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회] ‘장학영 사건’ 한국 축구 전체 매도하지 않길

장학영
장학영이 승부조작을 제안한 혐의로 구속됐다. ⓒ프로축구연맹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연봉 1,200만 원의 연습생부터 시작해 국가대표로까지 발탁되며 신화를 썼던 장학영이 K리그 선수에게 승부조작을 제안했다가 구속됐다. 부산 중부경찰서 지능팀은 14일 “장학영이 지난 9월 22일 경기를 앞두고 아산 무궁화FC의 선수에게 전반 22분경 고의 퇴장 당할 것을 요청했다. 그 대가로 5000만원을 주겠다고 제의했다. 경찰은 국민체육진흥법을 위반한 장학영을 구속했다”고 발표했다.

승부조작, 일말의 가능성도 뿌리 뽑아야
경찰 발표에 따르면 장학영은 지난달 17일 서울 청담동 주점에서 승부조작 본범으로부터 선수에게 승부조작 청탁을 하면 축구팀을 만든 뒤 감독을 시켜주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같은 일을 꾸몄다. 장학영은 K리그2 아산무궁화 선수에게 접근해 승부조작을 제안했다. 하지만 해당 선수는 이를 뿌리치고 구단에 즉시 알렸다. 구단은 프로축구연맹과 경찰에 이같은 사실을 신고했고 장학영은 긴급 체포됐다. K리그에서 무려 365경기에 출전한 이름난 선수가 승부조작을 제안했다가 구속된 건 대단히 충격적인 일이다.

하지만 일부 언론의 보도 행태가 초점에서 벗어나 있는 것 같아 아쉽다. 상당수 매체에서는 이러한 승부조작 제안이 이제 막 불 붙은 한국 축구 흥행에 찬물을 바가지로 뿌렸다고 지적한다. 승부조작은 대단히 무서운 범죄다. 조금의 가능성이라도 보인다면 아예 뿌리를 뽑아내야 할 정도로 무시무시한 일이다. 이 단적인 하나의 사건을 통해 예방하는 것도 필요하다. 조심하고 또 조심해서 나쁠 게 전혀 없는 일이다. 우리는 2011년 승부조작으로 많은 이들을 잃었다. 목숨이 왔다 갔다 할 만큼 무서운 일이다.

그런데 승부조작이 이제 다시 시작된 한국 축구 열기에 문제를 일으키는 것처럼 보도하는 행태는 잘못됐다. 이 한 가지 사건으로 한국 축구 전체가 승부조작 가능성에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는 것처럼 말하는 건 곤란하다. 나는 오히려 승부조작 제안을 과감하게 뿌리치고 신고한 선수에게 박수를 보내는 분위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같은 사건을 바라보더라도 소매치기 범죄자에게 초점을 맞추느냐, 아니면 그를 잡은 용감한 시민에게 초점을 맞추느냐는 전혀 다르다. 예방 차원에서 전자에 초점을 맞출 수도 있지만 용기 있는 행동을 한 이에게 박수를 보내는 것도 필요하다. 적어도 나는 후자가 더 중요하다고 믿는다.

장학영 성남
‘장학영 사건’으로 K리그 전체를 바라봐서는 안 된다. ⓒ프로축구연맹

용기 있는 제보자에게 박수를
꼭 용감한 시민을 찾아 인터뷰하고 조명하는 게 아니더라도 ‘이 정도로 훈훈한 일도 있다’고 소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부 언론에서는 마치 이 일이 K리그 전체를 당장 흔들만한 일인 것처럼 보도했다. 어제(14일) 나는 장학영의 과거 동료를 비롯해 많은 이들을 취재해 기사를 냈지만 적어도 K리그에서 이제 승부조작을 과거 만큼 어렵지 않게 바라보는 이들은 없었다. K리그에는 수 많은 구성원이 있고 이 일을 다 일일이 알 수는 없으니 승부조작이 ‘절대’나 ‘아예’, 일어날 가능성이 ‘0%’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이제 K리그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승부조작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잘 안다.

이 일을 통해 승부조작 제안을 과감하게 뿌리친 선수에게 박수를 보내는 분위기가 형성됐으면 좋겠다. 그게 또 다른 누군가에게 뻗칠지도 모를 승부조작의 마수를 걷어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산 측에서는 이 용기 있는 선수의 실명이 오르내리는 걸 상당히 부담스러워 한다. 될 수 있으면 실명으로 보도하지 말아달라는 부탁도 했다. 그만큼 승부조작은 민감한 일이고 무시무시한 일이다. 부탁하건대 승부조작을 뿌리친 이 선수에 대한 칭찬하는 게 어렵다면 이 사건 한 번으로 한국 축구가 마치 또 승부조작에 휘청거리는 것처럼 바라보지는 않았으면 한다. 적어도 이제는 2011년 때처럼 그렇게 조작 한 번에 인생을 거는 선수는 없다.

어제 한 선수와 통화했다. 이 선수는 승부조작에 대해서 이런 말을 했다. “이번에 선수에게 승부조작 대가로 건네려던 돈이 5천만 원이었다. 2011년에는 5백만 원에 매수된 선수도 있었다. 그 사이 대가로 주는 돈이 10배가 뛴 건 이 돈을 줘도 선수들이 혹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 번 잘못 휘말리면 선수 인생이 끝난다는 걸 이미 사례를 통해 봐 왔는데 누가 미쳤다고 5천만 원에 승부조작을 하겠나.” 불과 몇 년 전에는 의리 때문에 5백만 원에 승부조작을 한 선수들도 있었지만 이제는 금액이 어마어마하게 뛰었어도 쉽게 움직이는 선수가 없다. 이게 의리가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도 잘 알기 때문이다.

