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아산무궁화 이한샘이 승부조작 신고로 포상금을 받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총재 권오갑, 이하 ‘연맹’)이 아산무궁화 이한샘에게 7,0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기로 하고 17일(수) 축구회관 5층 연맹 회의실에서 포상금 수여식을 진행했다. 이한샘은 지난 9월 21일 경기 관련 부정행위를 해달라는 전직 축구선수의 제안을 단호하게 거절하고 이를 즉시 구단에 알려 제안자가 검거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행사 이후 <스포츠니어스>와 단독으로 이뤄진 대화에서 이한샘은 비교적 담담한 표정이었다. "포상 받은 것을 축하한다"라고 덕담을 전하니 그는 오히려 "글쎄… 딱히 기분 좋을 만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 칭찬해주신 것은 감사하지만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다"라고 겸손한 반응을 보였다. 내친 김에 그에게 당시 상황을 좀 더 자세히 물어봤다.

"존경하던 선배가 나를 찾아왔다"

이한샘은 부산아이파크 원정 경기가 있던 당시를 회상했다. "호텔에서 누가 날 불렀다. 가보니 장학영이었다." 이한샘에게 장학영은 존경하는 선배 중 하나였다. 연습생으로 시작해 국가대표팀 승선까지 해낸 '축구인 신화'가 바로 장학영이었다. 그리고 이한샘은 어린 시절 장학영의 경기 모습을 TV로 보며 축구선수의 꿈을 키우기도 했다. 그런데 그 장학영이 자신을 찾은 것이었다.

좋은 마음으로 장학영을 만났지만 이한샘은 오히려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장학영은 그 자리에서 승부조작을 제의했다. 그는 이한샘에게 "전반 25~30분 안에 반칙을 저지르고 퇴장하라"고 부탁하면서 5,000만원을 건네려고 했다. 이한샘은 당황했다. 장학영의 말을 듣자마자 '이건 승부조작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승부조작은 절대 해서는 안되는 범죄였다.

"장학영을 만나기 사흘 전에 승부조작 방지 교육을 들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개꿀잼 몰카'라고 생각했던 것 아닌가라는 말을 했다고 들었다. 하지만 '몰카'라는 의심을 할 겨를도 없었다.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어린 시절 장학영을 텔레비전으로 보며 선수의 꿈을 키웠던 사람이지만 아닌 건 아닌 거다. 그래서 거절했다." 승부조작 제의를 단칼에 거절한 이한샘이었지만 이후 깊은 갈등에 빠졌다. 신고를 해야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내가 안하면 누군가 당한다"

사실 이한샘은 승부조작 제의를 거절하고 나서 신고를 안할 수도 있었다. 양심에는 위배되는 행동이지만 승부조작을 거절한 것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심지어 현재 아산은 뒤숭숭한 분위기에 놓여 있었다. 팀이 존폐 위기에 놓여 있다. 만일 이런 상황에서 아산발 승부조작 소식이 들려오면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었다. 이한샘은 많은 고민을 했다. 하지만 의외로 쉽게 마음을 먹었다.

"내가 장학영의 제의를 거절하고 그저 모른 척 하면 별 일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모른 척 하면 승부조작 브로커는 또 다른 선수를 찾아갔을 것이다. 내가 이 고리를 끊는 것이 축구계를 위해 올바른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이 문제를 놓고 아산 박동혁 감독과도 상의했다. 박 감독은 이한샘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말했다. "신고하는 것이 좋겠다."

결국 이한샘의 신고로 경찰은 해당 호텔에서 장학영을 긴급 체포했다. 장학영은 진술에서 "공범인 브로커 C씨가 축구단을 설립하면 감독직을 시켜주겠다며 5천만 원을 대신 전달해달라고 지시했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로커 C씨는 중국으로 이미 출국한 상황이었지만 승부조작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었다는 것에서 의미를 둘 수 있었다. 이한샘은 그렇게 용기를 냈다.

"선례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별 다른 일 없이 이한샘은 아산에서 열심히 훈련하며 군 복무 기간을 채우고 있었다. 그러던 중 장학영이 승부조작을 제의했다는 언론 보도가 등장했고 거절한 사람이 이한샘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승부조작을 신고하고 나서 별 일 없이 잘 살고 있었는데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말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연맹 포상도 마음만 받고 싶었다. 하지만 좋은 선례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실명과 얼굴 공개에 대한 우려를 감수하고 받기로 했다."

많은 사람들이 무엇보다 이한샘의 신변에 관해 걱정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승부조작을 신고한 당사자이기 때문에 보복의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승부조작에 중국 등 조직폭력배가 연관되어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한샘은 담담하게 말했다. "아직까지 신고한 이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나는 괜찮다. 팬들께서 그렇게 걱정 해주시니 감사할 뿐이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이한샘은 연맹에서 받은 포상금을 아직 어디에 쓸지 계획하지 않았다. "나는 프로 선수이고 선수로서 받은 포상금이기 때문에 구단과 상의해서 쓰고 싶다"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아직 포상금 수령 절차도 정해지지 않았고 세전 금액인지 세후 금액인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모든 게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이한샘은 "포상금 수령 소식을 듣고 연맹에서 기념 촬영까지 한 뒤 총재님과 식사도 했다. 하지만 아직은 포상금이 어떤 방식으로 들어오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K리그 구한 이한샘의 간절한 부탁

앞서 말한 것처럼 아산은 현재 존폐 위기에 놓여 있다. 그렇기에 이한샘의 승부조작 신고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이한샘의 승부조작 신고 사실이 드러난 이후 이것이 아산의 향후 미래에 대해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가 많이 존재했다. 하지만 우리는 알아야 한다. 이한샘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 중 가장 최선의, 그리고 최고의 선택을 했다. 그리고 훌륭한 일을 하고도 무언가 악영향을 받는다면 그것은 이 사회가 비정상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한샘에게 현재 아산의 분위기를 물었다. 그러자 담담하던 이한샘의 목소리가 간곡한 어투로 바뀌었다. "내가 바로 내년에 남는 14명의 선수 중 한 명이다. 막내 기수이고 그 중에서 나이가 제일 많다"라고 입을 연 이한샘은 "정말 우리 선임들과 코칭스태프를 보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존경심을 느낀다. 이 사람들은 다음 시즌 전에 전역하거나 다른 직장을 찾으면 끝이다. 하지만 이 구단을 한 번 살려보겠다고 프로답게 매일매일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지금 K리그2 1위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다른 선수들도 똑같이 말하겠지만 아산 구단의 유지를 한 번만 도와달라는 부탁을 하고 싶다"면서 "이들이 승격을 할 수 있을 지, 없을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매 경기 몸 사리지 않고 최선을 다해 뛰는 이유는 그만큼 지키고자 하는 소중한 가치, 존재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매 경기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축구계 관계자와 축구팬 여러분께서도 우리의 모습을 보시고 한 번만 도와주시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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