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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홍인택 기자] 우리 대표팀이 우루과이를 꺾었다. 1무 6패. 바로 어제(12일) 경기가 열리기 직전까지 대한민국 남자축구 국가대표팀이 우루과이에 거둔 상대 전적이었다. 우리 대표팀은 어제 경기 2-1 승리로 우루과이에 첫 승리를 쌓았다.

황의조가 1,096일 만에 A매치에서 골을 넣었다. 손흥민의 페널티킥은 무슬레라의 선방에 막혀 아쉬움이 남지만 황의조도 충분히 축하받을 일이다. 게다가 정우영은 프리킥이 아닌 코너킥 상황에서 카바니의 발에 맞고 흘러나온 공을 깔끔하게 처리했다.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에는 김영권이 넣더니 이번엔 정우영이 비슷하게 넣었다. 우리 대표팀, 세트피스에 확실히 강하다.

우리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잔디에 미끄러진 김영권은 단지 운이 없었을 뿐이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 문제는 하루 이틀이 아니다. 서울시공단은 만전을 기한다고 했지만 결국 경기장의 구조적, 지리적 문제를 극복할 수 없었다. 흠을 잡기 어려운 경기였고 선수들 모두가 자신의 역할을 모두 이해하며 소화했다.

그러나 이날 승리의 원동력을 꼽으라면 단연 경기장을 찾은 64,170명의 관중이다. 그들은 경기장 좌석에 배치된 응원 도구로 카드 섹션 응원을 펼쳤다. 데시벨 측정기를 화면에 띄우니 6만 관중이 일제히 소리를 질렀다. 6만 관중 속에서 함성을 들으니 소름이 돋았다. 그들은 김영권이 넘어졌을 때 "괜찮다"라고 소리쳤다. 경기 종료가 가까워지자 "힘을 내라"라고 외쳤다. 휴대폰 플래시를 터뜨렸다. 그리고 경기 종료 휘슬과 함께 그 소름 돋는 함성이 또 경기장을 뒤덮었다.

우리 대표팀을 이끄는 파울루 벤투 감독은 기자회견 자리에 앉자마자 팬들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전했다. 벤투 감독은 "우리를 90분 동안 응원해주고 이런 분위기를 조성해준 팬들, 특히 우리가 경기 종반으로 갈수록 어려움을 겪었는데 응원해준 팬들에게 감사하다"라며 입을 열었다. 우리 대표팀이 우루과이에 첫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건 팬들의 응원이 가장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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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자디 스타디움이 이런 느낌이었을까

이란이 홈 경기장으로 쓰는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은 원정팀의 무덤이라고 불릴 정도로 험난한 곳이다. 우리 대표팀도 이란과 붙었을 때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아자디는 그만큼 악연이 깊다. 아자디에 나선 이란 선수들은 자신감이 넘쳤다. 수비도 무너지지 않았다. 아자디 골문에 골을 기록하는 게 참 어려웠다.

아자디 스타디움은 무려 78,116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거대 경기장이다. 그만큼 홈 팬들의 응원도 압도적이다. 약 8만 명의 이란 팬들은 그들의 국가대표를 향해서는 응원을, 상대 선수들에겐 야유를 멈추지 않는다. 이란이 홈에서 극강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유는 그들의 축구가 강해서라는 이유도 있지만 팬들의 '버프'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6만 가까이 되는 관중의 함성도 무시할 수 없었다. 테헤란에 아자디 스타디움이 있다면 서울에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이 있었다. 팬들은 선수들을 한마음으로 응원했고 우루과이 선수들이 공을 잡으면 한목소리로 야유했다. 그때마다 우리 선수들은 자신감이 넘치는 플레이를 펼쳤고 우루과이는 주눅 든 모습이 눈에도 보였다.

홈 팬들의 이점이 이만큼 중요하다. 이날 경기를 치른 국가대표 선수들은 한목소리로 팬들과 관중에게 "감사하다"라는 말을 절대 잊지 않았다. 그만큼 이날 승리에 팬들의 영향력이 컸다. 6만 관중의 함성이 없었다면 우리는 우루과이라는 강호에 주눅 들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우리는 우루과이의 선발 명단이 나오자마자 그들의 이름값에 압도당했다.

이날 승리는 6만 관중의 것이다. 그들이 승리를 이끌었다. 6만의 함성이 우루과이를 격침했다. 그것은 응원이었고 상대를 향한 야유였다. 항상 잔디 탓만 해야 했던 서울월드컵경기장은 6만의 함성으로 원정팀의 지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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