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호 1주기⑥] 팬이 보내는 편지, 호두과자 세 개의 추억

상주상무
박혜영(오른쪽)-최재웅(왼쪽) 부부는 상주의 오랜 팬이자 조진호 감독의 팬이다. ⓒ상주상무



오늘(10일)은 2017년 10월 10일 심장마비로 故조진호 감독이 하늘로 간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딱 1년 전 오늘 축구계는 故조진호 감독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에 충격에 빠졌고 슬퍼했다. 그리고 그렇게 1년이 흘렀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고인은 조금씩 잊혀져 가고 있다. <스포츠니어스>에서는 故조진호 감독 1주기를 맞아 고인을 추모하는 의미로 기획 기사를 준비했다. <스포츠니어스>의 故조진호 감독 추모 기사를 통해 많은 이들이 오늘 하루는 한국 축구에 많은 걸 선물하고 1년 전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고인을 기억했으면 한다. -편집자주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최재웅(54세)-박혜영(56세) 씨 부부는 2011년 상무축구단이 상주에 터를 잡은 뒤부터 매 시즌 빼놓지 않고 경기장을 찾는 열성팬입니다. 2016년 조진호 감독이 상주에 부임한 뒤 계속 인연을 맺어 왔습니다. 아래는 상주상무 시절부터 조진호 감독의 팬인 박혜영 씨가 고인에게 전하는 편지를 정리한 내용입니다.

우리 조진호 감독님. 하늘에서는 잘 지내시죠? 딱 1년 전 오늘이네요. 컴퓨터 옆 달력에 메모하는 습관이 있는데 10월 달 달력을 넘기니 10일에 동그라미가 쳐 있어요. 오늘이 감독님 기일이라는 걸 미리 메모해 놓았어요.

감독님이 2016년 부임하셨을 때가 떠올라요. 늘 천진난만하고 순수했던 그 모습이 평생 제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한 번은 대전 원정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 얼굴을 보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누군가 후다닥 선수단 버스에서 뛰어 내려와 인사를 하기에 놀랐습니다. 감독님이셨죠. “여기까지 와 줘서 반갑다”고 웃으며 먼저 인사하던 그 티 없이 밝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상주 시절 감독님은 늘 선수들에게 원정경기 때문에 이동하게 되면 휴게소에서 호두과자를 사주셨죠. “지들이 그래도 밖에서는 프로선수라 이런 거 안 먹을 텐데 군인이니까 맛있게 먹는다”면서 늘 웃으셨어요. “군인 때는 찌그러진 초코파이도 맛있다”면서 자비로 늘 선수들을 챙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감독님 그때 기억나시죠? 늘 감독님께서 선수들에게 호두과자를 산다고 들어서 제가 봉투에 10만 원을 넣어 “이번엔 제가 선수들한테 호두과자 한 번 살게요”라고 전해드렸던 기억나시죠?

조진호 상주
조진호 감독은 늘 밝았다. ⓒ프로축구연맹

그때가 어디 원정이었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안 나네요. 관중석과 그라운드가 트랙 때문에 꽤 멀었던 경기장이었던 것만 기억이 나요. 그런데 그날 원정석에서 응원 준비를 하고 있는데 누군가 경기 전 봉지 하나를 들고 뛰어오던 그 모습이 생생합니다. 천진난만하게 뛰어오던 그 분이 바로 감독님이셨잖아요. “누님. 내가 호두과자 세 알 남겼어.” 꼬깃꼬깃한 봉투 안에 남겨진 그 호두과자 세 개는 저에겐 감동이었습니다. 호두과자를 전하고 다시 경기를 준비하러 뛰어가던 그 뒷모습도 잊을 수 없어요.

감독님하고는 상주에서 인연이 돼 부산으로 가신 뒤에도 인연이 계속 됐죠. 늘 저에게는 너무나도 좋은 분이셨어요. 연락도 자주했고 상주 경기가 없는 날이면 감독님 만나러 부산 경기도 다 따라다녔죠. 나이가 많은 저에게 때론 ‘누님’이라고 불렀고 선수들이 ‘어머님’이라고 하면 또 ‘어머님’이라고도 했던 참 재미있는 사이였어요. 그런데 정말 후회되는 건 감독님이 하늘로 가시기 전날 전화통화를 했을 때 더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는 겁니다. 2017년 10월 9일 저녁에 통화를 하면서 “14일에는 상주 경기가 없으니 우리 수원FC 원정경기 오이소”라던 그 이야기를 듣고 서로 약속했잖아요.

