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으로 야구 유학간 선수, 박우현의 간절한 이야기

2008 베이징 올림픽 당시의 우커송 야구장만큼은 아니지만, 대학에 이 정도 규모의 야구장이 있다는 점은 꽤 놀랄만한 부분이다. 사진=박우현 제공



[스포츠니어스 | 김현희 기자] 지난해 12월, 본 기자 앞으로 다소 흥미로운 소식이 전달됐다. 야구로 유학을 하겠다는 선수들이 나타났던 것이었다. 프로 입문이 아니면 국내 대학이나 독립리그까지 알아보게 되는 한국 야구의 특수한 상황 속에서 해외 학교로 눈을 돌리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물론 야구 유학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SK의 김동엽은 북일고 재학 이전에 일본 니치난 학원에서 야구 유학을 떠났던 경험이 있고, 현재는 야구를 접고 보통 사회인으로 살아가는 前 부산고 출신의 날쎈돌이 외야수 김동민도 일본 이이즈카 학원에 입학하여 학교 창립 이래 사상 처음으로 고시엔에 진출했던 경험도 있다. 그 기세를 바탕으로 선배 김무영(前 소프트뱅크 호크스)이 몸담았던 일본 경제 대학교에 입학, 신인상을 받은 경험도 있다.

이렇게 제한적으로나마 야구 유학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어 왔지만, 한 해에 두 명이 동시에 야구 유학 소식을 전달해 온 경우는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먼저 소식을 전해 온 서울고 외야수 홍민재는 미국 애리조나 웨스턴 칼리지 진학을 확정, 올해 1학년 과정을 마쳤으며 지역 리그 우승이라는 겹경사까지 맞기도 했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유망주는 야구라는 종목과는 크게 인연을 맺지 못했던 중국으로의 유학을 선택했다. 상우고에서 내/외야를 넘나들었던 박우현(20)이 그 주인공이다.

중국에서 전달하는 야구 유학생의 조언,
“현재 진로 고민 중인 후배들 생각에 애틋”

사실 중국에는 프로리그가 없다. 한때 2009 WBC에서 중국 국가대표로 마이너리거 ‘창레이(Raymond Chang)’가 발탁되면서 중국 시장에 대한 관심이 대두되기는 했으나 여전히 중국은 아시아에서도 4등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에 머물러 있었다. 따라서 프로리그가 활성화되어 있는 미국이나 일본, 타이완이 아닌 국가로의 유학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지난해 중국 유학을 앞두고 만난 박우현. 그는 상우고 졸업 이후 중국 남경공대 유학을 선택했다. ⓒ스포츠니어스

그런데, 이후 중국에서도 프로리그 창설 움직임이 있었다. 구단 규모도 약 20개 정도로 감안할 만큼 꽤 큰 사업이었다. 향후 5~6년 이후 지금의 세미프로 구단을 중심으로 창단 작업이 가속화될 예정이다. 박우현은 바로 이러한 중국 야구의 뼈대를 완성할 수 있는 시점에 유학을 떠난 것이다. 중국 시장에 대해 상당히 잘 알고 있는 ‘노장’ 안계장 감독의 적극적인 추천도 한 몫 했다. 전남고에서 생물 교사로 근무하면서 야구부를 창단한 안계장 감독은 모교인 선린상고(現 선린인터넷고)를 비롯하여 배재고, 휘문고 등지에서 폭넓은 지도자 생활을 경험한 야구 원로이기도 했다.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중국 남경 공업 대학을 비롯한 중국 전역에서 야구 지도를 할 만큼, 그 잠재 시장을 눈여겨 본 것이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박우현도 졸업 이후 중국어를 공부하고 나서 올해 남경공대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처음에는 두려움이 앞섰지만 현지에서 직접 유학생으로서의 삶을 체험하고 나니 오길 잘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처음 중국에 왔을 때에는 정말 우물 안 개구리 라는 것을 느꼈다. 남경공대가 이공계 명문학교라서 주변 국가에서도 국가 장학금을 받고 공부를 하러 올 정도였다. 여기에 중국어까지 능통하면 학교에서까지 장학금을 받게 된다. 국가 장학금에 여기 장학금까지 합치면, 되려 돈을 받고 학교를 다니는 셈이다. 날마다 새로운 것을 느끼고 있는데, 일단 외국인들을 만나면서 시야와 생각하는 폭이 더 넓어지게 됐다.” 박우현의 말이다.

