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프트 전 준비하는 LG 트윈스 스카우트 팀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김현희 기자] 지난 10일, 한국 야구계는 두 번의 경사스러운 일이 있었다. 2019 시즌 프로야구 2차 신인지명회의를 통하여 총 100명의 루키들이 자신의 소속팀을 찾았던 것이 그 하나고, 또 다른 하나는 일본 미야자키에서 마감된 제12회 아시아 청소년 야구 선수권대회에서 대표팀이 우승을 차지한 것이었다. 대회에 참가 중인 선수들도 1차 지명 확정 유망주와 2학년들을 제외하면 모두 대상자였던 만큼, 드래프트는 프로야구와 아마야구가 만나는 유일한 접점이자 고교/대학야구 최대의 행사이기도 했다.

이에 <스포츠니어스>도 드래프트 현장에 직접 참석, 1라운드부터 10라운드까지 10개 구단이 호명한 100명의 유망주 이름을 들어볼 수 있었다. 또한, 지명회의 다음 날에는 <주간야구 왜> 팟빵 라디오 방송(http://www.podbbang.com/ch/9137?e=22709680)을 통하여 드래프트와 관련한 전반적인 리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이에 본 편에서는 방송을 통하여 전달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포함하여 드래프트와 관련된 전반적인 리뷰를 Q&A 형식으로 진행해 보고자 하겠다. ②편.

Q) 지난 2년간 신인 드래프트는 2세들의 강세가 돋보였다. 특히, 이종범 해설위원의 아들인 이정후 선수가 그 화제의 중심에 섰었는데, 이번 드래프트엔 2세 선수들이 몇 명 이나 지명되었는가?

올해에는 운동선수 2세에 관련한 조사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다만, 주목해야 할 것은 두산이 9라운드에서 휘문고 투수 전형근을 지명했다는 사실이다. 전형근 역시 현역 시절 두산 소속이었던 전상렬 코치의 아들이다. 외야수였던 아버지와는 달리, 투수인 전형근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실전 기회를 부여받았다. 부자가 같은 구단에서 현역 시절을 보내게 됐는데, 전형근 역시 아버지와 비슷한 길을 걷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아버지도 백업 외야수로 시작하여 주전을 차지하지 않았는가. 현재 전형근의 구위가 당장 1군에서 통할 수준은 아니기 때문에, 당분간 2군에서 절대시간이 필요하다. 이후 아버지와 같이 제한적으로나마 1군 기회를 얻은 이후 두각을 나타내면 레귤러가 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본다.

다른 한편에서 1차 지명자 전체까지 살펴보면, 역시 두산의 지명을 받은 국가대표 4번 타자 김대한을 주목해서 볼 필요가 있다. 김대한의 어머니가 한때 국가대표 배드민턴 선수로 우승을 많이 차지했던 심은정 선수이기 때문이다. 1990년대 당시, 여자 복식조의 길영아-심은정 듀오를 모르면 간첩이라는 이야기까지 들려왔을 정도였다. 어머니를 따라 이번 청소년 대표팀에서 태극 마크를 달았던 만큼, 향후 발전 가능성을 지켜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2세까지는 아니지만, 넥센 2라운드 지명을 받은 백송고 에이스 조영건이 조금 특별한 가족 관계를 지니고 있다. 그의 삼촌이 전직 메이저리거였던 조진호 삼성 코치이기 때문이다. 투구 폼이나 구위 등이 모두 삼촌의 고교 시절과 많이 닮았다. 당초 1라운드 지명 소식까지 들려왔을 만큼 상당히 유망하다.

이대은을 비롯하여 KT에 지명된 신인들 ⓒ스포츠니어스

Q) 이 외에도 일반 야구팬들이 모르는 이야기들을 가진 예비 신인 선수들 중에서 꼭 소개하고 싶은 선수들 몇 명만 선택해 본다면?

유명인들과 동명이인인 선수들의 활약이 쏠쏠할지 여부도 상당히 궁금하다. SBS 스포츠 간판이기도 한 정우영 아나운서와 동명이인인 서울고 사이드암 정우영(LG 2라운드), 연예인 송승환 대표이사와 동명이인인 서울고 포수 송승환(두산 2라운드)을 비롯하여 역시 연예인으로 유명한 이벙헌씨와 동명이인인 제물포고 포수 이병헌(삼성 4라운드), KIA 이명기와 동명이인인 광주동성고 올라운더 이명기(넥센 5라운드) 등이 그러한데, 이들은 각자 학교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았던 유망주들이다. SK의 4라운드 지명을 받은 공주고 투수 허민혁도 사실 시즌 초반부터 상당히 주목을 받았던 이다. 좋은 체격 조건에서 뿜어져 나오는 150km의 속구가 일품이다. 동문 선배인 박찬호의 뒤를 이을지 지켜볼 만하다. 롯데 7라운드 지명을 받은 마산용마고 포수 김현우는 올해 고교 포수 4천왕 중 하나로 이름을 올린 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2년 터울 선배인 나종덕과 한솥밥을 먹게 됐다. 두 마산용마고 출신 포수의 경쟁을 기대해 볼만하다.

