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김경준, 골은 사라졌지만 골 뒤풀이는 남았다


[스포츠니어스|부천=조성룡 기자] 골은 없어져도 골 뒤풀이는 남는다.

13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2 2018 부천FC1995와 FC안양의 경기에서 안양은 전반전 터진 부천 장순혁의 자책골에 힘입어 부천을 1-0으로 제압하고 상승세의 흐름을 계속해서 이어갔다.

전반 31분 부천 장순혁의 자책골은 안양 김경준의 발에서 시작했다. 측면을 돌파한 김경준은 대포알 같은 중거리 슈팅을 날렸다. 이는 골대를 맞고 튕겨나와 재차 장순혁을 맞고 데굴데굴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상황이나 각도나 모두 김경준의 골보다는 장순혁의 자책골로 기록될 것임을 직감했다. 하지만 김경준은 굉장히 기뻐했다. 방송 카메라를 향해 수없이 하트를 그리며 자신의 골로 기록된 것처럼 행복한 표정이었다.

경기 후 골 뒤풀이에 대해 묻자 그는 활짝 웃었다. 하트는 누구를 향한 것이었을까? 김경준은 애매모호하게 답했다. “지금 여자친구도 있고 멀리 가족들이 대구에서 중계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경기장에 오지 않으니 아쉬운 마음에 중계로 보라고 한 뒤풀이다. 어느 한 명 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들을 위한 것이다. 겸사겸사다.”

그는 자책골임을 알고 있었다. 물론 김경준은 “내가 골의 80%는 만들었다”라고 항변했지만 자책골인 것은 변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골 뒤풀이를 한 것은 정말 하고 싶기 때문이었다. “가족들이나 친척들이 중계를 보니 그들을 사랑하는 마음에 했다”라고 밝힌 김경준은 한 마디 덧붙였다. “나는 효자다.”

좀 더 캐물어보니 김경준의 골 뒤풀이에는 뒷이야기가 있었다. 지난 안산그리너스전에서 골을 넣었던 김경준은 골 뒤풀이로 작게 하트를 그렸다. 그 뒤 그는 전화를 받았다. 그의 어머니에게 걸려온 전화였다. 생각지 못하게 김경준은 전화로 잔소리를 들었다. “하트가 작아서 그게 뭐냐. 다음에는 좀 더 크게 그려라”는 것이 어머니의 주문이었다. ‘효자’ 김경준은 그 말을 듣고 팔로 큰 하트를 그렸다. 물론 골 뒤풀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김경준의 골이 아니니까. ‘자책골 유도’ 뒤풀이라고 해두자.

골이 아닌 자책골이 된 것에 대해 김경준은 아쉬움이 남아있다. “슈팅한 코스나 슈팅을 하는 과정이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다”라고 밝힌 그는 “날아가는 코스를 보고 나는 그대로 들어갈 줄 알았다. 그럴 것이라 생각하고 때렸다. 그런데 골대를 맞고 상대 수비수를 맞고 들어가더라”고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마지막으로 “선수들이 모든 면에서 200% 집중하면서 화합이 잘 되다보니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다”라고 그는 최근의 팀 분위기를 전했다. 그런데 엉뚱한 호기심이 일어 그를 다시 한 번 붙잡았다. 김경준의 발 끝에서 떠난 공은 골대를 맞고 다시 수비수를 맞고 들어갔다. 마치 당구의 한 장면과도 같았다. 그는 당구를 잘 칠까? ‘뭔 이런 질문을 하나’라는 표정을 지은 김경준은 잠시 생각하더니 한 마디 던졌다. “내가 당구는 좋아하지만 잘 못치는데… 당구로 이번 골을 표현할 수는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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