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호 1주기②] ‘애제자’ 김문환 “감독님 덕분에 태극마크 달았다”

부산 김문환
부산아이파크 김문환을 직접 만나 故조진호 감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스포츠니어스



오늘(10일)은 2017년 10월 10일 심장마비로 故조진호 감독이 하늘로 간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딱 1년 전 오늘 축구계는 故조진호 감독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에 충격에 빠졌고 슬퍼했다. 그리고 그렇게 1년이 흘렀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고인은 조금씩 잊혀져 가고 있다. <스포츠니어스>에서는 故조진호 감독 1주기를 맞아 고인을 추모하는 의미로 기획 기사를 준비했다. <스포츠니어스>의 故조진호 감독 추모 기사를 통해 많은 이들이 오늘 하루는 한국 축구에 많은 걸 선물하고 1년 전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고인을 기억했으면 한다. -편집자주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불과 1년 전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던 한 선수가 있다. 그런데 이 선수는 1년 만에 목에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걸었고 엄청난 팬이 생겼다. 그리고 성인 대표팀에도 발탁돼 한국 축구의 희망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1년 만에 인생 역전에 성공한 이 선수의 이름은 바로 부산아이파크 김문환이다. 그를 직접 만났다. 故조진호 감독의 1주기를 맞아 그 누구보다 고인을 그리워하고 있는 김문환과 고인을 추억해 봤다. 故조진호 감독의 없었다면 지금의 김문환이 없었을 것이다. 성인 대표팀 발탁 등 경사스러운 일이 많았지만 차분한 분위기에서 그와 대화를 나눴다.

요즘 컨디션은 어떤가.
컨디션은 대단히 좋다. 벤투 감독님이 취임하신 뒤 1기 대표팀에 뽑혔을 때 너무 행복했고 영광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2기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 두 번째 발탁 때는 그래도 감정이 덜할 줄 알았는데 이번에도 똑같은 마음이다. 내 장점을 더 보여드릴 기회가 생겼다는 마음으로 자신 있게 해보고 싶다.

벤투 감독이 당신의 어떤 면을 좋게 봤을까.
수비수이면서도 공격적인 모습을 좋게 보신 것 같다. 하지만 내 포지션에는 훌륭한 경쟁자가 있다. 바로 (이)용이 형이다. 워낙 좋은 선수고 본받고 싶은 선수다. 옆에서 형이 플레이하는 걸 보고 배울 수 있어서 좋다. 나에게는 9살이나 차이 나는 하늘 같은 선배다. 같은 중앙대학교 출신이라 조금 더 특별한 사이다.

지난 시즌에 많은 경기를 소화하고 올 시즌에도 강행군 중이다.
지난 해에 K리그2 30경기에 나섰고 플레이오프까지 치렀다. 체력적으로 적지 않은 부담이 있지만 선수라면 경기에 나서는 게 행복한 일이다. 올 해에는 소속팀 경기에도 나가고 아시안게임도 뛰었다. 그리고 대표팀에도 오가고 있다. 힘들 때도 있지만 많이 뛰는 게 내 스타일이다. 지금도 체력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다. 기쁜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고 있다.

아시안게임 이후 김진야가 체력왕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당신도 만만치 않은 체력왕인데 누가 더 체력이 좋다고 생각하나.
(김)진야가 더 많이 뛴다. 지난 3월 아시안게임 대표팀 선수들이 체력 테스트를 했는데 끝까지 한 번 진야와 겨뤄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진야는 못 이긴다. 진야가 단독으로 1위를 했고 여러 명이 공동으로 2등을 했다. 진야가 압도적이다. 나도 공동 2~3위권이었다.

부산 김문환
김문환은 지난 시즌 부산에서 데뷔해 좋은 활약을 이어나가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이제 감독님 기일이다. 당신에게 좋은 일이 많아 즐거운 분위기에서 축하하는 인터뷰를 하고 싶지만 사실은 오늘 故조진호 감독 이야기를 하러 왔다. 미안하다.
미안해 할 거 없다. 나에게도 감독님을 추모하는 건 의미 있는 일이다. 일정이 너무 바빠 감독님을 자주 찾아뵙지는 못했는데 올 시즌이 끝나면 꼭 추모 공원에 한 번 가서 인사를 드릴 예정이다. 늘 故조진호 감독님 생각이 난다. 나에게는 정말 특별했던 분이고 고마운 분이다.

