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국회의원은 이렇게 주장했다. ⓒ방송 화면 캡처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정치인들은 자꾸 선심성 정책을 남발한다. 운동선수도 군대에서 빼주자고 하고 아이돌도 군대에 보내지 말자고 한다. 빌보드 차트 1위한 방탄소년단도 보내지 말자고 한다. 얘네도 빼주고 쟤네도 빼주면 결국 나라는 누가 지키나. 그냥 나처럼 평범한 사람들만 지키는 나라는 정의가 무너진 나라다. 정치인이 자꾸 텔레비전에 나와 무슨 심사위원회 같은 걸 만들어서 군대에 안 보낼 사람들은 선별하자고 한다. 왜? 누군가를 군대에 보내는 것보다 안 보내는 일을 해야 정치인의 인기가 좋아지니 말이다. 요즘 병역 특례 논란에 마치 구원투수처럼 등장한 정치인들은 하나 같이 ‘누구 누구 군대 안 보내기 운동’이라도 하는 듯하다.

특정 직업만 군 입대 미뤄주자고?

가장 동의할 수 없는 말은 운동선수만 은퇴 이후 산골 어디에 가서 아이들에게 운동을 가르치며 봉사활동으로 병역을 대신하자는 주장이다.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리다. 첫 째, 왜 그들만 특혜를 입어야 하는가. 스포츠를 통한 부와 명예는 지극히 개인의 영달일 뿐이다. 국가가 나서서 그 운동선수들이 젊은 나이에 막대한 돈 벌어 좋은 차 타고 하루에도 여자 연예인 몇 명씩 바꿔가며 데이트하는 걸 ‘정책적으로’ 팍팍 밀어줘서는 안 된다. 그러면 그 젊은 나이에 여자친구한테 차인 날에도 경계근무 서며 질질 짜던 나 같은 사람은 참 바보 같다. 국가가 나서서 운동선수만 은퇴 이후로 병역을 대신해주는 건 형평성에서 대단히 어긋나는 일이다.

둘 째, 왜 그들이 총을 잡지 않고 공을 던지거나 차는 걸로 병역을 대신해야 하는가도 큰 문제다. 젊은 나이에 국가가 국위선양한다고 군대에 끌고 가지 않고 봐줘 혜택을 입었으면 은퇴 이후에는 지뢰 제거를 하거나 더 위험한 분야로 가는 게 맞는 거다. 공을 잘 던졌으면 수류탄 조교로 보내야지 시골 마을에서 애들 공 던지는 거 가르친다고 국가 방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징집 기간에 구애받지 않고 은퇴 후에 산골 지역에서 아이들에게 운동을 가르치는 걸로 병역을 퉁친다? 에이, 아무리 표를 먹고 사는 국회의원이라도 이런 말은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나는 운동선수는 젊은 시기가 누구보다도 중요하니 은퇴 이후까지만 병역을 미뤘다가 봉사활동으로 이를 대신하자는 주장에 절대 반대한다.

누구에게나 이 20대 시기가 중요한 건 마찬가지다. 아무도 그들에게 운동을 하라고 강요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아예 우리 사회 전체를 넓게 바라보면 어떨까. 특정 직업군에만 징집 기간을 늘려주는 건 절대 반대지만 조금 다르게 바라볼 필요는 있다. 아예 군 징집 제한 나이를 다 올려버리면 된다. 현재는 만28세가 넘으면 사실상 병역 연기가 불가능하다. 손흥민이건 오지환이건 딱 이 연령대에 걸려 금메달이 아니면 군대에 가야 하는 처지였다. 가수 윤두준은 1989년생으로 올해 만 29세가 돼 드라마 종영 전에 입대해야 했다. 25세~27세의 병역 미필자들은 병역 이행 지연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어 단기 국외여행허가를 따로 받아야 한다. 해외 한 번 나가기에도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사실상 만28세 이후에는 병역 연기가 어려웠다.

