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대표팀 스태프들이 통역 봉사자들에게 뱃지를 선물했다. 맨 좌측이 국내 통역을 담당한 미나미짱이다.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김현희 기자] (2편에서 계속) 회사 창립 이래로 첫 해외 취재였던 일본 미야자키의 아시아 청소년 야구 선수권대회. 한국인 외신 기자가 혼자였기에 다소 쓸쓸했던 것도 사실이었지만, 국내에서는 잘 모를 수 있는 일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었기에 충분한 공부가 됐습니다. 간혹 중계방송에서 현지 사정을 잘 몰라 발생했던 사소한 코멘트 실수 같은 것이 있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중계든 취재든 답은 대부분 현장에 있다는 점 또한 배울 수 있었습니다.

미야자키 취재기 1편과 2편에서는 주로 그라운드에서 발생했던 뒷이야기, 그리고 어떻게 해야 최소 비용으로 미야자키역에서 산마린 야구장까지 갈 수 있는지에 대해 제시한 바 있습니다. 마지막 3편에서는 주로 그라운드 밖 이야기를 다뤄보고자 합니다. 그 중 우리 대표팀의 귀가 되고 입이 되어 주었던 한 친구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김기자의 좌충우돌 미야자키 취재기 ③편,

"Thank you, Minami-chan!"

일본 남부 규슈 지방의 유일한 프로야구팀은 후쿠오카를 연고로 하는 소프트뱅크 호크스입니다. 그러다보니, 남부에서 TV를 틀면 대부분 소프트뱅크의 경기를 중계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본 기자가 머물던 미야자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미야자키에서 후쿠오카 돔구장까지 가는 길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50분 걸리는 일본 국내선 비행기에 탑승하거나 규슈 신간센을 타기 위해 장거리를 이동해야 하는데, 이 또한 4시간이 걸립니다. 보통의 각오가 아니라면, 미야자키 지역에 있는 야구팬들은 여간해서 야구를 볼 수 없는 안타까운 사정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미야자키에 위치한 산마린 야구장이나 아이비 야구장을 거점으로 발생하는 10월의 교육리그, 홈팀격인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요미우리 자이언츠 등이 연합이 된 스프링캠프가 야구를 즐기기에 적기입니다. 그래서 이번 청소년 대회와 같은 국제 대회가 발생할 때, 학생 선수들을 중심으로 봉사활동을 하고자 하는 이들이 많아지는 것은 매우 당연한 현상일지도 모릅니다.

각 국가의 통역을 담당하는 이들도 봉사활동 멤버들로 구성됩니다. 영어를 중심으로 중국어 통역들이 수고를 아끼지 않으며, 동남아시아의 홍콩과 스리랑카에게도 통역 서비스가 제공됩니다. 물론, 우리나라 대표팀에도 통역을 담당한 봉사자가 있었습니다. 미나미 스즈키(美南鈴木, 22)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일본 미야자키 대학 4학년에 재학중인 미나미는 이번 U-18 청소년 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한국어 통역 봉사를 자청했습니다. 한국을 방문하면서 한국어를 독학으로 공부했던 것이 그녀의 지원 동기가 됐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 우리나라 말로 인사하는 모습에 깜짝 놀라 일본 사람이 아닌 줄 착각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다소 서툰 우리나라 말에도 불구하고 진심으로 최선을 다 하여 대표팀의 입과 귀가 되어 주었습니다. 특히, 일본 취재진들의 다양한 질문 속에서도 대표팀의 이야기를 일본어로 전달하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에 본 기자도 그녀의 옆에서 통역을 도우면서 일본어로 표현하기 힘든 한국식 표현도 순화하여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필요하다면 영어까지 써 가면서 이해를 돕기 위해 애를 썼습니다. 어떻게든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정확한 표현을 일본 기자단들에게 정확하게 전달해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미나미 본인이 많이 힘들 때도 많았을 것입니다. 실제로 잠시 시간이 되어 그녀와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당시 미나미는 "대회 기간 동안 매일 집에서 선수들의 묵는 호텔에 다니기가 힘들었어요. 하지만, 제가 담당하는 한국 대표팀의 우승을 원했기 때문에 아무리 힘들어도 열심히 노력했습니다."라는, 상당히 고마운 이야기를 전달해 주기도 했습니다. 놀라운 것은 그녀 역시 소프트볼을 했던 학생 선수였다는 점입니다. 본인이 직접 운동을 해 봤기 때문에, 스스로 대표팀의 귀와 입이 되어 준 것을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대표팀의 귀국 순간까지 미나미짱은 대한민국 국가대표 스태프 일원이었습니다. ⓒ미나미 스즈키 제공

미나미는 이번 통역 봉사가 본인의 한국어 실력이 향상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도 이야기합니다. "지금까지 한국으로 여행을 가거나 유학생과 교류할 때 한꺼번에 많은 한국 사람과 말할 기회는 않았지만, 이번에는 대회 기간 내에 30명 가까운 선수단과 혼자 대화를 해야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말도 늘게 되었습니다."라며, 향후에는 더 나은 한국어 실력으로 다시 만나고 싶다는 이야기를 전달해 오기도 했습니다. 아마 청소년 대표팀의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모두 아시아 청소년 대회의 추억을 논할 때, 이 친구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못할 것입니다. 내년 부산 기장에서 열리는 세계 청소년 대회에도 이 친구를 초청할 예정입니다. 이 소식을 알리면서 내년에 시간이 되면 부산에 와줄 수 있냐는 이야기에 이 친구도 흔쾌히 오겠다는 답변을 보내왔습니다. 그때 기회가 되면, 프로에 입문하여 치열한 밥그릇 싸움을 벌이고 있는 친구들도 만나게 해 주려 합니다.

