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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아산=조성룡 기자] "아이 참, 저게 저기 있으면 어떡해요."

전역한 사람은 과거 몸 담았던 부대의 방향으로 소변도 보지 않는다는 말도 있다. 그런데 3개월 만에 근무지를 찾은 사람이 있다. 수원FC 이재안이다. 올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그는 아산에서 뛰고 있었다. 이후 전역하며 원소속팀 수원FC로 돌아간 그는 전역 후 3개월 만에 이번에는 원정팀 선수의 자격으로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을 찾았다. 29일 이곳에서 아산과 수원FC의 경기가 있기 때문이다.

이재안은 잠깐 말년 병장으로 돌아온 것처럼 보였다. 과거 후임들의 격한 환영을 받으면서도 관중석 현수막을 바라봤다. 그러더니 한 현수막을 가리키며 "저게 왜 구석에 있어요? (한)의권이가 아쉬워 하겠네"라고 농담했다. 그가 가리킨 것은 한 통닭집의 현수막이었다. 과거 중앙에 있던 현수막이 구석으로 옮겨졌다는 이야기였다. 그 집은 아산 선수들이 즐겨찾는 맛집이기도 하다.

이날 아산은 또다른 전역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재안이 전역하고 시간은 흐르고 흘렀다. 이제 이재안의 후임이 전역할 날이 다가온 것이다. "시간 정말 빠르네요." 후임들이 하나 둘 그라운드에 나오며 인사하자 센스 있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뒷공간 조심해라." 과거 아산의 든든한 공격수였던 이재안은 이제 아산의 골문을 곧바로 노리는 상대 팀 공격수로 변신해 있었다.

아산을 향한 수원FC 이재안의 조언

이재안은 아산에 애정이 많다. 그래서 오랜 만에 돌아온 아산이 좋다. 하지만 이재안의 마음은 착잡하다. 청춘을 바쳤던 팀 아산이 해체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최근 경찰청은 경찰대학 산하 무궁화 축구단으로 운영되고 있는 아산에 더 이상의 선수 충원을 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이렇게 되면 올 시즌이 끝나고 아산에는 14명의 선수 밖에 남지 않는다. K리그 규정에 따르면 14명의 선수로 리그에 참가할 수 없다. 사실상 해체하겠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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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역 후에도 아산에 애정이 많아요. 여전히 친한 후임들도 많고요. 너무 안타까워요. 내년에도 군 생활을 계속 해야하는 선수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고 아쉽죠. 과거 함께 뛰었던 동료의 입장일 뿐 아니라 축구인의 한 사람 입장에서도 아산의 해체는 있어서는 안되는 일입니다. 장기적으로 생각하면 한국 축구에 손해가 되는 일이 될 것입니다."

K리그2에서는 아산의 해체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아산의 향후 행보에 따라서 승격 플레이오프의 일정과 대상도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아산이 정상적으로 내년 시즌에 참가하지 못하는 것이 확정되면 K리그2 5위까지 승격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과거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이재안의 현재 소속팀 수원FC도 플레이오프의 기로에 서 있다.

분명 아산이 참가 자격, 또는 승격권을 얻지 못한다면 수원FC에는 유리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한 질문을 슬쩍 던졌다. 이재안은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 "다들 승격과 플레이오프 진출에 대한 마음이 간절하잖아요. 그런 생각도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5위를 차지하고 어부지리로 올라가는 것보다 정정당당하게 승부해서 이기고 승점 쌓아서 4위 안에 들어갈 생각을 먼저 해야 합니다. 그게 먼저입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내년에도 남아야 하는 14명의 선수들이 제일 걱정이다"라면서 후임들에게 당부의 메시지를 전했다. "정말 한 명 한 명 전부 잘하는 친구들이고 개인적으로 아끼는 후임들이었습니다. 진심은 통한다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최근 모습처럼 정말 열심히 하다보면 또 좋은 소식과 좋은 일이 전해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이 상황에서 무언가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어서 아쉽지만 뒤에서라도 끝까지 응원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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