윤두준은 드라마도 못 끝내고 군대에 갔다. ⓒtvn

만27세와 만28세의 엄청난 차이

만27세 미만은 1회 1년 범위 내 단기 국외 여행이 가능했다면 병역법 개정으로 1년이 6개월로 줄었다. 또 총 5회까지 단기 국외 여행 허가가 가능하다. 단기 국외 여행으로 허가받을 수 있는 횟수를 원칙적으로 5회까지로 제한하고 있으나 출국 횟수엔 제한이 없고 허가 기간(6개월) 동안엔 횟수에 제한 없이 자유롭게 출입국이 가능하기 때문에 예전보다 기간이 6개월(1회당) 줄긴 했으나 해외 활동을 이어 가는 데 큰 걸림돌은 없다. 하지만 만28세가 되는 순간부터는 모든 활동에 제약이 생긴다. 병역법 개정으로 만28세 이상인 사람은 대학원, 홍보 대상 등 공익 국가 업무 수행, 형제 동시 복무, 각종 시험 등을 이유로 입대 시기를 연기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최근 들어 남자 연예인들 사이에서는 의경 지원이 눈에 띄게 늘었다. 의경 시험에 응시해 최종 선발될 경우 5~7개월 이후 입소 날짜를 받기 때문이다. 만28세 이상인 사람일지라도 5~7개월 내 입대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속된 말로 당장 군대에 끌려갈 일은 없다. 그래서 입대 시기가 꽉 찬 남자 연예인들은 의경에 지원해 합격하면 활동 기간을 벌고 입대 전 남은 활동을 여유롭고 체계적으로 준비할 수 있다. 하지만 의경에 떨어지면 윤두준처럼 곧바로 군에 입대해야 한다. 물론 이 의무 경찰 제도도 폐지 수순으로 가고 있어 일시적인 편법으로만 쓰일 뿐이다. 앞으로는 이런 방식으로 그나마 몇 달이라도 군 입대 시기를 늦추는 것도 불가능하다. 남자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를 예로 들었지만 이는 일반인 남성도 마찬가지다.

나는 운동선수들에게 무조건 군대에 일찍 가는 게 유리하고 또 그런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고 수 없이 주장해 온 사람이다. 어차피 대학교까지 졸업한 뒤 프로 무대에 진출해 당장 주전으로 뛰지 못할 거면 그 기간 동안 군대에 다녀오는 게 자신의 미래 계획을 세우는 데 훨씬 더 유리하다고 믿는다. 물론 운동선수들이 군대를 빨리 해결하고 오는 ‘문화’ 자체가 생겨야 하고 정 이게 어렵다면 제도를 만드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한다. 일본에서는 J3리그에 J리그 22세 이하 상비군이 아예 팀을 꾸려 시즌에 임한 적도 있다. 그들은 징병제가 아닌데도 조직력을 키우기 위해 이렇게 했는데 우리는 조직력도 꾸리면서 병역도 해결할 수 있는 제도를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다. 개인적인 의견으로 운동선수는 무조건 군대에 빨리 가는 편이 낫다고 백 번 주장한다.

윤두준은 드라마도 못 끝내고 군대에 갔다. ⓒtvn

만28세 넘어가면 전투력 손실?

하지만 이제 사회적으로 생각해 보자. 우리는 통상적으로 20대 초반에 군대에 간다. 대학교 1,2학년을 마치면 휴학을 하고 군대에 가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사회적으로 군 입대 연령이 너무 이르지 않느냐는 생각이 든다. 운동선수가 메달을 따거나 아이돌이 빌보드 차트에 입상했다고 해 군대를 빼주지 말고 아예 군 입대 나이를 모두에게 공평하게 늦춰주면 해결되는 간단한 문제다. 왜 운동선수에게만 은퇴 시기인 만 35세니 뭐니 하면서 늦춰줄 생각을 하나. 이 사회 전체에 화두를 던지고 싶다. 공평하게 다 군대에 늦게 갈 수 있도록 해주자. 그러면 지금 이 이상하고도 불공평한 잣대가 없어진다. 아예 몇몇 연예인이나 운동선수에게만 입대 시기를 늦춰줄 거면 아예 군 입대 연령 자체를 늦추는 방안을 고민해 봤으면 한다.

