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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곽힘찬 기자]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이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위 우루과이를 상대로 짜릿한 2-1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대표팀은 황의조(감바 오사카)의 복귀골과 정우영(알 사드)의 역전골을 묶어 우루과이를 격파했다. 승리한 대표팀은 벤투 감독 부임 후 A매치에서 2승 1무를 기록하며 무패행진을 달리게 됐다.

경기 전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던 만큼 흥미로운 것들이 정말 많았다. 경기장은 수많은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고 언론매체들 역시 이러한 팬들의 뜨거운 열기를 주목했다. 정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열광한 경기는 오랜만이었다. 게다가 상대는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8강에 오른 우루과이였기에 재미는 몇 배가 되어 우리에게 돌아왔다. 오늘 우루과이전의 포인트는 무엇이었을까.

① 역사상 처음으로 우루과이를 격파하다

한국 대표팀은 전통적으로 남미 국가들에 약한 모습을 보였다. 남미 특유의 뛰어난 기술과 강한 압박을 통한 전개에 늘 고전했다. 특히 우루과이와는 총 7번의 맞대결을 펼쳤지만 1무 6패를 기록하면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한 번의 무승부도 꽤 오래전인 1982년 인도 네루컵에서 기록한 것이다. 그렇기에 이날 경기가 시작되기 전 많은 팬들의 반응은 "져도 괜찮다"가 대다수였다.

하지만 대표팀은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줬고 결국 2-1로 승리하며 8경기 만에 우루과이를 상대로 짜릿한 첫 승리를 기록하게 됐다. FIFA 랭킹 5위를 이겼다는 것은 내년 1월에 있을 UAE 아시안컵을 앞두고 큰 동기부여가 될 전망이다. 남미를 비롯한 강팀만 만나면 주눅 들었던 대표팀이었지만 오늘만큼은 모든 이들의 예상을 뒤엎는 결과를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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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벤투, 사제지간 대결에서 승리하다

한국의 벤투 감독과 우루과이의 오스카 타바레스 감독은 사제지간이다. 벤투 감독은 과거 1998년 스페인의 레알 오비에도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이때 레알 오비에도를 지휘하던 인물이 지금 우루과이 대표팀을 맡고 있는 타바레스 감독이다. 경기에 앞서 타바레스 감독은 “러시아 월드컵 이후 한국 감독이 바뀐 것을 잘 알고 있다. 벤투 감독과는 1998년부터 1년 정도 감독-선수 관계로 함께 했다. 다시 만나서 기쁘다”고 기자회견에서 밝힌 바 있다.

이에 벤투 감독은 ‘강호’ 우루과이를 상대로 “지더라도 많이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벤투 감독 스스로도 이번 우루과이전이 매우 어려운 경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한국 대표팀은 전반 초반부터 우루과이를 밀어붙였고 2-1 역전승을 거뒀다. 벤투 감독의 철학 아래 서서히 정체성을 확립해가고 있는 한국 대표팀은 이날 우루과이를 당황하게 했다. 지난 2006년부터 우루과이 대표팀을 맡은 ‘스승’ 타바레스 감독은 11년 만에 한국을 방문해 역사적인 사제지간 대결을 펼쳤지만 판정패하고 말았다. 물론 우루과이 역시 짜임새 있는 공격력을 펼치며 위협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이날만큼은 ‘제자’ 벤투 감독의 완벽한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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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황의조, 3년 만에 복귀골을 신고하다

황의조가 드디어 A매치 복귀골을 신고했다. 무려 1096일 만이다. 황의조의 마지막 A매치 득점 기록은 지난 2015년 10월 13일 자메이카전에서 멈춰있었다. 이날 후반 20분 PK상황에서 키커 손흥민이 시도한 슈팅이 무슬레라 골키퍼의 손을 맞고 나오자 황의조가 이를 깔끔하게 마무리하며 신바람을 냈다.

