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라는 도시, 그리고 축구단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니어스 | 홍인택 기자] 추석 연휴가 끝났다. 지방에 연고가 없는 나는 오랜만에 한가롭게 연휴를 즐겼다. 물론 연휴의 처음과 끝을 현장 취재로 장식하긴 했지만 그래도 친척들 사이에서 근황을 보고할 의무도 없었고 인생의 쓴맛과 단맛을 다 보신 어르신들의 애정이 담긴 조언을 듣지 않아도 돼 좋았다.

추석이나 설날 같은 민족의 대명절이 찾아오면 서울의 풍경이 변한다. 바쁘고 빠르게 움직이던 사람들과 차들은 거리를 비운다. 차들의 엔진 소리와 경적 소리는 없어지고 정적이 흐른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고 햇빛은 강렬했다. 차와 사람이 없는 대로변을 걷는 일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연휴가 마무리되면서 다시 평소의 서울이 모습을 드러낸다. 잠시 자리를 비웠던 사람들과 차들이 거리를 메운다. 차들의 엔진 소리와 경적 소리, 통신사 매장의 시끄러운 음악 소리, 심지어는 사람들이 바삐 움직이는 소리까지 거리를 채우기 시작한다.

다들 바쁘게 어디를 향해 가고 있다. 손에는 핸드폰이 들려있고 귀에는 에어팟이 걸려있다. 뉴스를 보는 사람들, 타인의 SNS를 둘러보는 사람들, 책을 보는 사람들, 웃고 떠들며 지나가는 사람들, 그리고 정장을 입고 서류 가방을 손에 든 채 통화를 하며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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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한국일보는 서울의 변화한 풍경을 시대를 관통하는 노래에서 찾았다. 패티 김과 조용필이 노래했던 서울은 “내 가슴에 아름다운 냇물”이 흘렀고 “종이 울리고 꽃이 피는” 곳이었다. 해당 기사는 “1960~80년대 가요에 희망과 낭만이 넘치던 서울은 좌절과 불안, 고립으로 시름이 깊어졌다”라고 표현했다.

FC서울은 2010년 넬로 빙가다 감독 체제에서 우승을 경험하면서 점차 야망을 드러냈다. 시즌 초반 삐걱거렸던 황보관 감독을 대체한 최 감독은 2012년 팀을 리그 정상에 올려놨다. 2013년에는 AFC챔피언스리그 결승전까지 경험하면서 아시아의 강팀으로 이름을 날렸고 2015년에는 FA컵 우승을 차지하며 한국에서 가장 축구를 잘하는 팀으로 날아 올랐다.

서울이랜드는 2014년 K리그 23번째 구단으로 창단됐다. 1995년 수원삼성 창단 이후 19년 만에 생긴 기업구단이었다. 초대 감독으로 마틴 레니 외국인 감독을 선임했고 잠실올림픽주경기장의 끔찍한 시야를 보완하기 위해 거대한 가변석을 설치하고 푸드 트럭을 경기장 안에 입점하는 등 혁신적인 움직임을 보여줬다. 사람들도 기대감을 안고 한 손에 맥주를 들며 그들의 축구를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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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FC서울은 26일 인천유나이티드와 1-1 무승부를 거두면서 리그 7경기 연속으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정규리그가 거의 끝나가는 지금 서울의 위치는 9위다. 6위를 지키고 수성해도 모자랄 텐데 오히려 강원이나 제주를 추월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 시즌 내내 불안했던 인천 수비에 세트피스 상황에서 한 골을 만회하며 가까스로 패배를 피했다.

서울이랜드FC는 시즌마다 감독이 바뀌고 걸출한 스타 선수 육성에도 어려움을 겪으며 현재 K리그2 최하위에 놓여있다. 서울이랜드는 가장 최근 열렸던 홈경기에서 9경기 동안 승리가 없었던 부천FC1995에 0-1로 패배했다. 연휴 첫날 잠실올림픽주경기장을 찾은 유료관중의 수는 458명이었다. 강렬한 햇빛을 피해 그늘진 곳에 자리를 잡은 팬들은 그곳에서 팀의 자책골을 지켜봤다.

서울은 변했다. 희망이 가득했던 서울은 이제 빡빡한 생존의 터전이 됐다. 장재인에게 서울은 “감정은 총알처럼 빠르게 지나가지만 기대와 희망은 슬로우모션처럼 느리게 작동하는” 곳이며 성진환에게는 “모두가 화를 내는 곳”이다. 이효리는 서울을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늦은” 곳이라고 표현했다.

잠자리에 지친 몸을 맡겨봐도 위로 보이는 천장은 너무 좁다. 전진과 발전은커녕 버티기에 급급하다. 읽기 위해 사둔 책은 여전히 열리지 않고 표지 위에 놓인 책갈피와 함께 먼지를 빨아들이고 있다. 사회생활을 위해 긁어모은 연락처에는 개인적으로 안부를 묻기엔 조금 어색한 사람들로 가득하다. 생존이 쉽지 않다. 그들의 축구도 쉽지 않다.

intaekd@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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