지금이 환갑잔치를 하는 시대도 아니다. 100세까지 사는 시대다. 과거의 20대와 비교해 지금의 30대도 신체적으로 전혀 뒤지지 않는다. 만28세가 넘어가도 전투력에 손실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건 꼭 몇몇 연예인이나 운동선수가 직업 활동을 더 오래 하기 위해서 제안하는 게 아니다. 세상은 변했고 이제 굳이 병역 입대 시기를 만28세로 빡빡하게 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최첨단 무기가 도입되는 시대인데 병역 입대 시기를 만28세로 규정할 필요가 있을까. 1991년 당시 군 입대는 대학교를 24세(의대는 27세), 대학원을 26세에 졸업 가능한 이들에게 연기 혜택을 줬다. 재학 중이라고 해도 나이 제한에 걸리면 자동 입대하도록 한 것이다. 그런데 이때와 비교하면 27년이 흘렀어도 입영 시기는 크게 다르지 않다. 2018년에도 만28세가 넘으면 거의 모든 이들이 예외 없이 군대에 가야 한다.

아예 몇몇 운동선수와 연예인을 위해 입대 연력을 늦추는 특혜를 줄 거면 군 입대 시기 자체를 다시 생각해 보자. 그렇다고 개인적으로 입대를 늦추는 걸 추천하는 바는 아니다. 군대는 어릴 때 가는 게 최고다. 억울하면 일찍 가서 고참 행세하면 된다. 대신 내가 정말 사회에서 더 이뤄야 하는 바가 있어 늦은 나이에 군대에 가 어린 고참들의 갈굼도 감내해야 할 정도라면 아예 군 입대 폭을 넓혀주는 게 어떨까. 갈 사람들은 어차피 늦게 갈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해줘도 다 일찍 간다. 물론 이 정도로 군 입대 시기를 넓게 해주면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입상, 각종 콩쿨 입상 등의 병역 혜택을 모두 없애도 된다. 자꾸 예외를 만들고 특혜를 만들지 말고 공평하게 병역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 누군가는 빼주고 누군가는 늦게 가게 도와주는 혜택 말고 진짜 똑같이 군대에 가게 하면 된다.

윤두준은 드라마도 못 끝내고 군대에 갔다. ⓒtvn

예전 서른과 요새 서른은 다르다

그런 의미에서 사회적으로도 이 방안에 대해 논의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라는 노래는 1994년 막 서른을 넘긴 이들의 가슴을 후벼 팠다. 이제 젊은이에서 중년으로 넘어가는 이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노래였다. 하지만 요새는 서른이 그런 나이가 아니다. 정해인이 만 서른 살이고 지드래곤도 만 서른이다. 이들이 중년이 됐다며 노래방에서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부르며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라고 하지는 않는다. 서른이어도 클럽 가고 스무살 때와 다를 거 없이 논다. 그만큼 시대가 바뀌었다는 뜻이다. 요즘은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마흔 살이 될 때 부르면 딱 맞다는 인생 선배들의 의견이 많더라. 요새 서른은 예전의 서른과는 느낌이 다르다.

나는 운동선수의 병역 혜택을 최대한 축소해야 하고 되도록 이른 시기에 군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회적으로는 이 땅의 모든 젊은이들이 다들 과연 만28세 이전에 군대에 가야하는가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한다. 운동선수와 연예인의 병역 혜택이 공론화 된 지금이 딱 좋은 시기인 것 같다. 우리가 군 입대 시기를 만35세까지 늦추고 얻는 사회적 비용과 전투력 손실 등을 종합적으로 한 번 고려해 보자. 크게 손해 보지는 않을 것 같다. 세상은 변했고 점점 더 성숙해져 가는데 군 입대 시기를 좀 늦춰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이렇게 입대 시기를 늦추는 대신 특정인에게 과도하게 쏠리는 병역 혜택을 축소나 폐지하는 게 어떨까. 이게 가장 공평한 병역 의무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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