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강현무를 죽도록 뛰게 한 ‘AG 탈락’

강현무는 자신감이 넘치면서 재치있는 선수였다. ⓒ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포항=곽힘찬 기자] ‘포항의 수호신’ 강현무는 자신감이 넘쳤다. 동시에 겸손했다. 멋쩍게 웃으며 재치 있게 답변하는 강현무가 왜 포항 스틸러스 팬들로부터 사랑받는지 알 수 있었다.

강현무는 30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31라운드에서 대구FC를 상대로 선방쇼를 보여준 끝에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강현무는 “사실 대구가 워낙 상승세를 타고 있어서 엄청 긴장도 많이 했고 걱정도 됐다. 세징야, 에드가를 앞세운 대구의 공격력은 최근 K리그에서 손꼽힐 정도로 강력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강현무는 물러서기 싫었다. 바로 조현우 때문이었다. “대구의 수문장은 국가대표 넘버원 골키퍼인 조현우가 맡고 있다. 지고 싶지 않았다. 알게 모르게 경쟁심이 생겨서 이를 악물고 뛰었다”는 강현무는 경기 전부터 승리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포항 스틸러스 역시 구단 자체적으로 경기를 앞두고 강현무와 조현우의 ‘K리그 대표 GK대결’을 주제로 홍보를 진행했다. 포스터를 봤다는 강현무는 “긴장한 것보다는 이건 진짜 지면 안 된다. 죽어도 패배할 수 없다. 목숨 걸고 하자는 의지를 가지고 경기를 뛰었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 경기는 매우 색달랐다”면서 웃었다. 이날 ‘장군 멍군’이었던 강현무와 조현우의 맞대결은 팬들에게 큰 볼거리를 선사했다. 경기 중간 중간 강현무가 선방을 해낼 때마다 최순호 감독의 웃는 얼굴이 클로즈업되기도 했다.

경기를 앞두고 포항에서 내건 포스터 ⓒ 포항 스틸러스 공식 페이스북

“내 포지션은 골키퍼. 당연히 해야 할 일”
강현무의 선방에 힘입어 2-1 승리를 거둔 포항은 3년 만에 상위 스플릿 진출을 확정지으며 자존심을 세웠다. 사실 포항은 시즌이 시작되기 전 상황이 매우 좋지 않았다. 양동현, 손준호 등의 주력 선수들이 이탈하면서 전력에 큰 공백이 생겼기 때문이다. 최순호 감독은 이를 두고 “매우 힘든 상황에서 팀을 맡게 됐다”면서 하소연 한 바 있다. 하지만 포항은 어려운 고비를 무사히 넘기면서 1차 목표를 달성하게 됐고 이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 걸려있는 3위를 위해 나아가려고 한다.

이러한 포항의 변화를 두고 강현무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3년 만에 달성한 상위 스플릿 진출은 모든 선수들이 함께 했다고 할 수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강현무의 선방이 없었다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팬들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강현무는 겸손했다. “내 포지션은 골키퍼다. 골키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이기 때문에 나만 잘했다고 볼 수 없다. 김광석, 하창래, 배슬기, 알레망 등 나보다 더 많은 것을 해준 선수들이 내 앞에서 잘해줬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운이 좋다면 국가대표팀 승선도 따라올 것”
강현무는 이제 주전 2년 차에 접어든 골키퍼다. 포항 입장에서는 강현무 없는 선발 라인업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그렇기에 구단과 팬들 입장에서는 강현무가 국가대표팀에 승선하길 바라고 있을 것이다. 더욱이 지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명단에서 탈락했기 때문에 강현무 본인도 국가대표팀 발탁을 기대하고 있지 않을까. 기자가 “내일 축구회간에서 벤투 2기 명단이 발표된다. 솔직히 기대하고 있는 거 다 알고 있다”고 묻자 강현무는 “전혀 아니다”라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강현무는 “물론 발탁되면 누구보다도 열심히 잘 뛸 수 있지만 그렇다고 크게 기대는 하고 있지 않다. 하던 대로 열심히 한다면 언젠가 기회가 오지 않을까. 운이 좋다면 말이다”고 밝혔다.

몇 달 전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강현무는 “운이 좋다면 발탁될 것이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에도 역시 강현무는 “운이 좋다면 국가대표에 선발될 수 있을 것이다. 설령 운이 따라주지 않더라도 나 스스로 열심히 하면 자연스럽게 포항의 성적이 따라올 것이고 자연스럽게 국가대표팀에 승선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강현무에게 조현우란 어떤 존재일까
프로 선수라면 누구나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뛰기를 원한다. 강현무도 마찬가지다. 국가대표팀에 승선하지 못해 지난 아시안게임과 A매치였던 코스타리카와 칠레전을 집에서 TV로 봤을 강현무는 국가를 대표해 뛰는 조현우가 내심 부러웠을 것이다.

그렇다면 강현무에게 조현우는 어떤 선수일까. 강현무는 “조현우를 매우 높게 평하고 있다. 리그에서 같이 뛰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대한민국 넘버원 골키퍼인 만큼 존재감이 매우 크다. 충분히 국가대표팀에 선발될 만한 실력을 가진 선수며 배울 점도 많은 선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강현무는 웃으면서 얘기했다. “그런데 그렇다고 내가 밀린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올해 조현우의 대구와 세 번 맞붙었는데 세 번 모두 이겼다.”

아사안게임 탈락, 강현무를 키우다
언제부터 이런 경쟁심이 강현무의 마음속에 피어난 것일까. 강현무는 “작년에는 전혀 그런 것이 없었다. 대구에 패배할 때도 그런 마음은 크게 들지 않았는데 올해 아시안게임에 나가지 못하고 나서 갑자기 생겼다. 그때부터 이를 갈고 열심히 뛰었다. 덕분에 내 실력까지 덩달아 늘었고 이제 주전 자리를 꿰차면서 더 성장한 것 같다”고 답변했다. 강현무는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승선하지 못한 직후 크게 한숨을 쉬며 “기대한 만큼 실망도 크다. 솔직히 많이 실망했다”면서 아쉬움을 크게 드러냈었다. 하지만 그러한 좌절이 오히려 강현무를 더 성장시켰고 이제는 K리그를 대표하는 골키퍼로 발돋움했다.

최순호 감독을 춤추게 하는 강현무의 활약은 이제 국가대표를 넘볼 정도가 됐다. 기자가 내일 당장 선발되지 못하더라도 지금 실력대로면 빠른 시일 내에 충분히 국가대표팀에 선발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넌지시 말하자 강현무는 그저 호탕하게 웃을 뿐이었다. “아~ 그래도 아직 멀었다.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지만 아직 내 실력은 부족하다.”

emrechan1@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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