Q) 그렇다면, 좋은 실력을 갖췄음에도 아쉽게 지명을 받지 못한 선수들도 있을 것이다. 가장 안타까운 선수가 있다면?

청소년 대표팀에 선발되고도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한 선수가 이번에도 두 명이나 됐다. 외야수 김주승과 내야수 윤수녕이 그 주인공이다. 둘 모두 팀에서 소금 같은 역할을 했던 존재였기에 지명 가시권에 있다고 보았는데, 프로의 눈은 달랐던 모양이다. 한화 김주현(경찰 야구단)의 친동생이기도 한 김주승은 덕수고에서 지난해부터 실전에 투입됐는데, 형과 마찬가지로 대학 졸업 이후를 기대하게 됐다. 지난해 대전고 내야를 안정적으로 지켰던 전민재(두산) 못지 않다는 윤수녕도 청소년 대표팀 김성용 감독이 작전 수행 능력이 빼어나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지만, 결국 지명을 받지 못했다. 대학 진학 이후를 바라보겠다는 각오를 밝힌 상태다.

또한, 대전고 투수 이재환을 비롯하여 세광고 내야수 국대건, 천안북일고 내야수 이현 등 충청 지역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유망주들도 프로 입성을 하지 못했다. 서울 지역에서도 청원고 에이스 석상호를 비롯하여 충암고 투수 시히로, 올해 고교 포수 랭킹에 들었던 김세영 등이 프로에 지명받지 못했다. 모두 낙심하지 말고, 새로운 진로를 모색했으면 한다.

Q) 이번에도 해외 유턴파들이 상위 픽의 기쁨을 누리게 됐다. 하지만, 발군의 실력을 갖춘 어린 선수들은 아쉬움이 조금 클 듯 싶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계속될 해외 유턴파들의 상위 픽 점령을 어떻게 평가하나?

그런데, 당분간은 해외에서 돌아오는 사례가 몇 명 없을 듯 싶다. 2009년에 해외로 진출한 선수들 중 남아 있는 이는 최지만(템파베이)이 유일하며, 김진영(한화)을 비롯하여 올해 윤정현(넥센), 김성민(SK)까지 대부분 돌아왔다. 특히, 내년에는 올해 고교 3학년생들보다 더 빼어나다는 '베이징키즈 3세대'들이 버티고 있다. 해외 유턴파 여부와 관계없이 이들이 결국은 상위 지명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를 기준으로 마이너리그에 진출해 있는 선수는 내야수 문찬종(충암고-휴스턴), 외야수 권광민(장충고-시카고 컵스), 내야수 박효준(야탑고-뉴욕양키스), 내야수 배지환(경북고-피츠버그) 정도다. 그러나 이들이 돌아와서 곧바로 1군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도 아니다. 다만, 미국 무대에서의 경험이 큰 자산으로 남은 것이 구단에게도 충분히 도움이 된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다.

Q) 작년엔 상위 픽이 기대됐던 배지환이 미국으로 직행한 데 이어 올해 역시 서울고 최현일이 LA 다저스 입단을 확정한 데 이어 선진학교 진우영이 켄자스시티 유니폼을 입게 됐다. 이렇듯, 어린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직행을 어떻게 바라보면 좋을까?

그런데, 올해 미국으로 가는 선수들은 예년과 다르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첫 번째가 낮은 계약금, 두 번째가 유학이 더 큰 목적이라는 점, 그리고 세 번째가 남윤성(SK)과 비슷한 사례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남윤성 역시 신일고 졸업 이후 두산의 1차 지명을 뒤로 하고 10만 달러에 한참 못 미치는 계약금으로 텍사스 유니폼을 입은 바 있다. 귀국 후 이에 대한 이유를 들어봤더니, 자신은 유학이 목적이었으며 야구를 조금 더 배워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갔기 때문에 조금의 후회도 없다고 했다. 최현일과 진우영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한 바 있다. 만약에 미국으로 진출하여 무엇인가 배워 오고자 하는 굳건한 의지가 있다면, 도전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그 과정이 정말로 험난하기에, 본 기자는 해외 진출에 대한 상담을 하는 선수들은 일단 말리는 편이다.

Q) 역대 신인 드래프트에서 투수들의 강세는 계속됐다. 그러나 올해에는 야수들이 각광을 받고 있었다. 1라운드에서만 무려 4명의 내야수가 지명됐다. 종전에 비해 조금 높은 비율로 야수들이 더 많이 지명된 이유는 무엇일까?