감독님이 “호두과자 좀 많이 사 오이소”라고 하셔서 수원FC 원정경기 때 감독님 드릴 호두과자를 많이 사 갈 참이었는데 그게 마지막 통화가 됐네요. 다음 날 아침 비보를 접했습니다. 지금도 믿기지 않아요. 감독님이 돌아가셨다는 전화를 받고 눈물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믿을 수 없었어요. 바로 전날 밤 웃으며 통화를 했는데 저에게는 너무나도 충격적인 소식이었어요. 늘 개구쟁이처럼 밝았던 분이셨는데 성적에 올인해야 하는 감독으로서 속으로는 얼마나 힘이 드셨겠어요. 그 마음을 다 헤아리지 못해 죄송할 뿐입니다.

요즘도 감독님 생각이 많이 나요. 감독님과 함께 상주를 이끌었던 김태환 감독님은 골을 넣으면 지금도 주먹을 불끈 쥐고 뛰어요. 그럴 때마다 골 세리머니하던 감독님 생각이 많이 납니다. 골 세리머니하다가 바지가 찢어진 적도 있었잖아요. 걱정 돼서 그렇게 그 세리머니 좀 하지 말라고 해도 웃으며 세리머니하던 천진난만한 표정이 잊혀지질 않아요. 성남 원정경기였나요? 상주가 골을 넣고 감독님이 무릎 꿇는 세리머니를 하려고 해 “감독님. 바지 찢어져”라고 소리쳤더니 그래도 깔깔대고 웃으며 그 세리머니를 하셨잖아요. 늘 밝았던 표정이 참 그립습니다.

조진호 상주
조진호 감독은 생전 이 세리머니를 자주 했다. ⓒ프로축구연맹

감독님은 늘 최선을 다했어요. 상주에는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최선을 다하지 않고 복무 기간을 채우고만 가려는 선수들도 있었는데 감독님은 절대 그러지 않으셨어요. 덕분에 우리 같은 촌 사람들도 인생의 새로운 행복이 생겼답니다. 이렇게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을 지켜보는 기쁨을 어디서 또 누리겠어요. 요즘도 감독님 생각이 나면 가끔 휴대폰을 열어요. 감독님과 주고 받은 문자 메시지를 차마 지울 수가 없어서 그대로 보관하고 있거든요. 감독님은 하늘로 떠났지만 아직도 감독님 휴대폰 번호를 지울 수가 없어요.

얼마 전에는 감독님 번호로 문자 메시지를 한 번 보낸 적도 있습니다. 받지 못할 걸 알지만 그래도 달력 한 장을 넘겨 10월이 되고 감독님 기일이 다가오니 생각이 나서 문자 메시지로 마음을 전했습니다. 이제는 이런 것밖에 감독님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없네요. “감독님, 이제 또 한 시즌이 끝나 가는데 이럴 때일수록 감독님 생각이 참 많이 납니다”라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감독님은 답이 없으시네요. 웃으며 “호두과자 좀 많이 사 오이소”라고 해주실 것만 같은데…. 세 알 남은 호두과자를 꼬깃꼬깃한 봉투에 싸 전해주러 뛰어오실 것 같은데….

오늘도 저와 제 남편은 축구를 즐깁니다. 이 다음에 하늘에서 감독님과 다시 만나면 그때는 감독님도 마음고생이 심한 감독이 아니라 우리 부부처럼 축구 자체만으로도 즐길 수 있는 팬이 됐으면 합니다. 그래서 같이 신나게 축구 보러 다녀요. 감독님 덕분에 많은 행복과 기쁨을 누렸고 이 행복은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고맙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훗날 하늘나라에서 만나요. 그땐 이승에서 지키지 못한 호두과자 많이 사 오라는 약속 꼭 지킬게요. 감독님, 많이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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