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임에도 집에 못 가는 염기훈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니어스 | 수원=홍인택 기자] "제가 집에 가지 말아 달라고 했어요."

추석 연휴가 이어지는 23일 일요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는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29라운드 수원삼성과 전북현대의 경기가 펼쳐졌다. 두 팀은 지난 19일 수요일에서도 같은 장소에서 붙은 적이 있다. 그날 열린 AFC챔피언스리그 8강전 2차전에서는 수원이 전북에 0-3으로 패배했지만 1, 2차전 합계와 신화용의 선방으로 수원이 4강에 진출했다.

민족 대명절 추석이다. 그래도 축구는 계속된다. 수원 관계자들은 취재진을 향해 "아휴, 추석인데 집에도 못 가시고…"라며 반겼다. 그러나 명절 행사에 참여하지 못하는 건 취재진 뿐만이 아니었다. 축구 관계자들도 마찬가지였다. 현재 수원을 이끄는 이병근 감독 대행은 "우리 팀만 신경 써도 너무 벅차요"라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수원은 이날 선발 명단을 젊은 선수들 위주로 구성했다. 지난 AFC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120분 동안 혈투를 벌여 선수들의 체력을 안배했다. 전세진, 조지훈, 김종민 등이 선발로 나섰고 데얀과 사리치는 대기 명단에 있었다. 주장 완장은 이종성이 찼다. 운동장 안에서 선수들의 중심이 되어줄 선수가 부족해 보일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아무래도 염기훈의 빈자리가 느껴졌다. 염기훈은 햄스트링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이병근 대행은 "염기훈은 이제 다시 조깅을 시작하는 상태"라며 그의 회복세를 전했다. 염기훈의 이야기를 꺼내자 이병근 대행의 표정이 아련해졌다.

이 대행은 염기훈에 대해 "제가 많이 의지하는 선수입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저도 갑자기 팀을 맡게 돼서 부족한 점도 많고 부담도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도 모르게 (염)기훈이를 찾더라고요. 제 눈에 보이는 곳에 있어 줬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이 대행은 이어 "추석 연휴 때도 집에 가지 말고 같이 합숙하자고 졸랐어요"라며 폭탄 발언을 했다. 그는 "아내가 그런 건 미리 말하라고 하더라고요. 기훈이도 가정이 있는데 먼저 말해야 한다고. 그 말 듣고 먼저 말했죠. 하마터면 가정을 파탄 낼 뻔했습니다"라며 염기훈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 대행은 "팀이 힘든 상황에서 기훈이가 없으면 안 됩니다. 선수들도 의지하고 저도 의지하는 선수입니다. 참 고마운 친구죠. 가끔 '너는 그냥 운동장에 서 있기만 해라'라고 말하기도 합니다"라면서 웃었다. 염기훈도 이 대행의 요청에 동의했다는 후문이다. 수원이라는 팀에서 염기훈이 차지하는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염기훈이라는 선수는 수원의 상징과도 같다. 지난 AFC챔피언스리그 2차전 경기 후에는 심지어 경기에 뛰지 못했던 염기훈의 이름이 포털 검색어 순위에 오르기도 했다. 어쨌든 이병근 대행의 요청으로 염기훈은 이번 추석 명절에 집에 돌아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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