또한 그는 “아직 우리나라 야구 수준에 비하면 낮은 것은 맞지만 학업을 중점으로 운동 하는 부분에서는 이곳(중국)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또한 국내 대학이랑 스케줄은 비슷하다. 수요일과 주말을 제외한 주 4회 훈련 스케줄로, 3시30분부터 6시까지 운동인데 수업 스케줄이 겹치면 무조건 수업을 들어가야 한다.”라며 현지 사정에 대한 간략한 이야기를 전달하기도 했다. 한 가지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언어에 대한 부분. 유학생 신분이다보니 모든 설명이 영어로 되어 있어 영어 역시 가볍게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달라는 당부를 전하기도 했다.

바로 여기에서 박우현이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그는 “후배들이 그동안 야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어찌됐던 야구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당장 원하는 결과도 안 나왔고, 심적으로 많이 지쳐있기에 쉬어가야 할 시기라고도 생각한다. 나 또한 작년 이맘 때 딱 그러한 심정이었기에 잘 안다. 그런데, 2개월 정도 지나면 몸이 근질근질 해지면서 스스로 느낄 것이다. 내가 야구를 너무 사랑 했었다는 것을 말이다.”라며 길고 긴 조언을 시작했다.

일단, 박우현은 야구선수를 최선의 길로 선택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유학은 되려 독일 수 있다는 조언을 건냈다. 야구를 통하여 다양한 길을 걷고 싶은 이들이야말로 중국 유학은 또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으며,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오롯이 본인의 몫이라는 것이다.

“야구선수말고 야구 외적으로의 진로를 택하고 싶거나 외국어 공부에 욕심이 있는 후배들, 그리고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는 후배들이 도전해 봤으면 좋겠다. 야구도 하면서 공부에 집중 할 수 있는 것은 중국이 우리나라보다 편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외국인 기숙사가 따로 있는데 거의 대부분이 영어권 나라다. 여기서 마음만 먹으면 영어와, 중국어 두 언어 모두 잡을 수 있다는 것을 꼭 말해주고 싶다.

어린 나이에 실패를 맛본 친구들이 성공을 맛본 친구들보다 많다고 생각한다. 그 친구들에게 선배로서 이제 시작이라고 용기 심어주고 위로가 되었으면 하고 이런 길이 있다고도 꼭 알려주고 싶다. 본인은 도와주는 사람 없이 혼자 준비했기 때문에 조금 어려운 부분이 많았지만 선배로서 후배들이 도전의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본인 역시 당연히 도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경기도 모처에서 만난 안계장 감독(사진 좌)과 전설 박철순(사진 우). 안 감독은 중국 시장에 대해 상당히 해박한 지식을 갖춘 원로다. ⓒ스포츠니어스

다만, 박우현은 중국에서도 야구 선수를 계속 도전해 보고 싶다면 가능하다는 이야기도 전달해 왔다. 그러나 국내 스타일과는 달리 자기가 연구도 많이 해야 하고 개인운동 스케줄을 자기 자신이 혼자 짜야 해서 조금 힘들 수도 있다는 조언도 전달해 왔다. 즉 한국 스타일보다는 미국 같은 스타일에 적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중국은 엘리트 체육 시스템 보다는 생활체육 시스템이고, 야구선수도 가능하지만 야구를 바탕으로 다른 진로를 찾고 싶다는 선수들이 도전해보면 분명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중국 프로야구가 움직이고 있고 2025년에 20개 출범 한다는 사실을 알아놓고 도전하면 어떤 쪽에서든 의미 있는 도전인 셈이다. 그래서 “뭐든지 도전을 해야 실패도 성공도 있는 것이다. 젊음이 좋다는 것이 무엇인가?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고 다시 도전하는 것이 허락되는 것 아니겠는가? 무엇이든지 도전했으면 한다. 용기 조금 내서 10년 뒤를 보면 남들보다 분명히 앞서 있을 것이라 자부한다. 지금부터가 중요해다. 기회는 위기고 위기는 기회라는 말처럼 이제 시작이다.”라며 후배들에 대한 조언을 마쳤다.

본인이 직접 국내에서 야구선수의 길을 걸었고 야구를 통하여 선수 외에 다른 길을 가는 도전을 선택했던 박우현이었다. 그렇기에 드래프트 이후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또 한때 좌절을 느끼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러한 만큼 먼 타지에서 후배들을 응원하는 선배의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박우현의 케이스는 국내 아마야구 유망주들이 미국이나 일본, 타이완 외에도 다양한 방향으로 진로를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 큰 의의를 지닐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본 기자 역시 그의 유학 생활을 지켜보면서 ‘이러한 방법으로도 진학을 할 수 있고 현지에서는 이렇게 생활할 수 있다’라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전달할 예정이다. 새로운 도전에 임하는 박우현과 현재 진로를 고민하는 모든 고교야구 유망주들의 앞날에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기원한다.

eugenephil@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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