올해 역시 좋은 투수들이 많았다. 그러나 그만큼 좋은 타자들도 많아 각 구단별로 지명 전략에 맞추어 유망주들을 선택할 수 있었다. 포지션에 관계없이 좋은 선수들을 선택하는 이러한 경향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대은을 비롯하여 KT에 지명된 신인들 ⓒ스포츠니어스

Q) 아쉽지만, 올해 역시 대졸이 외면 받은 신인 드래프트였다. 취업률이 고교 야구 선수들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 대학 야구 선수들을 살릴 방안, 정말 없는 것일까?

한국스포츠 총장 협의회와 대학 야구 연맹측의 결단이 필요하다.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이 주말리그 폐지다. 주중에 야구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야 대학 선수들도 목동야구장을 사용할 수 있다. 목동구장 사용 여부는 팬들과 동문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결정되기 때문에 생각 외로 중요한 부분이다. 순천 팔마 야구장이나 보은 스포츠센터, 횡성 야구장 등이 제 아무리 좋은 시설을 갖추었다고 해도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장소이기도 하다. 일단, 팬들의 접근이 용이해야 한다. 또한, 학사 관리를 시행할 때 현장 점수를 출석에 반영하는 방법 등을 감안해야 한다. 이러한 지혜를 모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금 시행을 안 하고 있으니 답답할 일이다.

Q) 이번 U-18 아시아 청소년 대회에서 보여준 대표팀 4번 타자 김대한의 활약이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정작 소속팀에서는 투수를 시키겠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타자로서의 능력이 너무 아까운데?

그러나 김대한의 본 포지션이 투수였다는 점까지 간과해서는 곤란하다. 덕수중학교 시절에도 145km를 던진 경험이 있으며, 고교 3학년 진학과 함께 154km를 던지면서 3년 사이에 구속을 무려 9km나 올렸다. 하지만, 한일전 결승 3점 홈런 등 장타력 또한 아까운 것이 사실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본인의 의지와 구단의 육성 방침이 아닐까 싶다. 지명 당시 투수로 호명됐던 나성범(NC)이나 KT의 신인 강백호 모두 좋은 투수였지만, 타자로 성장하지 않았는가? 반면 타자로 지명되었어도 투수로 성공한 경우도 있다. 이번 스프링캠프를 통하여 어느 정도 윤곽이 나타나겠지만, 김대한의 포지션 여부는 "아빠가 좋은가, 엄마가 좋은가?"라는 질문과 똑같음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Q) 얼마 전 아시안게임 엔트리를 살펴 보니 외야가 좌타 일색이었다. 이를 보면, 리그에 우타 빅 뱃(Big Bat)이 너무 귀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그렇다면, 이것이 학원 야구의 특성이 반영이 된 것인지, 아니면 요즘 인력풀의 한계 때문인지, 궁금하다.

2000년대 중/후반까지만 해도 실제로 인위적인 우투좌타들이 많았다. 우타자임에도 불구하고 1루에 한 걸음이라도 빨리 살아가기 위한 일종의 고육책이었다. 그러나 일선 지도자들이 부자연스러운 것에 대한 부작용을 알아챈 이후에는 이러한 성향도 크게 줄게 됐다. 실제로 지난해에도 '조선의 4번 타자' 후보 중 하나인 한동희가 롯데 1차 지명을 받았는데, 그 선수도 우투우타 아닌가? 청소년 선수권에서 3개의 홈런포를 쏘아 올린 김대한이나 미래 한화의 내야 라인을 책임지게 될 노시환 모두 우타 거포다. 이는 선수들이 나무 방망이에 완전히 적응하여 힘이 붙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본다. 따라서, 앞으로는 인위적인 우투좌타보다는 그 선수 성격에 맞는 좋은 타자들이 쏟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Q) 그렇다면, 내년 고졸 및 대졸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작년 및 올해 베이징 키즈들에 비해 어떤 실력을 가지고 있는지 종합적인 평가를 내려 주었으면 한다.

강백호(KT), 양창섭(삼성), 한동희(롯데), 곽빈(두산) 등 올해 신인들이 너무 좋은 활약을 펼친 탓에 내년에 프로에 입문하게 될 선수들이 상대적으로 작년 같지 않다는 이야기가 들려 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작년 전력이 너무 좋았을 뿐이지, 올해 전력 역시 나쁘지 않았다. 즉, 뽑힐 만한 선수들이 뽑혔다는 것이다. 그런데, 내년에는 올해 전력보다 더 좋다. 2014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우승 멤버와 U-15 청소년 우승 멤버들이 '베이징 키즈 3세대'를 형성하면서 형님들 못지 않은 실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들이 내년 부산 기장에서 열리는 세계 청소년 야구 선수권대회의 주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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