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희의 좌충우돌 미야자키 야구 취재기 ②편

미야자키에서 야구가 열리는 날에 학생야구 선수들은 뛸 듯이 기뻐한다.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김현희 기자] (1편에서 계속) 회사 창립 이래로 첫 해외 취재였던 일본 미야자키의 아시아 청소년 야구 선수권대회. 그만큼 자부심도 깊었지만, 더욱 어깨가 으쓱했던 것은 그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아시아 청소년 대회 한국인 외신 기자가 본인 혼자 뿐이었다는 점입니다. 미야자키 현지에서 직접 보고, 직접 듣고, 직접 느낀 내용을 있는 그대로 기사에 담을 수 있었다는 점이 본인에게도 큰 공부가 됐습니다. 그러는 한편, 청소년 야구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일본 취재단의 문화 자체가 부럽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양 국의 문화 차이를 이해하는 것으로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례로 일본은 아시아 청소년 선수권대회와는 달리, 아시안게임에는 많은 취재진이 파견되지 않았고, 또 각 방송사의 취재 신청도 많이 없었다고 합니다. 반면 국내 취재진의 상당수는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향했지요. 100회를 맞이한 고시엔 대회(전 일본 고교야구 선수권대회)의 전통과 역사가 중시되는 일본에 비해 국내에서는 프로야구가 절대적인 인기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야 하지 않을 듯 싶습니다. 어찌 보면 거의 무관심에 가까운 현 상황에서 그나마 <스포츠니어스>와 중계방송을 대행한 <JTBC3 : FOX SPORTS>의 존재가 있었기에 선수들이 힘을 낼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이비 구장에서 서준원(롯데 1차 지명) 선수가 본인을 가장 먼저 발견하고 반가운 손짓을 내보였던 모습이 당분간 머릿 속에서 지워지지 않을 듯 싶습니다.

김기자의 좌충우돌 미야자키 취재기 ②편,
“아니, 일본이 또 졌다고요?”

이번 청소년 대회는 또 하나의 특별 진행 규정이 있었습니다. 바로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일본의 예선/슈퍼라운드 전 경기는 오후 6시에 진행한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대한민국 대표팀은 일본에 3-1 승리를 거두면서 전승으로 슈퍼라운드에 진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과의 첫 경기는 오후 6시가 아니라 1시에 진행되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그만큼 일본에서 열리는 대회였던 만큼, 일본전이 중요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실제로 아시아 청소년 대회는 일본 고시엔 스타들로만 구성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다양한 유형의 스폰서들이 참가했습니다. 미야자키 교통(대표팀 교통수단 제공)을 비롯하여 각종 지역 사회 스포츠 용품 회사, 숙박 회사, 미야자키 은행 등이 대회 브로셔를 장식했습니다. 일본전이 저녁에 편성되어야 조금 더 많은 야구팬들이 야구장을 찾을 수 있으며, 방송 시청률 또한 오를 수 있기에 스폰서링의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습니다. 한일전만 해도 무려 12,000명의 관중이 산마린 스타디움(Sun Marine Stadium)을 찾을 만큼 현지 야구팬들의 관심은 상당했습니다. 비록 일본이 대한민국에 패했지만, 슈퍼라운드에서 타이완과 중국만 잡는다면 결승에서 또 다시 한일전 매치업이 성사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스폰서링의 효과가 발휘되면서 ‘흑자 대회’를 기대할 만했습니다.

외국인이 일본에서 기차를 잘 못 타면 이렇게 낯선 곳에 오게 된다. 남부쪽으로 가야 하는데, 미야자키 북부인 노베오카로 가는 기차로 잘 못 탔다. ⓒ스포츠니어스

여기서 또 하나의 숨은 이야기. 사실 대회에 앞서 산마린 야구장에서 진행을 담당하는 스태프들을 향하여 “취재기자들에게 제공하는 대회 공식 브로셔가 없느냐?”라는 질문을 했습니다. 보통 국내에서는 취재기자들에게 이러한 브로셔를 무료로 제공하며, 일반 야구팬들에게는 유료로 판매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돌아오는 대답은 문화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2층에 있으니, 1,000엔에 구매하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공용 와이파이도 없어 개인마다 핫스팟을 써야 하는 장면 역시 생소한 경험이었습니다. 내년에 세계 청소년 야구 선수권대회가 부산 기장에서 열리는데, 그때에도 이와 같은 체계를 도입하면 어떠한 이야기가 들려 올까요? 예전에는 국제대회 때마다 공짜로 편의를 제공하던 한국이 변했다는 이야기가 들려올까요? (웃음). 생소한 첫 경험이었지만, 그만큼 배운 것도 많았습니다.

