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권순태가 잘못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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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축구인’ 권순태는 분명 잘못했다. 하지만 ‘한국인’ 권순태는 죄가 없다.

권순태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3일 일본에서 열린 AFC 챔피언스리그(ACL) 4강 1차전 가시마앤틀러스와 수원삼성의 경기에서 권순태는 전반 43분 비매너 플레이로 인해 팬들의 공분을 자아냈다. 수원 임상협과 볼 경합 과정에서 충돌한 권순태는 임상협을 발로 차고 욕설을 하며 박치기까지 했다. 주심은 옐로우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퇴장까지도 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가시마는 후반 대역전극을 펼치며 수원을 3-2로 꺾었다. 이후 인터뷰도 논란의 대상이었다. 권순태는 “한국 팀에 지고 싶지 않았다”면서 “해서는 안될 행동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팀을 위해서라면 필요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수원 팬들은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수원에서 열리는 2차전에서는 야유가 더 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충분히 비판 받을 만한 일이다. 축구 팬들에게 눈쌀이 찌푸려지는 행동이다. 하지만 흐름을 보면 비판이 아닌 비난으로 흘러가고 있다. ‘한국인’ 권순태라는 점에 포커스가 맞춰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권순태를 향해 온당한 비판도 의미가 훼손될 수 밖에 없다.

‘축구인’ 권순태는 잘못했다
먼저 권순태의 행동이 잘못됐다는 점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당시 상황을 보면 권순태의 행동이 아예 이해가지는 않는다. 전반 초반 순식간에 두 골을 내준 가시마는 장호익의 자책골로 한 점 따라 붙었지만 경기를 뒤집기 쉽지 않아 보였다. 수원의 투쟁심 때문이었다. 강한 정신 무장을 하고 나온 수원은 시종일관 가시마를 거칠게 몰아붙였고 가시마는 이에 쉽게 대응하지 못했다.

무언가 분위기를 바꿔야 했다. 가시마 선수들의 투쟁심을 자극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권순태가 나섰다. 야구도 벤치 클리어링을 통해 선수들을 단결 시키고 분위기를 자극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권순태는 답답한 가시마의 분위기를 환기 시키기 위해 임상협을 상대로 도발했다. 그래서 권순태가 “팀을 위해서 필요한 일”이라고 말한 것이다.

권순태의 행동 이후 가시마는 역전승을 거뒀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하지만 불필요한, 더욱 자극적으로 말하면 멍청한 행동이었다. 신경전 정도로 자제할 수 있는 상황에서 권순태는 임상협에게 발차기를 했고 이후 욕설과 함께 박치기까지 했다. 주심이 퇴장을 명령해도 할 말 없는 상황이었다. 권순태는 엄연히 가시마의 주전 골키퍼다. 여기서 퇴장을 당했다면 남은 시간 뿐 아니라 2차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스포츠맨십을 상당히 위반하는 행동이었다. 해서는 안됐다. 결과적으로 가시마가 그 이후 반전의 계기를 만들며 승리했지만 권순태는 승리의 가능성을 없애버릴 수 있는 위험천만한 행동을 했다.

해서는 안되는 도박을 했고 결과는 얻었지만 비판 받아야 하는 이유다. 수원 팬들의 격앙된 반응 또한 이해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권순태의 행동은 수원을 패배의 수렁으로 몰아 넣었다. 권순태 본인도 “수원 팬들은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들의 격앙된 감정과 야유를 대가로 한 행동임을 밝혔다. 수원 팬들은 2차전에서 권순태를 향해 마음껏 야유할 것이다. 그래도 된다.

‘한국인’ 권순태는 왜?
여기까지는 온당한 비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상한 여론의 흐름이 감지된다. 권순태에게 “귀화하라”, “한국인이 그럴 수 있는가”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경기 당일이 개천절이라는 이유를 들며 더욱 격앙된 분위기다. 정상적이지 않다. 어찌보면 프로축구에 내셔널리즘을 입혀 온 언론의 잘못일 수도 있다. 하지만 권순태가 한국인의 입장에서 딱히 잘못한 것은 없다.

ACL 4강 1차전이라는 중요한 경기에서 가시마에 뛰는 한국인에게 무엇을 기대했던 것일까? 한 골 먹어주기를 바랐던 것일까? 권순태가 그라운드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은 팀을 승리로 이끄는 것이었다. 최선을 다하는 것이었다. 그래야 한국인 선수의 가치가 높아지는 법이다. 비록 두 골을 실점했지만 그는 무리한 행동을 하면서 최선을 다했다. 결과적으로 승리를 만들었다.

프로의 세계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만일 수원에 일본인 선수가 출전해 가시마를 상대로 태업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것은 조국을 향한 애국이라고 생각할까. 아니다. 프로 답지 못하다는 지적 밖에 없을 것이다. 차라리 비신사적인 플레이를 향해 “축구인 답지 않다”라고 돌을 던져라. “한국인이 아니다”라며 비난하는 것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과도한 내셔널리즘은 불필요하다
10월 23일 수원에서 ACL 4강 2차전이 열린다. 아직 20일 가까이 남았지만 벌써부터 분위기는 상상된다. 권순태가 수원 응원석 방향 골문으로 걸어오는 순간 엄청난 야유가 쏟아질 것이다. 그리고 수원은 여기서 반드시 승리해야 결승전 진출이라는 꿈을 이룰 수 있다. 그만큼 선수도 관중도 간절해질 것이다. 거친 분위기가 연출될 수 있고 관중들의 몸짓과 함성도 극과 극을 오갈 것이다.

이제 수원은 거센 응원을 등에 업을 것이다, 그래야만 한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수원 팬들이 권순태에게 야유를 쏟아낸다고 “같은 한국인끼리 이럴 수 있는가”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일본이라서 야유하는 것이 아니다. 다른 팀이고 반드시 꺾어야 하는 상대이기 때문에 야유하는 것이다. 상대가 가시마가 아니라 라이벌인 FC서울이나 전북현대였다면 야유의 강도가 줄어들까. 아니다. 더 거세질 것이다.

ACL은 국가대항전이 아니다. 프로 경기다. 물론 각 나라를 대표하는 팀들이 모여서 겨루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애국심은 보는 재미를 더욱 가미한다. 하지만 과도한 내셔널리즘은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는다. 권순태에게도, 수원에도 불필요하다. 그저 2차전에서 수원이 역전극을 보여주면 그걸로 된 것이다. 그리고 수원을 향해 일방적인 응원을 보내주면 된다.

wisdragon@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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