했다.

이한샘은 포상금을 받은 이후 이렇게 말했다. “그냥 승부조작 유혹을 거절만 해도 되는 일이었지만 그렇다면 그들이 또 다시 누군가에게 접근해 조작을 제안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내가 축구선수였고 승부조작 제안을 받았다면 아마도 거절은 했겠지만 신고까지 할 용기가 있었을지는 모르겠다. 아, 일단 경기에 나가야 조작 제안을 받고 말고 하는 문제라면 내가 유혹에 빠지는 일은 없었을 테지만 말이다. 얼마 전 은퇴한 한 선수에게 “솔직히 현역 시절 승부조작 제안을 받아본 적이 있느냐”고 물어보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었다. “형, 무슨 경기를 나가야 그런 제안도 받고 하지.”

이한샘
ⓒ 한국프로축구연맹

연맹이 쓴 7천만 원, 얻을 게 더 많다
어찌 됐건 이한샘의 대처는 정말 모범적이었다. 백 번, 천 번 칭찬해도 모자랄 일이다. 언론에서도 이한샘을 많이 칭찬한다. 그런데 한 군데 더 칭찬해야 할 곳이 있다. 바로 프로축구연맹이다. 연맹이 이한샘에게 7천만 원의 포상금을 내린 건 ‘신의 한 수’라고 생각한다. 승부조작 대가로 5천만 원을 제안했는데 이를 신고하면 박수를 받으며 7천만 원을 받을 수 있다는 풍토를 스스로 만들었다. 연맹이 이 일이 대해 기껏해야 사례금으로 1천만 원 정도나 전할 줄 알았는데 연맹의 통 큰 결정은 놀랍고도 멋진 일이었다. 연맹 입장에서도 7천만 원은 적은 돈이 아니지만 그로 인해 얻을 게 훨씬 더 많은 결정이었다.

연맹은 연간 철저한 부정행위 방지 교육을 실시한다. 선수들이 혹시라도 승부조작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까 수시로 확인하고 교육한다. 여기에 들어가는 돈만 해도 엄청나다. 그런데 그 어떤 교육보다 이번 포상금이 훨씬 더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승부조작 범죄를 제안한 사람보다 정의로운 사람이 더 큰 돈을 벌 수 있는 구조가 되면 아무도 승부조작에 연루되지 않는다. 연맹은 그걸 보여줬다. 악의적인 5천만 원과 정의로운 7천만 원 중에 택하라면 그 누구도 전자를 택하지 않을 것이다. 이한샘의 사례, 그리고 이번 연맹의 사례는 그걸 보여줬다. 정의롭게 살아도 부정하게 사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

7천만 원을 버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흔히 과거에는 간첩 한 명을 잡으면 인생 역전이 가능하다고 했다. 요즘엔 물가 상승률을 고려해 간첩 신고 포상금이 늘었지만 신고자가 공무원일 경우에는 포상금 상한 기준이 여전히 1억 원이다. 그런데 이한샘은 승부조작범을 잡은 뒤 7천만 원을 받았다. 간첩을 잡아야 벌 수 있는 돈을 벌었다. 2009년 불법교습학원 신고 한 달 전체 포상금이 7천만 원이었다. 무려 1,300건이 신고 돼 가능한 금액이었다. 그런데 이한샘은 정의로운 신고 한 번으로 7천만 원의 포상금을 받았다. 학파라치 1,300번을 신고해야 가능한 금액을 한 번에 챙겼다. 이 얼마나 시간 대비 고효율인가.

K리그는 승부조작 근절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금도끼 은도끼’의 실사판 이야기
2014년 광주FC는 K리그 클래식에 승격한 뒤 선수단 전체에 포상금으로 7천만 원을 지급했다. 그런데 이한샘은 범죄자 한 명을 잡아 광주FC 선수단 전체가 승격 이후 받을 수 있는 포상금을 받았다. 이 정도 포상금이면 승부조작을 할 수가 없다. 인생을 망칠 위험성에 몸을 내던지며 적은 돈을 받느니 한 순간의 정의로운 선택으로 박수도 받고 7천만 원도 받으면 훨씬 더 행복해진다. 연맹 입장에서도 모처럼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축구계가 더욱 더 신뢰를 받을 수 있는 목적으로 7천만 원이 쓰인다면 그 어떤 억대 연봉 선수 한 명이 활약하는 것보다 효과가 크다. 연맹은 이 포상금으로 7천만 원 이상의 효과를 얻었다.

아마도 장학영은 이한샘에게 5천만 원을 건네며 “이 돈으로 주변 선수들을 포섭해 같이 승부를 조작하라”고 했을 것이다. 이한샘이 혼자 5천만 원을 다 받는 것도 아니다. 2011년 승부조작 당시에도 패턴은 이랬다. 그랬다면 승부조작에 가담해 이들이 나눠 갖는 돈은 훨씬 적어진다. 이제 연맹이 승부조작을 신고한 이에게 7천만 원의 포상금을 줬는데 승부조작을 또 다시 시도하려는 이들은 더 큰 금액을 제시해야 한다. 물론 내가 그들의 사정까지 따져볼 이유는 없지만 그만큼 승부조작이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적어도 5명 이상의 선수를 매수해 승부조작을 하려면 위험 수당과 포상금 범위 이상의 금액을 제시해야 한다. 족히 수억 원이 필요하다. 이 정도 스케일이라면 범죄자들도 선뜻 나서지 못한다.

이한샘도 잘했고 연맹도 잘했다. K리그 우승 상금이 5억 원인데 이한샘에게 7천만 원의 포상을 내린 건 그만큼 연맹이 쉽지 않은 결정을 했다는 의미다. 풍족하지 않는 살림에 큰 선물을 선사한 거다. 그래서 더 박수를 보내고 싶다. 적어도 세상사에 찌들어 정의를 잃고 사는 이들에게 이한샘과 연맹은 착하게 살아도 복이 온다는 걸 보여줬다. 어른이 되고 ‘금도끼 은도끼’ 이야기를 믿지 않았던 나에게도 이 ‘금도끼 은도끼’ 이야기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걸 보여준 일이었다. 앞으로는 이 ‘금도끼 은도끼 ’이야기를 현실에 맞게 이렇게 바꿔보면 어떨까. “5천만 원을 받고 승부조작을 하겠느냐, 아니면 이 제안을 신고하고 7천만 원을 받겠느냐.” 이한샘과 연맹은 이 전래동화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가 실제로도 일어날 수 있다는 걸 너무나도 잘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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