이렇게 맞이한 슈퍼라운드. 원래 대로라면 첫 날 오후 6시에 조1위팀의 경기가 이어져야 했지만, 대회 진행 규정에 따라 일본 vs 타이완전이 그 시간대에 편성됐고, 대한민국 대표팀의 경기는 그보다 앞건 오후 1시에 진행됐습니다. 상대는 중국. 중국은 예선 라운드에서 타이완에 0-1로 패하면서 상당히 일취월장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타이완이 방심했다기보다 중국이 잘 했다는 표현이 정확했습니다. 그 중국을 상대로 대한민국 대표팀은 좌완 에이스 정구범(덕수고 2학년)을 내세우며 컨디션을 조절하게 했습니다. 대표팀 김성용 감독이 “이번 대회 좌완 투수 가운데 가장 상태가 좋다. 결승전을 위해 아껴 놨다.”고 했던 바로 그 친구였습니다. 결승전까지 아직 여유로웠던 만큼, 중국전을 통하여 몸을 풀어 놓게 하겠다는 김성용 감독님의 의지를 볼 수 있었던 대목이었습니다. 그런데 경기 결과는 11-0, 대한민국 대표팀의 7회 콜드게임 승리였습니다. 상대 타선을 단 1안타로 꽁꽁 묶은 마운드의 높이, 그리고 그보다 더 강한 타선의 힘이 중국을 압도한 결과였습니다.

중국전이 생각보다 일찍 종료되면서 대한민국 대표 선수들은 일찍 숙소로 돌아가 6시에 열리는 일본 vs 타이완전을 TV로 시청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숙소로 돌아가기 전 김성용 감독께서 하신 말씀이 의미심장하게 들려왔습니다. “잘 보시면 아시겠지만, 일본이 타이완에 질 수도 있습니다.”라는 것이 그러했습니다. 대표팀과의 경기에서 고시엔의 스타들이 단 5안타에 묶였던 장면을 떠올려 본다면, 이는 충분히 일리 있는 예측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에이 설마! 그래도 홈인데 일본이 패할까?’하는 의구심 또한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었을까요? 정말로 일본이 타이완에 패한 것입니다. 그것도 대한민국 대표팀과 똑같은 스코어인 1-3 패배였습니다. 순간을 노린 타이완 타선의 집중력, 그리고 선발 왕얀청(Wang Yan Cheng)의 102구 완투가 결정적이었습니다. 반면, 아키라 네오를 비롯한 일본 고시엔 스타들은 왕얀청을 상대로 단 2안타밖에 뽑아내지 못하면서 고개를 숙여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오사카 토인고(大阪桐蔭高)의 에이스 카키기 렌을 구원 등판한 요시다 코세이(金足農高/가나아시 농업고)는 역전을 허용하면서 대회 2패째를 안아야 했습니다. 이 1패로 일본은 남은 중국전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결승 진출이 좌절됐습니다. 예선라운드 1위 팀은 1승의 어드밴티지를, 2위 팀은 1패의 패널티를 안고 가야 하기 때문에, 중국전에서 이미 승리를 거둔 대한민국 대표팀은 2승이 기록되고, 타이완에 패한 일본 대표팀은 2패가 됐습니다. 같은 방법으로 타이완 역시 2승이 기록, 남은 경기 결과 자체가 크게 의미가 없어진 것이었습니다. 마지막 슈퍼라운드 경기가 종료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결승전 대전이 결정되는, 진귀한 장면이 연출된 셈이었습니다.

이 결과는 대회 본부에 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일본의 결승전 진출을 당연하게 생각했기에 모두 울상을 지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대회 유치를 위해 힘을 써 준 지역 사회 스폰서들이 머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최종 결승전은 일본 안방에서, 타국이 우승팀을 가리는 진귀한 장면이 연출되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타이완의 승리가 김성용 감독의 예측대로 되어갔다는 점이었습니다.