그럴 것 같다.
지난 시즌 프로 1년차 때 故조진호 감독님을 만났다는 건 행운 같은 일이었다. 감독님이 나를 따끔하게 혼내실 때도 있었지만 애정이 대단히 많으신 분이었다. 정말 많이 배웠다. 그리고 경험이 없는 나를 믿어주셔서 경기에도 많이 나갈 수 있었다. 잊을 수 없는 분이다.

나도 아직 조진호 감독이 안 계신다는 게 믿기지 않을 때가 많다.
나도 그렇다. 말씀하시다가 아재 개그도 잘 하시는 분이셨다. 웃음도 많으셔서 선수들과 같이 웃는 일이 많았다. 경기장에 있을 때는 누구보다도 엄격하셨지만 경기장 밖으로만 나오면 참 순수하고 밝은 성격이었다. 선수들과 함께 있는 ‘단톡방’에 훈련 자료도 많이 보내고 하셨는데 지금은 감독님이 하늘로 가시고 전화번호 주인도 바뀐 것 같더라. 이제는 ‘단톡방’에 조진호 감독님이 없다.

그러게 말이다. 슬픈 일이다.
지난 해 10월 8일 경남전이 끝나고 휴식을 취했다. 10일 오전에 숙소에 누워 쉬고 있는데 갑자기 선배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서 “기사 봤어? 감독님이 돌아가셨어”라고 했다. 장난도 무슨 그런 장난을 치나 싶어서 “그러지 말라”고 했는데 선배 표정이 너무 진지한 거다. 그래서 바로 기사를 찾아봤는데 정말 감독님이 갑자기 심장마비로 하늘로 가셨다는 기사가 있더라. 온몸에 소름이 돋고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아직도 잘 실감이 나지 않을 때가 많다.

조진호 부산
김문환이 故조진호 감독을 추억했다. ⓒ프로축구연맹

감독님 생각이 가장 많이 날 때는 언제인가.
아플 때 가장 많이 생각난다. 지난 시즌에 내가 허리가 좀 아파서 걱정이 많을 때 감독님이 방으로 불러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 경기를 뛸 수 있느냐는 문제 때문에 면담을 하는 자리였다. 이때 여러 좋은 말씀을 해주시면서 “팀을 위해 조금만 더 해줄 수 있겠느냐”고 하셨다. 그리고는 감독님께서 먹던 무슨 약인지 즙인지, 잘 모르겠지만 어찌됐건 그런 걸 챙겨주셨다. “이거 먹고 힘내”라고 웃으며 말해주시는데 아플 때면 그때 생각이 자주 난다. 방에 갈 때마다 그 약인지, 즙인지를 꼭 하나씩 주셨다.

감독님과 어떤 이야기를 자주 나눴나.
그때 또 그런 이야기를 해주셨다. “나도 키가 작은데 월드컵까지 나갔어. 너도 국가대표가 될 수 있어.” 사실 작년에는 내가 지금 만큼의 위치는 아니었다. 이렇게 국가대표가 될 거라고 생각해 보지 못했다. 그때는 그냥 자신감을 가지라고 해주신 말씀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그 꿈이 1년 만에 이뤄졌고 많은 게 변했다. 아마 지금쯤 내가 국가대표가 된 모습을 봤다면 감독님께서 정말 좋아하셨을 것 같다.

그러게 말이다. 참 故조진호 감독이 그리울 때가 많을 것 같다.
산을 좋아하셨다. 그리고 사진 찍히는 걸 참 좋아하셨던 분이다. 원정경기를 하러 가면 선수들이 경기 오전에 숙소 주변을 산책하는데 그렇게 같이 산책할 때마다 “사진 한 번 찍자. 모여봐라”라고 늘 말씀하셨다. 그리고 경기가 끝나면 서포터스하고도 사진을 자주 찍었다. 늘 그랬다.

