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삼성 제공

[스포츠니어스 | 홍인택 기자] 서포터스를 향한 아시아축구연맹(AFC)의 기준은 엄격하다. 일말의 분쟁 여지조차 허용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서포터스의 어떠한 비방 문구, 표현조차 허락하지 않는 기준의 근거는 AFC 규정이다. AFC 규정의 대부분은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을 본 따 만들었다. FIFA 규정은 국제 축구 관계자들의 사회적 규범에 가깝다. 따라서 FIFA는 각 지역사회의 문화와 인식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각 대륙 연맹과 협회에 지역 특색에 맞는 '로컬룰'을 적용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FIFA와 AFC 규정은 사실 큰 차이가 없다. 문제는 AFC의 해석이다. FIFA와 AFC가 함께 공유하는 똑같은 문장도 해석의 차이가 생길 수 있다. 이는 대한축구협회 규정, 또는 K리그 규정도 일정 부분 해당되는 내용이다. 기관에 따라 특정 문장을 더 엄격하게, 혹은 더 느슨하게 적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AFC는 특히 FIFA 징계규정 67조 '관중 행동에 대한 책임' 항목에 엄격한 기준을 세웠다. 1항과 2항은 서포터스를 포함한 관중의 부적절한 행동 책임이 홈팀과 원정팀에 있다는 내용이다. 3항에서는 부적절한 행동을 정의했다. 해당 항목에 따르면 ▲사람 또는 사물에 대한 폭력행위, ▲화약류의 허용, ▲무기류 투척, ▲모든 형태의 모욕적인 또는 정치적인 문구 표출, ▲모욕적인 언어 또는 소리, ▲경기장 난입을 모두 포함한다.

해당 문장에는 수위에 대한 기준이 없다. AFC는 원칙을 선택했다. 2016년 FC서울과 전북현대의 AFC챔피언스리그(ACL) 경기에서 서울 팬들이 "승부 조작에 연루된 팀은 AFC 주최대회 참가자격을 박탈한다"는 내용의 AFC 정관을 발췌한 현수막을 걸었을 때도 AFC는 상대 구단 비방에 대한 벌금을 요구했다. 가장 최근에는 전북현대와 수원삼성의 ACL 8강전 1차전에서 전북 팬들이 들어 올린 수원 비방 현수막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AFC는 10월 8일 징계위원회를 개최했고 현재 징계 여부를 조사 중이다.

안양 서포터즈들은 자신들의 대형 걸개를 국가대표팀 경기에서 마지막으로 선보였다 ⓒ FC안양 팬 커뮤니티

K리그 팀들만 징계를 받은 건 아니다. AFC는 2017년 수원삼성과 가와사키 프론탈레의 ACL경기에서 가와사키 팬들이 내건 욱일기를 차별적 메시지로 판단해 벌금과 1년의 유예기간을 부과했다. 광저우 에버그란데와 키치의 경기에서는 광저우 팬들이 홍콩의 역사를 엮어 정치적 폄하 현수막을 개시하자 벌금과 2년 유예기간을 적용했다. 올해 2월에 열렸던 트랙토르 사지와 알 아흘리의 경기에서는 알 아흘리 서포터스가 일제히 던진 '휴지 폭탄'으로 킥오프가 지연되자 알 아흘리 구단에 벌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이처럼 AFC는 그들이 주관하는 모든 대회 내에서 일어나는 상대 팀 비방, 비하는 물론 정치적인 문구나 그림, 표현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자기 팀의 감독이나 선수를 향한 비난 표현도 마찬가지다. 욱일기, 나치를 상징하는 아이언 크로스 문양의 깃발, 체게바라, 괴벨스의 우상화뿐만 아니라 종교적인 문장도 가차 없다. AFC는 영어로 표현된 'Hell'이나 'Kill'이라는 단어도 상대를 도발하는 공격적인 메시지로 판단해 금지, 또는 철거를 요청하기도 했다.

대한축구협회나 한국프로축구연맹의 규정도 FIFA, AFC의 규정과 같은 맥락 안에 있다. 대신 협회, 연맹이 주관하는 대회는 로컬룰을 적용받아 협회, 연맹의 소관으로 넘어간다. 연맹 측은 "문구의 심각성, 충돌 가능성에 따라 징계 여부를 결정한다"라고 전하며 AFC보다는 유연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가벼운 정도의 상대 팀 모욕 표현 걸개는 리그 차원에서는 제제가 어렵다는 뜻이다. 관중 소요로 인해 리그 차원에서 구단 측에 징계를 내린 가장 최근 사례는 2017년 11월 전남드래곤즈와 인천유나이티드 경기 후 일어난 충돌 건이 있다.

AFC 규정의 엄격함이 조명되면서 축구 관계자들은 다가오는 24일 수원삼성과 가시마 앤틀러스의 ACL 4강 2차전 경기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3일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1차전에서 권순태와 임상협이 충돌하면서 권순태를 향한 비난 여론이 일었다. 2차전은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기에 권순태나 가시마를 향한 국내 팬들의 단체 행동이 있을 수 있다. 만약 수원 구단 측이 관중의 단체 행동을 예방하지 못한다면 AFC는 수원 구단에 책임을 물을 것이며 구단 측도 책임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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