비와 함께 ‘폭삭’ 식어 버린 대회 열기,
그러나 ‘일본의 야구 팬’들은 위대했다!

일본은 정말로 야구를 잘 해야 한다. 이러한 팬들을 눈 앞에서 보고도 잘 못 할 수도 없을 것이다. ⓒ스포츠니어스

일본의 결승 진출 좌절(정작 본 기자는 미야자키 현지에서 ‘결승 진출 좌절’대신 ‘동메달 결정전 진출’이라 표현했지만)은 대회 열기가 한일전만 못하게 되었다는 안타까운 장면으로도 이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토요일(8일)에 열리게 될 슈퍼라운드 마지막 경기가 우천으로 순연되면서 야구장을 찾는 야구팬들의 숫자도 줄어들게 됐습니다. 한 번 내리기 시작한 비는 일요일(9일)에도 계속되면서 야구장을 찾은 팬들은 아쉬움을 머금은 채 돌아가야 했습니다.

이틀 연속 우천으로 경기가 순연되자 대회본부 측에서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틀간 총 4경기를 치러야 하는데, 우천으로 예비일까지 모두 소진하여 실질적으로 남아 있는 일정은 9월 11일, 월요일 하루 뿐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에 대회 본부에서는 슈퍼라운드 잔여 일정을 취소하고, 11일에 바로 메달 결정전을 치르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이는 ① 남은 슈퍼라운드 경기가 종합 성적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이틀 연속 동일 팀과 동일한 경기 진행), ② 우천 상황과 대회 일정 및 각 국가의 귀국 일정 등을 두루 고려한 결과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대회 본부 측의 결정과는 별도로 일본의 야구 팬들은 정말로 위대했습니다. 폭우 속에 군말 없이 표를 기다리는 모습에서 팬들이 얼마나 야구를 좋아하는지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별도로 의자를 준비해서 기다리는 팬, 아예 1인용 텐트를 준비한 팬, 고시엔의 스타들을 카메라로 담아 두기 위해 선수 출입구에서 비디오를 장착하고 기다리는 팬 등 정말 다양했습니다. 왜 야구선수들이 야구에 최선을 다 해야 하는지, 그 답이 바로 여기에 나와 있는 셈입니다.

다만, 아쉽게도 이러한 일본 야구팬들의 열기는 최종 결승전까지 이어지지는 못했습니다. 안방에서 타국이 우승 쟁탈전을 펼치는 것에 아쉬움을 느꼈는지, 관중석에는 비어 있는 곳이 많았고 오히려 대표팀 학부모님들을 중심으로 한 응원의 목소리만 메아리쳐 올 뿐이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대표팀은 연장 접전 끝에 타이완에 7-5로 승리, 엄상백(KT), 김재성(LG) 이후 4년 만에 아시안 선수권을 되찾아 왔습니다. 통산 5번째 우승. 당초 지난해보다 전력이 못하다는 평가 속에서 선수들은 최선을 다 했던 것입니다. 특히, 김성용 감독의 적재 적소 선수 배치와 철저한 사전 준비가 결정적이었습니다. 김성용 감독 개인적으로도 지난해 봉황대기 이후 두 번째로 우승의 기쁨을 맛보게 됐습니다. 야탑고에서만 20년 가까이 지도자 생활을 했음에도 그 동안 이렇다 할 우승 한 번 없었던 김 감독이 최근 2년 사이에 두 번이나 우승을 경험했으니 참 놀라울 일입니다.

야구라고는 10월에 열리는 교육리그와 스프링캠프 외에는 인연이 없었던 일본의 소도시 미야자키. 그러나 야구하기에는 더없이 좋았던 고즈넉한 도시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의 선전을, 그것도 단독으로 지켜봤다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느끼고 왔습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스포츠니어스>에서는 내년에도 꾸준히 ‘내일의 프로야구 선수’들을 지켜 볼 예정입니다. 내년 부산 기장에서 열리게 될 세계 청소년 선수권대회 역시 <스포츠니어스>와 함께 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 정도 되면 후기가 여기에서 종료된 줄 아셨겠지요? 아닙니다! 끝이 아닙니다. 곧 이어질 3편에서는 조금은 특별한 이야기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eugenephil@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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