이제 황의조는 벤투 감독의 ‘황태자’로 발돋움할 전망이다. 확실하게 마무리를 해줄 공격수가 부족한 만큼 황의조는 한국 대표팀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자원이다. 지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보여준 활약과 소속팀인 감바 오사카로 복귀한 이후 3경기 연속골을 기록하며 팀을 강등권에서 탈출시키는데 큰 공헌을 세운 것이 현재 황의조가 얼마나 믿을만한 공격수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벤투가 활동량과 전방 압박에 뛰어난 스트라이커를 선호하기 때문에 황의조는 당분간 국가대표팀의 주전 공격수의 자리를 계속 유지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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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달라진 한국 대표팀의 경기력

이런 것을 두고 ‘환골탈태’라고 하는 것 같다. 정말 좋아졌다. 이렇게 자신감이 넘치는 대표팀을 본 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그만큼 한국 대표팀의 경기력은 과거에 비해 180도 바뀌었다. 이날 대표팀은 전반전부터 안정적인 빌드업을 선보였다. 후방의 기성용을 시작으로 전방의 남태희, 손흥민, 황의조까지 부드러운 공격 전개가 이어졌다.

특히 후방에서 시작된 빌드업부터 최전방의 공격 시도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황의조를 비롯한 공격수들의 공간 침투가 돋보였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한국 대표팀은 불필요한 백패스를 남발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이 부임한 이후 패스 타이밍이 무척 빨라졌고 패스 정확도 또한 높아졌다. 벤투 감독이 중시하는 안정적인 빌드업과 한 박자 빠른 패스 타이밍이 맞아떨어지는 순간이었다.

무엇보다 선수들의 자신감이 올라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측면 수비수인 이용과 홍철은 균형을 맞추면서 우루과이의 공격을 차단했고 이를 통해 한국 대표팀은 좀 더 과감하게 측면을 공략할 수 있었다. 한국 대표팀은 과거 강팀만 만나면 주눅 든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날 우루과이전에서는 선수 개개인의 과감한 돌파가 자주 나왔고 카바니, 벤탄쿠르 등을 비롯한 세계적인 선수들을 상대로 강하게 전방 압박을 펼치며 절대 물러서지 않았다. 우루과이 선수들은 전방 압박을 펼치며 촘촘하게 두 줄 수비를 세운 한국 선수들로 인해 공간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날 대표팀은 마치 비슷한 레벨의 팀과 맞대결을 펼치듯 대등한 경기력을 선보였고 경기를 지켜보던 수만 명의 팬들로부터 많은 박수를 받았다.

⑤ 전석 매진, 달라진 팬들의 관심

이날 우루과이전이 열렸던 서울월드컵경기장에 입장한 관중은 무려 64,170명에 달했다. 이는 서울월드컵경기장 역대 8번째 만원 관중 경기 기록이고 지난 2013년 브라질전 이후 첫 전석 매진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우루과이전 예매 시작 30분 만에 전 좌석이 매진됐다는 것이다. 인터넷 예매 사이트가 먹통이 되는 등 경기가 열리기 이전부터 뜨거운 축구 열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대표팀 서포터즈인 붉은악마와 자원봉사자들이 밤새 준비한 카드섹션은 장관이었다. 전반 10분과 전반 35분 ‘꿈은 ★ 이어진다’의 문구를 포함한 태극기 문양, K리그 로고 카드섹션은 팬들을 열광케 했다. 추운 날씨 속에서도 아낌없는 응원을 해준 팬들 덕분이었을까. 이날 대표팀 선수들은 투지를 보여주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던 우루과이를 2-1로 꺾는 이변을 일으켰다. 선수들과 경기장을 찾은 6만 여명의 축구팬들이 함께 만든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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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 감독이 부임한 이후 한국 대표팀은 코스타리카전 2-0 승리를 시작으로 A매치 2승 1무를 기록하고 있다. 아메리카의 강호들을 상대로 기록한 것이라 더욱 의미가 있다. 오는 16일 대표팀은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파나마와 맞대결을 펼친다. 파나마전에서도 많은 축구팬들이 경기장을 찾을 예정이기 때문에 이번 우루과이전과 같은 축구 열기가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팀은 당장 내년 1월에 있을 UAE 아시안컵을 목표로 조직력을 다져가고 있다. 그리고 벌써부터 그 성과를 드러냈다. 역사상 처음으로 우루과이를 격파한 것은 달라진 한국 대표팀의 경기력을 뒷받침하는 근거다. 지난 아시안게임을 기점으로 시작된 국내 축구 열기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정말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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