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희의 좌충우돌 미야자키 야구 취재기 ①편

미야자키 공항은 상당히 작다. 국내의 김해 공항 정도 생각하면 된다. 아시아 청소년 대회의 시작이 바로 여기에서부터 시작됐다.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김현희 기자] 2019 시즌을 앞두고 시행한 신인지명회의, 그리고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이하 KBSA)에서 주관하는 마지막 전국 대회인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기까지 모두 마무리되면서 고교야구도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이제 각 고장 대표들이 참가하는 전국 체육 대회를 비롯하여 각 지역별 자체 친선 대회가 종료되면, 각 학교들은 내년 시즌 준비에 임하게 됩니다. 이에 각 학교에서는 자체적으로 졸업생 환송과 함께 신입생 맞이 행사를 시행하면서 만남과 이별이 공존하는 장면을 연출하게 됩니다.

사실 올해 한국야구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하고도 고개를 숙여야 했던 프로리그 형님들에 비해 아마추어 아우들이 상당히 눈부신 성과를 냈습니다. 당초 우승 후보는 고사하고 약체라는 평가를 받았던 리틀리그 국가대표는 인터내셔널 디비전 우승과 함께 월드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하며 위풍당당하게 귀국했고, 청소년 대표팀도 4년 만에 아시아 선수권 금메달을 획득했습니다. 결국 이들이 프로야구의 내일을 밝혀 줄 유망주들입니다. 이들을 중심으로 한국 프로야구가 변혁을 일으켰으면 합니다.

김기자의 좌충우돌 미야자키 취재기 ①편,
“한국인 외신기자, 혼자 왔습니다”

이 중 <스포츠니어스>는 아시아 청소년 선수권대회가 열렸던 일본 미야자키 현지로 직접 찾아가는 모험을 감행하였습니다. 설마 하는 마음에 대표님께 “우리 회사에서 해외로 취재를 갔던 경험이 제가 최초는 아니지요?”라고 질문했더니, “축구팀에서도 없었습니다. 야구팀이 최초입니다.”라는 대답이 들려왔습니다. 회사 창립 이래 첫 해외 취재라니, 이것도 나름대로 자부심을 느낄 만했습니다. 그래서 이왕 가는 것, 편함을 추구하지 말고 직접 현지인들과 부딪혀 보자는 생각으로 차량 렌탈이나 5성급 호텔 등은 꿈도 꾸지 않게 됐습니다(예산 부족 때문이라는 현실적인 이유도 없지 않았다는 점은 안 비밀입니다).

5,300앤 택시비를 부담하고 공항에서 바로 아이비 구장으로 향하자 선수들이 누구보다도 반갑게 맞이해줬다. 노시환, 김대한, 김주승의 모습이 보인다. 고개를 돌리거나 옆 모습만 보인 친구는 누구지? ⓒ스포츠니어스

일본어에 익숙지 않은 상황, 더구나 미야자키에 처음 가는 본 기자로서는 막연한 두려움이 없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마음보다는 청소년 대표팀 선수들을 타지에서 보게 되는 반가움이 더 크다는 생각이 앞섰습니다. 이에 미야자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홍콩전이 열릴 아이비 스타디움으로 갈 생각에 바로 택시를 탔습니다. 공항에서 아이비 구장까지 14km 정도임을 감안해 보았을 때 택시비가 얼마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앞섰던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얼마나 큰 착각이었는지는 도착해서야 알게 됐습니다. 여러분! 미야자키 공항에서 아이비 야구장까지 5,300엔이 나옵니다. 네네! 우리나라 돈으로 5만 3천원이죠.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엄청난 신고식을 한 셈입니다. 이 얘기를 대표팀 김성용 감독님께 했더니, “아이고 김기자님! 일본 택시비가 얼마나 비싼데요! 왠만하면 안 타시는게 좋아요.”라며 진심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실제로 이후 왠만해서는 택시보다는 열차나 도보를 이용하게 됐습니다.