연맹과 구단은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연맹도 승부조작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한다. 부정 방지 프로그램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촘촘하게 짜여 있다. 연맹에서는 13가지 부정방지 활동 프로그램을 짰다. 수시로 선수들을 비롯한 코치진 및 관계자들에게 부정 방지 교육을 하고 면담을 한다. 클린센터 및 핫 라인도 운영하고 대대적인 홍보 활동도 한다. 1월부터 10월까지 연맹과 구단에서는 총 4회에 걸친 부정 방지 교육을 한다. 구단에서 강사 섭외 요청이 있을 경우 연맹에서 섭외를 지원하기도 한다. 등록된 프로선수 전원을 대상으로 승부조작 및 부정 행위 관련 면담을 진행하는데 이 면담 결과는 연맹에 제출해야 한다. 또한 면담자는 한 명이 연 2회 이상 진행할 수 없다. 이 면담도 연 4회 진행된다.

핫라인 제보도 받는다. 만약 승부조작 관련 제보가 오면 수사기관과 공조하는 시스템도 갖췄다. 이와 관련해 연맹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아주 아주 간혹 승부조작 의혹 제보가 오긴 한다. 하지만 스포츠토토를 해 돈을 잃은 이들이 허무맹랑한 제보를 하는 경우다. 물론 늘 이 핫라인을 열어 놓고 제보를 받은 뒤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곧바로 수시 기관과 공조를 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특정 지역에서 특정 시간 동안 특정 금액 이상 발매된 스포츠토토 구매 패턴이 포착되면 곧바로 구단과 연맹에 통보되고 감독 미팅이 열리는 시스템도 구축했다. 이상 징후 레벨에 따라 대응법도 마련했다.

연맹은 불법 사이트 운영 근절을 위해 K리그 전 경기에서 경기장 내외 불법 중계자를 단속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해외에 서버를 두고 불법 사이트에서 K리그 경기 결과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2015년과 2016년에는 각각 22건, 23건이 적발됐는데 지난 해에는 적발 건수가 13건으로 줄었다. 이 중 11건은 경찰에 인계했고 두 건은 훈방됐다. 유소년 선수들에게도 불법 스포츠 베팅에 대한 유해성 교육 및 예방 활동을 한다. 연맹은 올 시즌을 앞두고 24쪽에 달하는 K리그 부정방지 활동 계획을 펴냈다. 연맹 관계자는 “이런 처벌 시스템도 갖췄지만 무엇보다도 이제는 승부조작을 하면 인생이 끝난다는 선수들의 인식 개선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 ‘100%’는 없지만 연맹과 구단은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K리그에서도 계속 노력하고 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장학영 사건’, 한국 축구 전체 매도 않길
내가 연맹을 대변할 이유는 없다. 그렇다고 승부조작을 가벼이 여기지도 않는다. 2011년 그 큰 상처를 통해 다시는 이런 끔찍하고도 충격적인 일은 벌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세상 일은 모르는 법이니 지금 이 시대에 K리그에서 승부조작이 얼씬도 못한다고는 장담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장학영 사건’ 하나로 한국 축구와 K리그 전체가 마치 승부조작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여겨서는 안 된다. 같은 사건을 놓고 소매치기범이 득실거리는 우범지대라고 표현하는 것과 누군가 용감하게 소매치기를 잡은 정의로운 세상이라고 하는 건 천지차이다. 그리고 적어도 내가 최근 겪은 바로는 K리그에 이런 소매치기는 득실대지 않는다.

가장 싫어하는 말이지만 이 ‘장학영 사건’을 두고 이 단어로 정리하고 싶다. ‘개인적 일탈’이다. 한국 축구에 많은 문제가 도사리고 있고 또 다른 어딘가에서는 승부조작이 조금씩 싹트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장학영 사건’ 하나만으로 현 상황을 매도해서는 안 된다. 마치 한국 축구가 살아나고 있는데 이 사건 하나로 큰 타격을 입은 것처럼 바라보는 것도 곤란하다. 제안을 받은 선수가 용기 있게 신고해 잘 해결된 사건이다. 좋은 선례로 남기기에도 충분하다. 오히려 이렇게 축구 열기가 살아나고 있는 시점에 현역 선수가 앞장서서 승부조작을 근절하기 위해 용기를 냈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내면 더 좋은 분위기가 이어지지 않을까.

장학영은 평생 속죄하고 살아야 할 죄를 지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자기가 평생 몸 바쳤던 축구를 걸고 범죄를 저질렀다. 장학영은 장학영대로 비판해야 한다. 하지만 그의 행동 하나에 한국 축구 전체가 매도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지금도 많은 이들은 2011년 K리그 승부조작에 대해 가슴 아파 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연맹과 구단에서도 노력하고 있고 선수들도 이제는 돈 몇 푼에 인생을 걸만큼 승부조작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 물론 혹시라도 그래서는 안 되겠지만 K리그에서 그런 끔찍한 일이 또 발생한다면 내가 가장 먼저 앞장서서 나서겠다. 지금은 승부조작 제안을 용기 있게 신고한 선수를 칭찬만 해도 모자란 시간이다. 이 상황에서 마치 한국 축구가 대단한 위기에 봉착한 것처럼 찬물을 끼얹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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