프로에 막 데뷔한 당신을 공격수에서 수비수로 포지션 변경을 시킨 것도 故조진호 감독이었다. 이게 당신의 인생을 바꾼 신의 한 수였던 것 같다.
원래 대학교 때는 최전방 공격수를 했다. 그런데 부산에 입단한 뒤 윙으로 계속 뛰다가 윙백으로 전환했다. 공격수일 때도 공을 빼앗기면 바로 전환해 수비에 가담하는 플레이를 했다. 공격을 하면서도 수비에 장점이 꽤 있었는데 부산이 스리백을 쓰면서 활동량이 많아야 하는 윙백 자리에 내가 서게 됐다. 故조진호 감독님도 나의 수비적인 부분을 좋게 평가하신 것 같다. 그렇게 윙으로 나가다가 윙백으로 전환했고 나중에는 풀백 수비도 봤다.

포지션 변경에 불만은 없었나.
그런 생각은 크게 들지 않았다. 내가 공격수일 때는 힘이 부족하다는 건 잘 알고 있었다. 순발력이나 민첩성으로 승부하는 스타일이라 측면으로 가도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아마 감독님이 포지션 변경을 요구했는데 내 뜻대로 되지 않았다면 조금 짜증이 날 수도 있었겠지만 윙백으로도 많이 인정해 주시니 그런 불만을 가질 일이 없었다.

아마 당신이 지금 포지션 변경을 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그렇다면 지금 대표팀에 가지 못했을 것이다. 아니 올 해 열린 아시안게임에도 못 나갔을 것 같다. 우리나라에 물론 좋은 풀백 자원도 많지만 공격진은 경쟁이 대단히 심하다. 내가 공격을 계속 했더라면 태극마크를 달기도 어려웠을 것이고 소속팀에서도 조커로 나오고 있지 않았을까 싶다. 포지션 변경은 신의 한 수였다.

김문환 부산
김문환은 1년 만에 눈부신 발전을 이뤄냈다. ⓒ스포츠니어스

올 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도 감독님 생각이 많이 났을 것 같다.
물론이다. 지난 해 9월에 아시안게임 예선 명단이 발표됐는데 감독님께서 “지금은 팀에 조금 더 집중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예선은 빠지게 됐다. 그러면서 감독님이 “본선에서도 충분히 잘할 수 있다”고 격려를 많이 해주셨다. 나도 그땐 우리 부산이 중요한 경기의 연속이어서 팀에 더 집중하고 싶을 때라 섭섭한 마음은 없었다. 감독님과 그렇게 아시안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정말 본선에 나가서 금메달을 따 왔다. 그런데 감독님은 안 계셨다. 슬프다.

아시안게임 이후로 팬이 굉장히 많아졌다. 실감하고 있나.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신다.

감독님이 살아계셨다면 뭐라고 하셨을까.
아마 한 마디 하셨을 것 같다. 워낙 장난을 잘 치시는 분이라 “마, 초심 잃지 말그래이”라고 하셨을 것 같다. 감독님이 그런 말을 하셨다고 생각하고 정말 초심을 잃지 않는 선수가 되겠다.

지금쯤 감독님이 하늘에서 흐뭇하게 보고 계실 것 같다.
그럴 것 같다. 나는 1년 전에 감독님과 단 둘이 면담하면서 “나도 이 키에 월드컵에 나갔는데 너도 국가대표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 단 둘만의 대화였고 그게 이뤄졌다.

故조진호 감독의 아들도 당신을 잘 따른다고 들었다.
지난 해 감독님이 살아계실 때 그 친구도 가끔 우리 클럽하우스에서 운동을 했다. 감독님이 개인 시간을 내 단 둘이 훈련을 하더라. 그 모습이 되게 좋아보였다. 그리고는 오가며 인사도 하고 가끔 대화도 나눴다. 그 친구가 서울이랜드 유소년 팀에서 축구를 하고 있는데 올 시즌 서울이랜드 원정경기에 가 경기가 끝나고 나오다 마주쳤다. 너무 반가워서 머리도 쓰다듬어 주면서 대화를 나눴다. 내 축구화도 전해줬다. 감독님이 아드님한테 내 이야기를 많이 하신 것 같더라.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했다고 하던가.
그 친구와 얼마 전 ‘카톡’을 주고 받았는데 “아빠가 문환이 형이 밥만 더 잘 먹으면 더 예쁠 것 같다고 했어요. 형 밥 잘 챙겨드세요”라고 하더라. 감독님이 생전에 나에게 밥 좀 많이 먹고 살 좀 찌우라고 잔소리를 꽤 하셨다. 나는 그래도 많이 먹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감독님이 내가 왜소하니 더 많이 먹고 힘을 키우길 바라셨다. 그래서 식사 시간마다 감독님 눈치도 보고 더 많이 먹고 그랬다. 감독님 아드님이 나한테 그 이야기를 하는 걸 듣고는 ‘정말 감독님이 내 생각을 많이 하셨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그 친구에게 “지금은 밥 잘 먹고 있다”고 이야기 해줬다. 가슴이 먹먹하더라.