아이비 야구장에서 열린 홍콩전은 41-0이라는, 상당히 큰 점수 차이가 발생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홍콩의 패트릭 감독이 장시간 그라운드에서 수비를 하고 있는 선수들을 감안하여 휴식 시간을 청하는 진귀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아시안게임에서 프로야구 선수들이 홍콩전을 9회까지 끌고 간 것과는 달리, 청소년 대표팀은 단 5회만에 콜드게임으로 종료시킨 것도 상당히 대조적인 부분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표팀 유격수 김창평(SK)이 만루홈런 포함하여 사이클링을 기록하는 장면을 눈으로 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진귀한 장면을 직접 본 외신 기자 역시 본인이 유일했습니다. 같은 공간에서 취재를 시행한 일본인 취재단 5~6명은 경기 이후 대표팀 김성용 감독을 향하여 질문을 쏟아내기에 바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스리랑카전 15-0 승리, 홍콩전 41-0 승리로 슈퍼라운드 진출을 확정한 대표팀의 마지막 상대는 홈팀 일본이었습니다. 그런데, 본 기자는 솔직히 당시 시점에서 상당히 걱정이 됐습니다. 예선라운드에서 상대한 두 국가와는 달리, 일본에는 전원 고시엔의 스타들로 엔트리가 구성됐기 때문이었습니다. 특히, 6경기에서 무려 881개의 공을 던지면서 고시엔 최고의 스타로 떠오른 요시다 코세이(가나아시 농업고)는 그 상징성 때문이라도 한일전 등판이 유력했습니다. 최고 구속 150km, 평속 148km를 오가눈 빠른 볼의 위력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솔직히 본 기자도 장소가 일본인 만큼, 예선 라운드 1패를 안고 슈퍼라운드에 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홍콩전 이후 대표팀 선수들에게 고시엔 스타들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서 걱정된다는 이야기를 꺼내자 그 반응이 예상 외였습니다.

“저희가 질 것 같습니까? 아닙니다. 그 친구들도 대단하지만, 우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150km라고요? 저희도 원태인, 서준원, 안인산이가 150km 충분히 던집니다. 걱정 마십쇼. 우리 꼭 이깁니다.”

대표팀 선수들이 힘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일본까지 응원하러 와 준 부모님들의 힘이 컸다. ⓒ스포츠니어스

고시엔 스타들의 등장이 대표팀 선수들에게 근심이 될 줄 알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이었을까요? 본 기자 역시 큰 희망을 안고 한일전을 기대할 수 있게 됐습니다.

고시엔이라는 이름값에 주눅 들지 않았던 ‘대한’의 국가대표팀

홍콩전 이후 선수들이 보여 준 자신감에 희망을 품었다고는 하지만, 막상 산마린 스타디움(Sun Marine Stadium)에 들어서니 상당한 압박감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한일전은 오후 6시 시작임에도 불구하고 앞서 열린 타이완 vs 중국전부터 일본 야구팬들이 하나, 둘씩 몰려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또한, 대표팀은 예선라운드 두 경기를 모두 아이비 야구장에서 치르는 바람에 일본과 맞불을 산마린 스타디움은 처음이었습니다. 반면, 일본은 대표팀 소집 이후 시행한 연습 경기에서부터 시작하여 예선라운드 전 경기를 산마린 스타디움에서 진행하였습니다. 여기에 홈팀에 유리할 수 있는 판정을 나올 수도 있다는 불안감도 존재했습니다. 실제로 2년 전, 타이완에서 열린 아시아 선수권에서는 결정적인 1루심 오심으로 우승을 목전에서 놓쳤던 경험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여러모로 불리한 상황이었지만, 정작 대표팀 김성용 감독은 평온했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질 것 같지는 않다.”라며, 승리를 다짐하기까지 했습니다.

