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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수원=홍인택 기자] 1승 1무. 그래도 웃지 못했다. 오랜 시간 전력에서 제외됐었기에 더 그랬다.

김민재는 전북현대의 주전 수비수이자 대표팀의 현재와 미래를 잇는 자원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수비를 잘한다고 평가받는다. 신태용 전 대표팀 감독은 그에게 대표팀의 중앙 수비를 맡겼고 가능성을 넘어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5월 초 입은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결국 월드컵을 향한 꿈을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조금씩 회복에 힘썼다. 지난 7월 말 대구FC와의 경기에서 후반전에 투입됐고 다행히 아시안게임 대표팀에서 활약할 수 있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대회를 치르자마자 파울루 벤투 대표팀 감독도 그를 불렀다. 많은 시간을 뛰지는 못했지만 교체로 투입되면서 벤투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우리는 아시안게임부터 김민재를 봐왔지만 전북 팬들로서는 지난 제주유나이티드와의 홈 경기가 열리고 나서야 전북 유니폼을 입은 그를 볼 수 있었다. 거의 2~3달 만이다.

제주와의 경기에서 후반 45분을 소화한 그는 매우 중요한 경기에서 다시 선발로 나섰다. 수원삼성과의 AFC챔피언스리그(ACL) 8강 2차전이었다. 그가 인도네시아에 있을 동안 펼쳐진 1차전에서는 수원이 전북을 3-0으로 꺾고 우위를 점한 상황이었다. 전북으로서는 수원을 상대로 3골 이상을 넣고 한 골도 실점하지 않아야 4강 진출을 노려볼 수 있었다.

1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던 ACL 8강 2차전에서 김민재는 수원의 역습을 차단하고 공을 지키며 단단한 수비를 펼쳤다. 전북은 끝내 수원을 상대로 3골을 넣었지만 아드리아노의 페널티킥이 신화용에게 막히고 이어진 승부차기에서도 끝내 신화용의 벽을 넘지 못하며 4강 진출에 실패했다. 전북이 3-0으로 이긴 경기였지만 웃지 못했다. 웃은 쪽은 오히려 수원이었다.

그는 늘 최선을 다해 뛴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그들은 4일 만에 K리그에서 다시 만났다. 전북으로서는 4강 진출에 실패한 설움을 갚아야 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장소에서 열린 경기였다. 김민재도 지난 수요일에 이어 다시 선발로 나섰다. 그러나 전반전 손준호가 거친 태클로 퇴장을 당하면서 상황이 꼬였다. 전북은 막강한 화력을 자랑하듯 한 명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수원을 몰아쳤으나 끝내 골을 기록하지 못했다.

23일 펼쳐진 K리그 경기의 주인공은 노동건이었으나 이날 김민재의 투지는 엄청났다. 수원의 역습을 차단하는 것은 물론 공격 가담에도 망설임이 없었다. 발이 빠르다는 점은 알고 있었으나 후반전 보여준 그의 오버래핑은 발군이었다. 마치 풀백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수원 선수들 두 명을 뚫어내고 마지막에 막혀버렸지만 곧바로 다시 공을 따내려다 경고를 받았다. 승리를 향한 갈망이 드러났다.

전북으로서는 아쉽게도 이날 경기는 0-0 무승부로 끝났다. 4일 간격으로 펼쳐진 수원 2연전에서 1승 1무를 거뒀다. 그래도 웃지 못했다. 만족할 만 한 결과를 챙기지 못했다. 오랜만에 팀에 선발로 복귀해 120분과 90분을 소화했다. 그가 보여준 투지와 간절함과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김민재는 어떤 느낌이었을까. 그는 아쉬운 마음속에서도 긍정적인 면을 찾았다.

김민재는 "지난 수요일 경기는 이겼지만 ACL에서 떨어져 오늘은 이기고 싶었다. 결과를 가져오지 못해서 기분이 좋지는 않다. 선수들이 많이 힘들어했었고 한 명이 퇴장당해서 힘든 경기를 치렀는데 원정에서 비긴 걸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라면서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비록 말을 쉽게 잇지는 못했지만, 그는 "원정에서 승점 1점이라도 얻었다. 선수들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라며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김민재는 "아시안게임에서는 몸이 안 올라와서 고생을 많이 했다. 결승전부터 몸이 좀 올라오더라"라고 전하며 "부상 이후로 거의 두세 달 만에 팀에 복귀해서 경기에 나섰는데, 내가 돌아오면서 경기력이 안 좋아지는 게 싫어서 더 열심히 뛰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기고 싶은 마음이 컸다. 선수들이 더 많이 뛰어야 하는 상황에서 내가 또 어리고 하니까 희생하려고 하고 공격에도 가담을 많이 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1승 1무라는 결과와는 다르게 씁쓸함이 더 크게 남았지만 이미 결과는 나왔다. 정규 리그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전북과 수원은 상위 스플릿에서 다시 만날 가능성이 크다. 김민재는 "내가 뛴 경기 중에 수원한테 진 적이 아마 없었을 거다. 다음에 상위 스플릿에서 만날 때도 지기 싫다. 열심히 준비하겠다"라며 마음을 다잡는 모습이었다. 웃을 수 없었던 수원 2연전을 뒤로 하고 다음을 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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