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종료 휘슬 후 비디오 판독, 무슨 일이 있었나?

성남 광주 김성호
성남과 광주의 경기는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린 뒤에도 끝나지 않았다. ⓒ프로축구연맹

[스포츠니어스 | 성남=김현회 기자] 13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성남FC와 광주FC의 KEB 하나은행 K리그2 2018 경기. 후반 추가시간 3분이 흐른 뒤 주심이 종료 휘슬을 불었다. 경기는 그렇게 2-2로 막을 내렸다. 그리고는 선수들이 축구화 끈을 풀고 그라운드에 주저 앉았다. 양 팀 벤치에서는 서로 예의를 갖춰 인사했다. 양 팀 선수들은 하프라인 부근에 모여 인사를 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텔레비전 중계 방송 화면은 송출을 끊었다. 경기는 누가 봐도 이렇게 끝이 났다.

그런데 주심이 갑자기 손가락으로 큰 네모를 그렸다. 영상 판독, 쉽게 말해 VAR(Video Assistant Referee)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성남 남기일 감독은 선수들에게 “아직 그라운드 밖으로 나오지 말고 안에 있으라”고 지시했다. 이미 다 끝나고 중계 방송까지 마무리된 경기가 다시 시작되는 느낌이었다. 관중석에서는 웅성웅성 댔다. 김성호 주심은 터치라인 밖에 마련된 영상을 보기 위해 달려갔다. 만약 이 상황에서 뭔가 깜짝 놀랄 판정이 벌어진다면 발칵 뒤집힐 일이었다.

모두에게 이 경기는 2-2로 끝이 난 경기였고 이미 두 팀이 2-2로 비겼다는 기사를 현장에서 유일하게 송고한 나도 책임질 일이 많았다. 김성호 주심은 영상을 확인한 뒤 다시 그라운드로 뛰어와 큰 네모를 한 번 더 그렸다. ‘영상을 확인했으니 판정을 내리겠다’는 것이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리고는 판정에 이상이 없다며 경기를 그대로 종료했다. 그제야 두 팀 선수들은 악수를 하고 그라운드를 빠져 나왔다. 만약 이 상황에서 김성호 주심이 원심을 유지하지 않았더라면 일은 복잡해졌을 것이다.

도대체 경기 종료 후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그건 바로 후반 종료 직전 상황 때문이었다. 성남의 마지막 코너킥 상황에서 이 공을 골키퍼 제종현이 쳐내자 주현우가 중거리슛을 날렸다. 그런데 이 공은 골문으로 향하지 않고 광주 수비수를 맞고 튕겼고 곧바로 경기는 종료됐다. 하지만 이후 김성호 주심에게 신호가 왔다. VAR을 담당하는 쪽에서 “이 상황을 다시 한 번 판단해보라”는 내용이었다. 이 장면을 광주의 핸드볼 파울로 볼 수 있는 여지 때문이었다. 만약 핸드볼 파울을 선언한다면 성남이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페널티킥을 얻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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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기는 희대의 경기가 될 뻔했다. ⓒ프로축구연맹

양 팀 선수들은 경기가 끝났다고 생각해 인사를 나누던 그때였다. 상황을 파악한 성남 남기일 감독은 선수단에 “아직 그라운드 밖으로 나오지 말라”고 했다. 결국 다시 영상을 확인한 김성호 주심은 원심을 유지했다. 그렇게 성남은 페널티킥을 얻지 못한 채 경기는 끝났다. 경기 종료 후 만난 차상해 경기감독관은 “주심은 양 팀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빠져 나가기 전까지는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면서 “규정에 전혀 문제될 게 없는 장면이었다”고 했다. 이 판정 이후 두 팀 선수들과 감독은 이렇다 할 항의 없이 경기를 마무리했다.

규정상 문제가 없는 장면인 건 맞다. 하지만 만약 원심이 VAR 이후 바뀌었다면 엄청난 후폭풍이 일었을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종료 휘슬까지 울릴 상태에서 페널티킥이 선언된다면 파장은 컸을 것이다. 실제로 독일 분데스리가에서는 이와 비슷한 장면이 있었다. 지난 4월 마인츠와 프라이부르크의 경기에서 전반전이 종료된 뒤 선수들이 라커룸으로 들어가던 순간 주심이 VAR을 가동해 페널티킥을 선언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프라이부르크의 선수들이 강하게 항의했지만 판정은 유지됐고 라커룸에서 골키퍼 장갑을 벗었던 프라이부르크 골키퍼는 부랴부랴 장갑을 꼈다.

마인츠는 이 페널티킥을 성공시켜 1-0으로 앞선 채 ‘진짜 전반전’을 끝냈다. 이에 대해 당시 독일 중계방송 해설을 맡은 ‘유로스포츠’의 마티아스 잠머는 “심판이 틀린 판정을 내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논쟁이 필요한 장면인 것 같다”는 소감을 남겼다. 영국의 ‘스카이스포츠’는 “기괴한 VAR 장면이 분데스리가에서 일어났다”고 전했고 ‘BBC’ 역시 “심판이 전반 종료 후 라커룸으로 향하던 선수들을 다시 불러냈다”면서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뤘다. 만약 성남-광주전에서 VAR에 의해 페널티킥이 선언됐더라면 경기 종료 후 일어난 이 엄청난 일이 전세계에 전달되지 않았을까. 이 경기는 해외 토픽에 나올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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