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다발은 K리그 데뷔 축하의 의미로 지인에게 받은 것이라고 전했다

[스포츠니어스 | 서울=임형철 기자] 대구가 7년 묵은 서울 원정 무승 징크스를 깼다. 그 중심에는 이날 K리그 데뷔전을 치른 신인 장성원이 있었다. 장성원은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28라운드 FC서울과 대구FC의 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경고 누적으로 결장한 정우재를 대신해 깜짝 출전한 그는 후반 10분 크로스로 에드가의 골을 도우며 데뷔전 도움을 기록했다. 경기는 2-0 대구의 승리로 끝났다.

경기 후 만난 장성원은 자신이 K리그 데뷔전을 치렀다는 사실에 벅찬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그는 “동계 훈련 때부터 2군 팀에서만 훈련을 했다. 1군에서 경기를 뛰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이 있었다. 열심히 하다 보니 기어코 기회가 찾아왔다”고 말한 후 데뷔전을 치른 자신의 감정을 “그저 행복하다”고 묘사했다.

장성원에게 찾아온 인생 최고의 기회

대구는 9월 A매치 기간 종료 후 서울 원정 경기를 앞두고 있었다. 이 경기에 대한 주위의 전망은 좋지 않았다. 대구가 7년 동안 서울 원정에서 승리가 없었던 데다 핵심 선수인 정우재와 홍정운이 경고 누적으로 출장 정지를 받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특히 공수 양면에서 역할이 많은 정우재의 부재가 뼈아플 것으로 예상했다. 경기를 준비하는 안드레 감독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서울전을 준비하면서 안드레 감독과 코치진이 내린 대안은 장성원 카드였다. 그동안 FA컵과 R리그에서만 종종 기회를 잡았던 장성원이 정우재를 대신해 서울전 선발 명단에 포함됐다. 미리 소식을 전해 들은 장성원은 밤잠을 설치는 등 놀란 마음을 주체하지 못했다. “K리그 데뷔는 내 인생 최고의 기회였다”고 입을 연 그는 “경기 직전까지도 많은 생각이 따라왔다. ‘여기서 못하면 어쩌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경기 전날에는 잠도 잘 못 잤다”며 당시 상황을 소개했다.

기다렸던 데뷔전 무대에 입장하는 순간 장성원은 경기장에 모인 만 3천여 명의 함성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는 K리그에 대한 팬들의 주목도가 상당하다는 것을 다시금 실감했다. “관중들의 분위기에 압도당했다”고 말한 그는 “분위기에 압도당해 옆 동료가 하는 말도 잘 들리지 않더라. 꿈의 무대를 직접 밟아보니 긴장이 먼저 됐다”며 인생 최고의 기회를 잡은 소감을 밝혔다.

시즌 개막 전 성실히 훈련에 임했던 신인 장성원 ⓒ 한국프로축구연맹

첫 터치 후 위기에 놓였던 장성원

경기 시작 휘슬이 울린 뒤 긴장을 채 다스리기도 전에 첫 볼 터치 기회가 찾아왔다. 데뷔전을 자신 있게 풀어가자고 각오를 다졌던 그는 동료의 패스를 받기 위해 과감하게 발을 갖다 댔다. 그런데 볼이 원하는 대로 멈춰지지 않았다. 발과 맞닿은 볼은 재차 미끄러지기 시작하더니 자신이 의도한 방향과 반대로 굴러가기 시작했다. 터치 실수가 발생했음을 직감한 그는 크게 당황했다. ‘아 오늘 경기 망쳤다’라는 생각이 번쩍 떠오르고 말았다.

그때 코치진이 경기 전 자신을 독려했던 말을 상기하며 용기를 얻었다. 장성원은 “터치 실수로 상대에게 볼이 가는 순간 ‘아차’ 싶었다. 안 좋은 예감이 들던 찰나에 경기 전 코치님들이 해준 말이 떠올랐다”고 말한 후 “코치님들이 데뷔전을 앞둔 나에게 실수해도 신경 쓰지 말고 자신의 경기를 하라고 독려했다. 그 말에 자신감을 얻어 경기 초반에 있었던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그는 이 말을 남긴 후 즉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시즌 개막 전 성실히 훈련에 임했던 신인 장성원 ⓒ 한국프로축구연맹

“크로스는 원래 제 약점이었어요”

마음을 다스린 장성원은 조금씩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오른쪽 윙백 자리에서 서서히 자신의 경기를 보여준 그는 평소대로 볼을 향한 집념을 발휘하며 경기장 이곳저곳을 누볐다. 이윽고 기회가 찾아왔다. 후반 10분 자칫 터치 라인을 나갈 뻔했던 볼을 살려낸 후 빠르게 에드가의 머리를 향해 크로스를 올려 K리그 데뷔전에서 첫 도움을 기록했다. 이 골로 승기를 잡은 대구는 2-0 리드를 굳건히 지킨 채 7년 만에 서울 원정에서 승리를 거뒀다.

빼어난 크로스를 올린 비결을 묻자 장성원에게서 나온 대답은 의외였다. 그는 “크로스는 원래 내 약점이었다”며 진실(?)을 고백했다. 계속해서 입을 연 그는 “남해 전지훈련을 갔을 때만 해도 크로스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다. 볼을 차면 다 이상한 방향으로 나가거나 땅볼로 떨어지는 등 내 뜻대로 된 적이 없었다”고 말한 후 “크로스 때문에 마음고생이 많았다. 윙백이 크로스가 안되는 것만큼 답답한 것도 없을 것이다”며 옛 고민을 털어놨다.

크로스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그가 찾은 방법은 연습 또 연습이었다. 그는 훈련 시간이 끝나고도 혼자 남아 크로스 연습을 하는 등 다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였다. 그런데도 문제 해결이 되지 않자 직접 최원권 코치에게 자문하기까지 했다. 최원권 코치의 특훈을 받은 그는 서서히 크로스 정확도가 높아졌고 어느새 경기 전 코치의 주문 사항을 이행할 정도로 실력자가 되어 돌아왔다. 장성원은 “경기 전에 최원권 코치가 에드가의 머리만 보고 크로스를 올리라고 했다. 그대로 크로스를 올렸더니 그대로 골이 터지더라”며 데뷔전 도움을 기록한 소감을 밝혔다.

누군가의 부재는 누군가에게 기회일 수 있다. 우연한 기회를 잡은 선수의 등장이 때때로 팀에 이로움을 주는 경우도 있다. 대구는 정우재의 부재를 신성 장성원의 등장으로 훌륭히 메웠다. 어린 선수의 연이은 활약으로 웃음 짓고 있는 대구가 또 한 명의 신성을 찾는 데 성공했다. 장성원의 등장으로 대구는 윙백 포지션에 다양한 옵션이 생겼다. 잔여 시즌을 한층 여유롭게 운용하는 게 가능해졌다.

데뷔전에서 대구 팬들의 열렬한 응원 소리를 들은 그는 팬들의 관심과 애정에 이렇게 화답했다. “나는 아직 특별하지 않은 선수인데도 많이 사랑해주셔서 고맙다. 열심히 뛰고 몸 사리지 않는 모습을 잘 봐주시는 것 같다. 경기장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뛰는 선수로 남겠다. 잔여 시즌 잘 준비해 팬분들이 바라는 상위 스플릿 진출을 꼭 이루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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