미야자키역에서 산마린 야구장까지 가려면, ‘시간 맞춰’ 열차를 타고 기바나(木花) 역까지 가야 한다. 280앤 짜리 기자표를 사 들고! 미야자키를 오가는 열차들은 과거 1980년대의 비둘기호를 연상하게 한다. ⓒ스포츠니어스

마침내 찾아 온 6시. 양 팀 멤버들이 소개되는 그 순간에도 본 기자는 더그아웃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요시다 코세이’가 호명되며 그라운드에 등장하자 그 어떠한 선수보다 큰 응원의 박수가 나왔습니다. 내야 전 석이 꽉 들어 찰 만큼 관중들이 입장하면서 한편으로는 부러움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돌아 온 기자석. 아시안게임과는 달리, 일본 취재진들이 가득했습니다. 그 사이에서 한국인은 본인 혼자였습니다. 여기에서부터 참 외로운 취재가 이어지기 시작했지요. 그러나 기 죽지 않고, 취재 전 한 바퀴를 돌면서 명함을 돌리자 먼저 말을 걸어 오는 이도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1회 들어서자마자 대표팀 4번 타자 김대한이 결승 쓰리런 홈런을 치자 다들 깜짝 놀라는 눈치였습니다. 고시엔 최고의 스타가 상대 중심 타자에게 카운터 펀치를 허용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충격적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에 한국 야구에 조예가 깊은 몇 명은 “김대한이가 두산에 지명된 것이 맞느냐?”고 질문해 오기도 했습니다.

초반 결승점은 선발로 나선 좌완 에이스 김기훈(KIA 1차 지명)의 어깨를 가볍게 해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혼(魂)을 실어 던진 김기훈은 일본전에서 5이닝 무실점투를 기록하면서 새로운 한일전 킬러로의 탄생을 알리기도 했습니다. 이 때부터 현지 취재진도 고시엔의 스타들을 이긴 대표팀에 큰 관심을 표하기 시작했습니다. <TV 아사히>에서도 슈퍼라운드 중국전 이후 김기훈을 단독으로 인터뷰하면서 결승전에서 다시 일본을 만나게 될 경우 각오에 대해서 듣는 시간을 갖기도 했습니다.

한일전 승리 이후 현지 주가가 뛰어 오른 김기훈은 새로운 한일전 왼손 킬러로의 탄생을 알렸다. ⓒ스포츠니어스

그런데 여기에 또 숨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국어 통역을 담당하는 친구가 한글 자체에 대한 세심한 표현에 익숙지 않아 본인에게도 통역을 같이 요청해 왔던 것입니다. 이에 본 기자도 일본인 취재진들 사이에서 “이건 이러한 표현이다. 영어로 하면 OOO이다.”라고 조언을 건네기도 했습니다. 통역을 담당했던 친구에 대한 이야기는 추후 따로 편성해서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한일전이 대표팀의 3-1 승리로 끝나면서 그 기세는 상당했습니다. 반면, 대한민국에 격침을 당한 일본은 그 기세가 한 풀 꺾일 수밖에 없었지만, 슈퍼라운드 타이완전은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각오까지 잊지는 않았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누가 보더라도 결승전에서 한일전이 다시 성사될 수 있다는 분위기가 팽배했습니다.

여기서 잠시. 본인 역시 미야자키에서 숙박까지 하다 보니 어떻게 하면 야구장과 시내 주요 거점을 오갈 수 있는지 파악할 수 있게 됐습니다. 실제로 미야자키역에서 산마린 야구장까지 기차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 교통수단과 도보를 적절하게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일본의 열차를 우리나라의 지하철과 같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입니다. 미야자키역을 기점으로 갈 수 있는 방향이 다양한 만큼, 야구장 방향으로 오고 가는 열차 시각과 요금, 그리고 도보로 어떻게 향하는지 ‘구글 지도’를 통하여 파악해 둬야 합니다. 다행히 이 3박자가 맞으면서 본인은 최소 비용으로 야구장을 오갈 수 있는 행운을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단순히 ‘우리나라 지하철’ 개념으로 접근했던 일본 철도는 과거 1980년대 우리나라 교통 사정을 보는 듯 했습니다. 또한, 번화했던 미야자키 시내에 비해 열차로 2~3역만 벗어나도 시골 풍경이 펼쳐지는 것 또한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김기훈이 잘 던졌으면, 김대한은 잘 쳤다. 말 그대로 ‘대한’의 김대한이었다. ⓒ스포츠니어스

이야기가 너무 길어졌네요. 5박 6일동안 한국인 취재기자로는 유일하게 대회를 지켜봤다는 자부심이 상당히 강했던 모양입니다. 못다 한 이야기는 2부에서 계속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eugenephil@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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