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서울월드컵경기장=홍인택 기자] 축구는 이적이 잦다. 그래서 한 팀에만 오래 있었던 선수가 더 주목을 받는다. 김동우도 FC서울에 오랜 시간을 머물렀다. 그러나 이날 만큼은 김동우의 마음이 궁금했다. 그가 대구FC에서 임대 생활을 했기 때문이다. 대구에서는 좋은 활약을 펼치며 좋은 시간을 보냈으나 이제 다시 서울로 돌아와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28라운드는 대구가 서울을 2-0으로 잡았다. 김대원과 에드가가 한 골씩을 기록하며 서울을 제압했다.

이날 주장 완장을 차고 나온 김동우의 어깨가 더 무거워질 수밖에 없었다. 그는 중앙 수비수다. 실점을 막아야 하는 위치에서 두 골이나 실점해 실망이 컸다. 김동우는 "빨리 잊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겠다"라면서 짤막하게 경기 소감을 밝혔다.

사실 그는 대구로 임대가기 전에도 출전 기회를 꾸준히 보장받는 수비수는 아니었다. 장신 수비수, 예측력이 좋지만 간혹 실수 때문에 실점의 빌미를 내주는 수비수라는 인상이 강했다. 그러나 대구로 임대된 이후 그는 대구의 벽이 됐다. 가뜩이나 어려운 대구 승점 살림에 큰 역할을 해주는 든든한 수비수였다.

김동우는 대구에서 든든한 중앙 수비수로 거듭났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대구에서의 임대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김동우는 이번 경기에서 선발로 출전하면서 다시 대구와 맞붙었다. 게다가 이번 경기에서 고요한이 경고누적으로 출전하지 못하고 이웅희도 명단에서 빠지며 김동우에게 주장 완장이 넘어간 상황이었다. 서울에 오래 남아있던 선수이기에 주장 완장이 넘겨졌다. 김동우는 주장을 맡게 된다는 사실을 "어제 갑자기 알게 됐다"라고 말하며 "준비한 게 따로 없었다. 주장이라기보다 팀에 오래 있었으니까 시켜준 거 같다. 달라지는 건 하나도 없었고 이기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라고 말했다.

주장 완장을 찬 김동우는 측면에서 올라오는 크로스를 끊어내고 대구의 패스를 예측하면서 끊어내는 능력은 여전했다. 에드가와 김대원의 몸 상태가 너무 좋았기 때문에 그들을 따라잡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오랜만에 선발로 출전하면서 좋은 기억을 심어줬던 대구를 상대했지만 팀의 패배를 막진 못했다. 김동우는 "오랜만에 대구 선수들이나 안드레 감독님, 조광래 사장님을 만나 반가웠다"라면서도 "경기는 경기고 결과도 나왔다. 나는 이제 서울을 위해서 열심히 해야 하는 상황이다"라며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서울의 실점은 고민으로 남았다. 서울이라는 팀 자체로도 고민이고 김동우 본인으로서도 고민으로 남았다. 서울은 김동우와 김원균, 이웅희를 비롯해 황현수까지 아시안게임을 마치고 팀에 복귀해 중앙 수비수 간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수비수들에게 가장 좋은 결과는 무실점이다. 실점이 이어진다면 언제라도 선발 명단에서 제외될 수 있다.

김동우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는 "좋은 선수들이 많다. 다시 처음부터 다 같이 해야 할 것 같다. 우리 수비수들은 좋은 능력을 갖췄으니까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는 사람이 나가는 게 맞다. 나도 열심히 해서 경기장에 나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면서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팀의 부진을 지켜보는, 나름 서울에 오래 있었건 고참의 마음은 여전히 무겁다. 김동우는 "매 경기 다 같이 열심히 준비하는데 결과가 안 좋다. 예전의 FC서울은 다 잊고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다"라면서 소속팀의 부진에 대한 자기 생각을 밝혔다. 그는 경쟁에서 살아남고 서울의 뒷문을 잠글 수 있을까.

intaekd@sports-g.com