한 번은 이 친구에게 다소 짓궂은 질문을 던져 봤습니다. "한국어 통역을 맡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선수들과 정도 들었을텐데, 막상 한일전에 들어서게 되면 복잡한 마음일 것 같다. 여기에 경기는 1-3으로 고시엔의 스타들이 졌다.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했을 것 같은데, 솔직히 어떠했나?"라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답변하기 참 곤란하겠다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담담하게 "야구를 좋아하는 가장 행복한 일본인일 뿐이예요(I'm the happiest person who like baseball in Japan)"라는 대답을 해 왔습니다. 어찌 보면 그러한 순간에 할 수 있던 최선의 대답이었지 않나 싶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대표팀과 함께 숨쉬고 움직였던, 또 다른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스태프의 일원이기도 했습니다. 대표팀 선수들이 귀국할 때에도 미야자키 공항에 직접 나왔을 때 그녀의 복장 또한 국가대표팀의 이니셜 'K'가 새겨진 활동복이었습니다. 그 자체만으로도 참 고마울 일입니다.

이제 10월이 다가오고, 아시아 청소년 야구 선수권대회가 종료된지 2주가 넘어가는 시점에서 너무 늦은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만, 대표팀에서 봉사자원으로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은 그 친구에게 지면을 통해서나마 이 이야기는 꼭 전하고 싶었습니다. Thank you Minami-chan! 이라고요. Minami-chan, See you in Korea!

※ 김기자가 가 본 미야자키, 이런 곳도 있다!

대표팀의 귀국 순간까지 미나미짱은 대한민국 국가대표 스태프 일원이었습니다. ⓒ미나미 스즈키 제공

이 파트는 취재와는 별도로 미야자키 여정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후기를 남겨봅니다. 미야자키는 시내를 중심으로 가성비가 좋은 숙박 시설이 많습니다. 1박 5만 원 내외에도 아침식사가 제공되는 비즈니스 호텔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죠. 각종 제휴 사이트에서 숙박 시설을 예약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왕이면 미야카지 역을 거점으로 알아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산마린 스타디움이나 아이비 스타디움의 연결 통로 역시 미야자키역을 거점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그 중 미야자키 시내의 중심은 단연 1번가(一番街) 입니다. 오전까지는 조용하지만, 오후만 되면 다양한 유형의 음식점들이 오픈하기 시작하여 다양한 입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한식집도 있어 한국어가 통할까 싶다는 생각을 하기 쉽지만, 큰 착각임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대표팀의 귀국 순간까지 미나미짱은 대한민국 국가대표 스태프 일원이었습니다. ⓒ미나미 스즈키 제공

국내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약품이나 선물용 동전 파스 등을 구매하고 싶다면 '藥(약)'이라는 간판이 크게 씌여진 마츠모토 키요시(マツモトキヨシ)만한 곳이 없음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드럭일레븐이나 돈키호테, 모리상점 등도 있지만, '올리브 영'이나 '롭스(LOHBS)'와 같은 드럭스토어를 찾는다면 이 곳을 적극 추천합니다. 큰 규모의 마츠모토 상점은 미야자키역을 중심으로 약 800m 떨어져 있어 맘만 먹으면 걸어서도 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소규모 상점은 1번가에도 있습니다.

대표팀의 귀국 순간까지 미나미짱은 대한민국 국가대표 스태프 일원이었습니다. ⓒ미나미 스즈키 제공

마음먹고 쇼핑을 하고 싶다면, 미야자키역에서 버스 한 번으로 갈 수 있는 이온몰(Aeon Mall)을 추천합니다. 국내로 치면, 파주 아울렛 및 하남 스타필드 규모로 상당히 큽니다. 미야자키 역 외에도 한 정거장 거리의 '남부 미야자키(미나미미야자키, 南宮崎)역'에도 있습니다. 청소년 국가대표팀도 예선라운드가 종료되고 하루 휴식을 취할 때 이온몰을 찾았을 정도. 식자재는 물론, 각종 패션 잡화와 가정용품 등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일본에는 레코드 시장이 아직 호황이라 일본 최고의 슈퍼스타 '아무로 나미에(安室奈美恵)'의 은퇴를 앞두고 다양한 방법으로 점두를 꾸미기도 했습니다.

대표팀의 귀국 순간까지 미나미짱은 대한민국 국가대표 스태프 일원이었습니다. ⓒ미나미 스즈키 제공

하지만, 본 기자의 마음 속 열정을 끌어 올린 곳은 다름 아닌 '서점'이었습니다. 정말로 다양한 유형의 스포츠 잡지가 존재하고, 이것이 실제 고판매로 이어진다는 점이 적지 않은 충격이었습니다. 특히, 고교야구 하나만 다룬 잡지만 해도 5~6종이 넘어갈 정도였습니다. 그 내용은 100회 대회를 맞이한 고시엔 이야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는 내년 일본 대표팀의 전력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자료가 되기도 합니다. 언젠가는 본 기자도 국내 유일 고교야구 잡지를 발행할 날이 오고, 이것이 실 판매로 이어질 날이 오기를 바라게 됐습니다. 꿈이 이루어지길!

eugenephil@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