故조진호 감독이 당신을 유난히 챙겼던 것 같다.
내가 감독님 아드님과 체격이 비슷하다. 그 친구도 말랐다. 그래서 감독님이 더 자주 이야기하신 것 같다.

구단을 통해 들어보니 그 친구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가 당신이라고 하더라.
고마운 일이다. “나중에 꼭 한 팀에서 같이 뛰자”고 했다. 그 친구가 프로에 입성할 때까지 내가 선수 생활을 오래하면 아마 한 팀에서 잠깐은 같이 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일이 정말 벌어졌으면 좋겠다. 의미 있는 일이지 않을까.

조진호 부산
이 해맑은 미소를 많은 이들이 기억한다. ⓒ프로축구연맹

꼭 그런 일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일단 당장은 올 시즌 승격이라는 목표가 남아 있다.
지난 시즌에는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올랐지만 결국 승격을 이루지 못했다. 상주와의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이 끝난 뒤 감독님 생각을 많이 했다. 팀을 위해서도 뛰지만 감독님을 위해서도 뛰자는 각오였는데 결국 그 꿈을 이루지 못했다. 감독님도 생전 정말 이루고 싶은 꿈이었는데 그 꿈을 이뤄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는 생각 뿐이었다. 올 시즌에는 딱 두 개의 목표가 있었다. 하나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이었고 또 하나는 승격이다. 하나는 이뤘으니 이제 또 다른 하나를 이뤄야 할 차례다.

올 해 그 꿈이 이뤄질 수 있을까.
K리그2에서 우승을 거둬 바로 K리그1으로 갈 수도 있고 승강 플레이오프를 거쳐 올라갈 수도 있다. 정말 안 좋으면 우리가 또 못 올라갈 가능성도 물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절대 승격에 실패할 거라는 생각은 아예 안 하고 있다. 한 경기 한 경기가 이제부터는 너무 중요하기 때문에 나머지 경기는 생각하지 않고 앞에 닥친 이 경기에서 최고의 경기력을 선보여야 한다.

알겠다. 당신의 도전을 응원한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하늘에서 보고 계실 감독님께 한 마디 부탁한다.
너무 보고 싶다. 올 해 내가 아시안게임 금메달도 따고 국가대표도 된 모습을 감독님께서 보셨다면 정말 누구보다 행복해 하셨을 거다. 지금 안 계신다는 게 너무 슬프다. 감독님이 그렇게 원하던 승격을 이루고 시즌이 끝나면 꼭 찾아 뵙고 싶다. 감독님이 지도한 제자라는 사실에 누가 되지 않게 늘 최선을 다하고 간절한 선수가 되겠다.

김문환은 1년 동안 가장 많은 변화를 이룬 선수다. 그리고 이런 발전을 이루는 데에는 故조진호 감독의 역할이 참 컸다. 비록 故조진호 감독은 하늘로 떠났지만 그가 지도한 제자는 한국 축구의 희망이 돼 가고 있다. 아마 故조진호 감독이 이 모습을 하늘에서 보고 있다면 정말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지 않을까. 故조진호 감독이 떠난 지 딱 1년이 되는 오늘 하루 만큼은 故조진호 감독에 대한 추억을 많이 나눴으면 한다. 많은 이들이 고인을 더 오래 기억했으면 좋겠다.

footballavenue@sports-g.com

이 기사의 단축 URL은 https://www.sports-g.com/9RQHR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