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민은 오늘 인천전에서 풀타임 활약하며 포항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니어스 | 포항=곽힘찬 기자] “저 선수는 도대체 누구야?”

처음 김지민이 포항에 입단했을 당시 포항 스틸러스의 팬들의 반응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레오가말류가 부진하고 있던 상황에서 포항은 상위 스플릿으로 진입하기 위해 확실한 골잡이가 필요했다. 팬들은 말컹에 필적하는 선수는 아니더라도 골 결정력만큼은 확실한 선수의 영입을 원했다. 하지만 최순호 감독의 선택은 김지민이었다. 김지민은 지난 7월까지만 하더라도 K3리그의 경주시민축구단 소속으로 뛰고 있었다. 의문부호를 던지는 팬들의 반응을 뒤로한 채 최순호 감독은 과감하게 김지민을 포항으로 데려왔다.

‘롤러코스터’ 같은 김지민의 축구 인생

김지민은 다른 선수들에 비해 비교적 일찍 좌절과 시련을 겪은 선수다. 2012년 부산 아이파크에 입단했지만 제대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고 2016년 결국 방출당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는 아마추어격인 K3리그의 경주시민축구단에 입단해 축구선수로서의 인생을 이어나갔다. “거기는 마지막 벼랑 끝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말문을 연 김지민은 씁쓸하게 웃었다. K3리그엔 프로 무대로 가기 위해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선수들이 많다. 김지민도 그 선수들 중 한명이었다. 김지민은 “축구를 그만두느냐, 다시 하느냐의 기로에 서있는 선수들이 많다. 6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K3리그에서 뛰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아무래도 간절함 때문이 아니었을까. K리그1 선수들이 잘 알지 못하는 것을 몸소 느꼈다”고 말했다.

축구가 자신의 전부와 다름없다는 김지민은 K3리그에서도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매 경기 최선을 다했다. 지난 7월 25일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열린 부산과의 FA컵 32강전에서 선제골을 터뜨리며 자신이 아직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렇게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한 김지민에게 포항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김지민은 “포항이 나를 영입하겠다는 소식을 경주 관계자로부터 전해들었는데 믿어지지가 않았다”면서 웃었다. 포항과 경주는 구단끼리 서로 꽤 관계가 깊다. 경주는 포항의 송라 클럽 하우스에서 자주 포항과 연습경기를 치르는데 김지민 역시 경주 소속으로 포항과의 연습경기에 나선 적이 많다. 포항의 최순호 감독은 간절함을 가지고 뛰는 김지민을 눈 여겨 봤고 과감하게 그를 데리고 왔다.

최순호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다

거의 대부분의 선수들은 새로운 팀에서 적응하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김지민 역시 그랬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포항에 입단하면서 2년 만에 프로 무대로 돌아왔지만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최순호 감독과 코치진들이 그에게 많은 조언을 해주었고 자신에게 가장 편한 포지션인 윙어로 뛸 수 있게 하며 몇 단계 높은 K리그1의 템포와 흐름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몇몇 팬들은 K3리그에서 영입된 김지민을 두고 “이해할 수 없는 영입”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지만 최순호 감독은 김지민을 믿었다.

이미 좌절과 시련을 겪으면서 밑바닥까지 떨어져 봤기 때문에 김지민은 잃을 것이 없었다. 그 누구보다 간절함이 큰 김지민은 다른 선수들보다 한 번 더 뛰며 끊임없이 노력했고 결국 지난달 26일 전남 드래곤즈 원정에서 득점을 터뜨리며 팬들의 비난을 환호로 바꿨다. 이어 2일 제주 유나이티드전에서는 멀티골을 뽑아내면서 팀의 2-2 무승부를 이끌며 최순호 감독의 믿음에 100% 보답했다. 프로 데뷔 약 7년 만에 득점을 터뜨린 김지민은 이제 포항의 해결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좌절과 시련은 성장의 발판이 될 것”

“아직 저는 부족하다. 하지만 포항 구단과 최순호 감독님이 저의 숨겨진 장점을 알아보고 영입을 했기 때문에 그저 그 믿음에 보답하고 싶을 뿐이다”는 김지민은 겸손했다. 뒤늦게 데뷔골을 터뜨리며 빛을 발하기 시작한 김지민은 20대 초반에 대부분의 선수들이 겪어보지 못한 시련을 겪으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K3리그에서 뛴 경험은 김지민에게 결코 실패가 아니었으며 축구 인생의 전환점이었을 뿐이다. “과거에 경험했던 시련은 이제 나에게 아픈 기억이 아닌 더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다”는 김지민은 K리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인간승리’의 표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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